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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독립운동가 알리기, 지역 화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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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랑상품권에 지역 독립운동가 넣자
전국 최초 개념 지자체 되기 어렵지 않다

“독립운동을 한 나라의 화폐에 독립운동가 한 명이 없다.”

지난 8월 경남도의회에서 ‘경상남도 대일항쟁기 일제 잔재 청산 등에 관한 조례 제정 토론회’가 열렸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이 발제를 맡았고, 화폐 이야기를 꺼냈다.

“신사임당이 5만 원권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조선시대 이 씨 남자들만 오직 화폐에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 고액권 화폐 논의가 진행됐고 5만 원권 초상 인물은 신사임당, 10만 원권에는 김구 선생이 선정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권이 바뀌고 정치권에서 김구 선생 초상에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10만 원권 발행은 무기한 연기됐다. 친일청산 반대 논리로 등장한 색깔론에 법적으로 처벌받은 친일파가 한 명도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해방 후 1950년대 발행된 우리나라 화폐에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거북선, 무궁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물 등이 새겨졌다. 1972년 이후부터 지금 우리는 경제활동을 하며 퇴계 이황(1000원권), 율곡 이이(5000원권), 세종대왕(1만 원권), 신사임당(5만 원권)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07년 5만 원·10만 원권을 발행하기 앞서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초상 인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김구·김정희·신사임당·안창호·유관순·장보고·장영실·정약용·주시경·한용운'(이상 가나다순) 등 10명으로 압축됐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2차 후보군 가운데는 독립운동가(김구·안창호·유관순·한용운)들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여성인물이 선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유관순 열사의 등장은 후보 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달굴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러한 국민의 염원은 어디서부터 막혔던 걸까.

김영진 도의원은 지난 6월 도정질문을 통해 “도내 독립운동가 관련 시설물 49곳을 직접 돌아보니, 경남도는 도내 독립운동가를 알리는 표지판이나 안내판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국가보훈처에서 받은 경남 출신 독립유공자는 1039명인데, 경남도로부터 받은 서면 자료엔 486명밖에 안 되는 점도 지적했다. 왜 지금껏 우리나라 화폐에 독립운동가 한 명이 없는지 설명되는 대목이다.

방학진 실장은 지역사랑상품권에 지역의 독립운동가를 새길 것을 제안했다. 방 실장은 “지자체마다 지역 화폐가 있고, 지역마다 독립운동가도 있지 않으냐. 자치단체장의 뜻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를 책으로 배울 게 아니라 일상에서도 배울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지자체에서 조금만 신경 쓴다면 어려울 일도 아니다. 도내에는 경남·창원·남해·하동·합천 등 지자체마다 종이권으로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있고, 전통적인 꽃문양이나 명소 사진이 새겨져 있다. 지역 특성과도 무관한 꽃문양 대신 지역의 독립운동가를 지역 화폐에 새긴다면? 요샛말로 ‘개념 지자체’, ‘전국 최초’가 된다. 어느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 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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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자치행정1부 차장 (lhy@idomin.com)

<2020-09-09> 경남도민일보

☞기사원문: 독립운동가 알리기, 지역 화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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