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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침해 분야 과거사청산작업의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가 31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열렸다.[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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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과거사 청산운동 자체가 너무나 얌전한 과거청산… ‘우리는 처벌을 원하는 게 아니라 확인을 하는거야. 진실규명만 할거야’라며 스스로 손발을 묶으면서 과거사 청산을 한 것은 아닌가.”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국정원 발전위)’의 민간위원으로 활동해 온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31일 ‘인권침해 분야 과거사청산작업의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국정원 진실위를 비롯해 경찰청, 국방부 과거사위원회의 3년 간 활동을 두고 이 같이 자문했다.
‘인권침해 분야 과거사청산작업의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 자리한 각 위원회 민간위원들과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수년 간의 위원회 활동에서 나타난 과거사 청산의 한계점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인력부족.조사권한 문제 등 이미 지적돼 온 문제는 물론 과거청산에 대한 전 사회적 공감대 마련이 시급함을 절감했다.
“단 한 명도 감옥에 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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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 진실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해 온 한홍구 교수.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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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과거사청산 작업의 평가’를 발제한 한홍구 교수는 최근 발표된 국정원 진실위 보고서를 두고 “일종의 반성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관차원의 반성을 한 것”이라며 “기관차원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개별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의 고백을 얼마나 끌어냈는가에서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 간 미뤄지던 일이지만 ‘마침내’라는 감격이 없다”며 “17개 위원회에 상근직원 700-800명 있는데, 이렇게 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져 각종 과거청산 업무를 시작했지만 단 한 명도 아직 감옥에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처벌’을 죽여 버린 과거청산”이라는 평이다.
한 교수와 함께 국정원 발전위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박용일 변호사 역시 “처벌을 할 수 있어야 진정한 화해와 청산이 될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상징적 발표이다”고 꼬집었다.
박 변호사는 특히 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국정원 측의 태도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해자) 이름을 다 지우고 안 밝히고, 간첩 조작했다는 것을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 이런 조사활동을 조사활동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국정원 측에서) 고문 얘기 절대 못 쓰게, ‘가혹행위’로 하라고 한다. 국장급이라는 사람들과 계속 씨름을 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위원회 조사 중 사법분야와 관련해 “가능한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대법관 등의 이름을 거명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적어도 법조인이 판결한 것에 책임을 지는… 그러나 국정원 쪽에선 그렇게 하면 소송이 들어와서 일을 못한다고 항변을 했다”고 밝혔다.
“‘조용수 한 사람이 인권 침해 당했다?’ 이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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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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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김동춘 상임위원은 인권침해와 관련한 과거사 청산작업이 향후 개별 사건으로의 접근이 아닌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상임위원은 “예를 들면, 민족일보 사건은 5.16 쿠데타의 규정이 없이는 안 된다. ‘조용수 한 사람이 인권 침해 당했다?’ 이거 아니다”며 “혁명재판부 합헌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유신헌법 자체의 문제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배경들과 제기되는 법적인 문제들이 공통적으로 제기될 텐데, 이를 구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며, 법조계와의 공동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상임위원은 이어 “인권침해의 문제는 결국 사법의 문제”라며 “재발방지로 본다면, 사법부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로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은 “법 해석이 달라서 사건 해결마다 부딪치게 된다”며 “(조사 사건) 어디나 검사나 판사가 나오는데, 조사에서도 뒤에 숨어 있고, 애꿎은 경찰들만 나온다. 고문했네, 안했네… 판결하는 사람들은 뒤에 빠져 있다. 이게 가장 큰 답답함”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검사들의 수사과정 적법성이나, 절차가 잘 지켜졌다면, 판사 심리가 적절했다면 인권침해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문한 경찰들보다 더 중요한 것인데 왜 빠지는가”라며 “과거 사법부 사람들은 조사대상이 될 수 없다. 권한문제 등으로 조사하기가 어렵다. 자체반성은 물론 없다. 이 문제가 좀 의제화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반향 없는 ‘조용한 과거청산’…”갈 길이 멀다”
각 기관별 ‘과거사위원회’가 활동을 정리함에 따라, 진실화해위원회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진실화해위 역시 이른바 ‘누더기 과거사법’으로 일컬어지 듯 법률 자체에서의 한계점과 조사권한의 미약함 등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점이 겹겹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에선 각종 법률안 제정과 위원회 구성 등 변화된 환경에 걸맞는 ‘과거사 청산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과거청산과 관련한 위원회가 많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향이 없다. 너무도 조용한 과거청산이다”며 “어마어마한 국가범죄가 폭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진행되는 것이 (민간위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고, 이런 것 때문에 국정원이 애초의 약속을 번복하는 것은 아닌지…”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까지 과거청산 기구들이 만들어지면서 시민사회 내에도 과거사 청산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적 구성이 된 것 같다”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과거청산과 관련한 종합적 평가를 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나름대로 성과를 가졌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후 정권에서 하나의 핑계가 될 수 있겠다. 또 다른 면죄부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의 국정원을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해 왔다. 반성했다’고 할 것”이라며 “결국 이것을 불식시키고 지속적으로 과거청산을 하도록 만드는 힘을 형성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지금까지의 과거청산 결과에 대해서 기관들의 비협조, 불철저 태도, 구조적 문제들 때문에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고 얘기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한홍구 교수 또한 “민간에서 피해자만이 주장하던 것이 이제 국가기관이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위원회를 통해 얻어진 일정한 성과를 가지고, 새로운 대책을 준비해 나가야 하는 2단계에 접어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변화된 환경에 걸맞는 과거사 청산 운동을 전개할 것을 주문했다.
김동춘 상임위원은 “진실규명의 결과는 가해자에게 가서 변화를 시켜야 하는데, 판결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재심에 모든 것을 걸면 사법부에 또 다시 면죄부를 줄 우려를 갖고 있다”며 “재심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벌일 것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 국민들에게 현제적 문제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민변 과거사청산위, 과거사청산범국민위 공동주최로 진행된 토론회에는 이명춘 진실화해위 인권침해조사국장, 염규홍 국방부 과거사위원회 조사과장, 이완범 경찰청 과거사위원회 위원, 김현태 과거청산범국민위원회 사무차장, 김희수 전북대 교수, 송호진 의문사유가족대책위 간사 등이 참석했다.<통일뉴스, 07.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