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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문화제 ‘시민의 대축제’ VS ‘그들만의 잔치’-뉴시스(0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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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수원화성문화제 ‘시민의 대축제’ VS ‘그들만의 잔치’ 
 



            개막식에 동원된 공무원들



【수원=뉴시스】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경기 수원에서 열린 수원화성문화제를 놓고 기획력의 부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의 대축제’인가 아니면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것인가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지역 문화계는 기획력의 부재가 빚어낸 따로 국밥의 재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 중심에는 전통 문화축제의 이미지를 살리기 보다는 트로트 등 일반적인 노래 공연이 많았고 시민들이 얼마나 모일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행사 장소의 선택 등 기획력 부재에 대한 지적이 많다.

무예24기, 뮤지컬 정조대왕, 정조능행차 연시,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가례 등과 같은 전통 양식을 갖춘 행사를 좀더 발굴해 무대 공연화하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 동원된 그들만의 잔치

지난 12일 오후 5시10분께 수원시청 건물 안 곳곳으로 방송이 나갔다.

이날 오후 7시에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제 개막식 행사에 모든 공무원들은 빠짐없이 참석하라는 것과 문화제 기간 중에도 될 수 있으면 행사에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오후 7시 개막식 사전행사로 공연이 열리고 있는 수원 연무대 앞 광장.

수원시청과 장안구 등 4개 구청, 동사무소 그리고 각 사업소 소속 공무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들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인 그들 앞에 담당 과장과 팀장, 동장들이 나타났다.

오후 7시40분께 개막 선언을 앞두고 사회자의 소개로 김용서 수원시장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시민과 공무원들의 숫자는 2000여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동원된 공무원들의 수가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7시부터 밤 9시까지 짧은 시간동안 열린 행사에는 수억원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동원됐다.

이 때문에 혈세는 많이 쓰고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민 정서 외면한 기획

연무대에서 개막식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같은 시각 한.중.일 음식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수원 화성행궁 앞.  밤 8시2분께 이곳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 1000여명이 음식을 맛보기 위해 줄을 잇고 있었다.

밤 8시12분께 ‘팔달문 시장거리 축제’가 열리고 있는 팔달시장 앞 복개천. 야시장과 공연장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인산인해를 이룬 이곳에 자발적으로 찾은 시민들은 무려 5000여명, 유동인구까지 잡으면 800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12일 같은 시각 화성행궁와 복개천 야시장 등에 동원된 공무원은 없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 뿐이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팔달문 시장거리 축제’에 투입된 시 예산은 불과 2000여만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로 붐볐고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먹거리와 볼거리 축제로 이어졌다. 지난 13일 오후 8시께 화서문 앞에서 펼쳐진 ‘뮤지컬 정조대왕’과 같은 날 오후 6시 창룡문 앞에서 있었던 정조시대 장용영 군사들의 ‘야조’에는 무려 3000여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4일 오전 10시30분 화성행궁 앞 무예24기 시범 공연과 같은 날 오전 11시20분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있었던 ‘혜경궁 홍씨 진찬연’에도 시민과 관광객 2000여명이 몰려 들었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자연발생적으로 마음에 드는 공연 행사를 찾고 있지만 시는 여전히 개막식 축하공연 등 시민과 관광객들이 외면하고 있는 행사기획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가 자연발생적인 집객력을 고려하지 않은 행사를 기획하는 바람에 시민의 정서는 외면한 채 예산만 축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 정체성과 특색을 저버린 행사기획

‘수원화성문화축제’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기리는 축제이다.

하지만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특색이 없고 컨셉도 맞지 않는 행사 기획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화성행궁 앞에서는 ‘한중일 국제자매도시 음식문화축제’와 ‘자매도시 음식 시식연’ 등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축제기간 동안 펼쳐졌다.

이곳에는 국내외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곳엔 우리의 문화와 역사적인 정체성은 없다. 화성행궁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파괴되고 자혜의원이 세워져 훼손됐다. 그 뒤 1996년 수원시가 ‘역사 바로 세우기’의 취지로 복원공사를 시작했고 현재도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야외 무대를 설치해 놓고 전통이나 역사와는 무관한 일본 ‘엔카’와 가까운 트로트 노래 공연을 줄곧 계속했다.

음식문화도 마찬가지다. 한.중.일 음식문화축제인데도 중국의 고유음식이 아닌 개량된 음식과 일본의 음식이 주를 이뤘다. 수원양념갈비는 해방 뒤 수원에 우시장이 형성되면서 생긴 음식문화이다. 조선 정조시대 전통 음식과는 무관하다.

결국 정조시대 화성의 문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 일본에서 온 음악을 들으면서 일본 음식 등 개량된 음식문화를 그것도 구태여 복원이 한창인 화성행궁 앞에서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수원시는 그 동안 고유 전통음식 문화를 발굴하는데 소홀했고 무예24기 등 수원화성만의 고유문화를 활성화시키려는 모습도 소극적이었다.

이 때문에 시는 우리 문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 외래문화로 가득 채운 행사를 그것도 역사 복원이 한창인 화성행궁 앞에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역 사학계 한 인사는 “몸과 옷이 맞지 않는 어색함도 문제지만 그런 모습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보여준다는 게 서글프다”고 말했다.



▲ 대안과 방향

지역 문화계는 이런 축제 관행에서 벗어나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대안으로 먼저 행정편의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꼬집고 있다.

지역 정체성과 시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행사 준비에만 급급하다보니 막대한 예산을 들여 업체를 동원한 ‘행사 치르기’에만 열중했다는 지적이다.

문화계는 사전에 지역 전통 음식문화를 발굴하고 역사성을 갖춘 공연문화를 기획하는 자세와 태도의 부재를 꼬집었다.

이는 수원시가 행사 전반을 기획하고 수원문화원은 시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한계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1년 내내 외국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데 축제기간 동안에도 우리 고유의 문화와 지역 정체성이 있는 특색있는 문화를 호흡할 수 있는 행사 기획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애써 수원에서 다시 반복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셈이다.

세계문화의 도시 ‘수원’이라는 시정 홍보에 걸맞게 전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수원에서만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구상을 수원화성문화제의 컨셉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계 한 인사는 “우리 고유의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도 있다”며 “세계문화도시라는 설정에 맞추려면 끊임없이 발굴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문화원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한중일 음식문화 축제를 화성행궁 앞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양한 기획력을 가지고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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