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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 선생 팔순 큰딸 눈물 “이제야 50년 한 풀어”-경향신문(0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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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 선생 팔순 큰딸 눈물 “이제야 50년 한 풀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쁩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왔거든요. 50년 동안 그렇게 많은 정권이 바뀌면서도 한번도 안되더니 이제야 겨우 원을 풀었습니다.”

죽산(竹山) 조봉암 선생의 사형이 당시 이승만 정권의 정치탄압 때문이었다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이 나온 27일 장녀 호정씨(80)는 연방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조씨는 “욕심 부리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니 이렇게 좋은 일도 있다”면서 “추석 전에 (위원회로부터)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귀띔을 듣고 아버님 묘소를 찾아 아버님께 인사를 드리고 왔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무죄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추호의 부끄럼 없이 평생을 살아왔다는 조씨는 그러나 지난 세월을 회상하면서 목이 메이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조씨는 “지금이야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그간 가족들의 심적인 괴로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면서 “그래도 아버님의 길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에 힘든 시절도 잘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진실화해위로부터 공식 결정문을 받아보지는 못했지만 결정문이 도착하는 대로 진보당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조씨는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면서 “나라에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해준 만큼 더 큰 욕심은 없다. 다만 재판을 다시 받아 억울한 판결을 되돌려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최근 국무조정실이 ‘권고사항 처리단’을 설치, 진실화해위의 권고사항을 적극 수용키로 한 만큼 조봉암 선생에 대한 이번 결정도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진실화해위가 진보당 사건 때문에 독립유공자 선정에서 배제된 조봉암 선생을 유공자로 인정하라고 권고한 만큼 좌파계열 독립유공자로 재평가될 길도 열렸다.

조씨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만큼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차근차근 일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학계도 이번 결정을 크게 반겼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은 “권위주의 시대 공권력에 의한 인권말살이 어떤 수준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평화통일을 주장한 조봉암 선생의 뜻이 평화통일의 든든한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실장은 “권위주의시대 국가 테러리즘에 사법부조차 동조했던 사실을 분명히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사건 자체만이 아니라 조봉암 개인에 대한 사회적·학술적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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