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야스쿠니 한국인 합사 철폐 소송’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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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는 내 아버지를 해방시켜라!”
- ‘야스쿠니 한국인 합사 철폐 소송’을 시작하며

2025년 12월 23일, 일본의 침략전쟁에 군인과 군속으로 강제로 동원되어 죽음에 이른 한국인 희생자 10명의 유족이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야스쿠니 한국인 합사 철폐 소송’(사무국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이 시작되었다. 이 소송은 2001년부터 일본 법정에서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싸워 온 희생자 유족들이 일본 법원이 외면한 인권과 존엄의 회복, 정의의 실현을 위해 한국 법정에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처음 제기하는 소송이다.

그동안 이 소송을 한국에서 제소할 수 없었던 것은 한 국가를 다른 국가의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라는 국제법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과 202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국 법원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법원은 일본군 성노예제와 같은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를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불법행위가 법정지국인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경우, 국가면제를 배제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이 판결을 바탕으로 한국 법정에서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의 책임을 묻는 새로운 싸움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2025년 9월 19일 희생자의 손주 세대가 부모 세대의 투쟁을 이어받아 ‘야스쿠니 무단 합사 철폐 3차 소송’을 제소했다. 소송 원고인 희생자 박헌태의 손주 박선엽 씨는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는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가서 원치 않는 죽임을 당했고, 가해자의 논리가 녹아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돼 있다.”라며 “부모 세대가 해온 투쟁에 마지막 방점을 찍는 심정으로 소송에 임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유족들은 일본의 법정에서 식민 지배와 강제동원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와 희생자를 추모할 권리를 빼앗은 야스쿠니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번 ‘야스쿠니 한국인 합사 철폐 소송’ 기자회견에서 이희자 대표는 “언제까지 피해자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으로 남아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언제까지 내 아버지는 창씨개명된 일본 이름으로 야스쿠니에 신으로 합사되어야 하는가?”, “일본은 지금도 야스쿠니에 합사된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을 식민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이를 용서할 수 없 다. 우리가 이대로 죽어야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일본 정부는 야스쿠니 합사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은폐해 왔으며, 1965년 한일협정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다루지 않았고, 관련 명부조차 1990년대에 들어서야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이제라도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는 강제동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야스쿠니신사에서 희생자의 이름을 지워야 한다.

이 소송은 희생자와 유족의 진정한 해방과 존엄의 회복, 보편적 인권의 실현을 위한 투쟁이며,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이다.

• 김현지 대외협력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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