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훈장 받은 고문과 조작의 책임자·기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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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훈장 받은 고문과 조작의 책임자·기술자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

1. 서훈 취소 운동의 시작은 『친일파 99인』

정부는 2026년 7월 21일 국무회의를 열고 12‧12, 5‧18 및 계엄업무(1980~1981년) 관련자와 간첩조작사건 관련자 등에게 수여되었던 부적절한 정부포상을 대대적으로 취소했다(167명 198점). 1964년 3월 1일 「상훈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의 서훈 취소이다.

서훈 취소가 정치·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1993년 2월 문민정부 출범과 더불어 『친일파 99인』(전3권)의 발간으로 촉발되었다. 이 책에는 김성수 등 당시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인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여론의 반향이 컸고 이로 인해 김영삼 정부는 친일청산 문제를 개혁과제의 하나로 판단했다. 그 결과 정부는 1996년 서춘, 김희선, 박연서, 장응진, 정광조 등 5명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취소했다. 이후 서훈 취소는 국가 권력-시민, 가해자-피해자, 보수-진보 간 기억운동 또는 기억정치의 격돌장이 되고 있다. 서훈 취소는 단순한 사회적 명예와 평판의 실추·저하에 그치지 않고 서훈에 수반되는 물질적·경제적 혜택 박탈, 나아가 권력자에게는 국가폭력에 대한 예방과 민주시민교육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따라서 고문과 조작을 수단 삼아 국가폭력을 자행한 인사들에 수여된 서훈에 대한 지속적 취소 요구가 필요하다.

2. 반헌법적 행위·간첩조작사건 관련자 역대 최대 규모 정부포상 취소

역사적 퇴행을 거듭하던 윤석열 정권 시기에 2023년 11월 영화 <서울의 봄>과 2024년 12‧3 내란은 과거사 청산이 현재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했다. 그러던 중 2025년 10월 국가보훈부는 제주4‧3 학살 책임자 중 한 명인 박진경을 을지무공훈장 수훈을 근거로 국가유공자로 지정했고 이에 시민사회가 반대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 2026년 1월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인천 미법도 간첩 사건, 구로농지 소송사기사건 관련자 11명, 3월 12·12 군사반란 가담자 10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2026년 3월 25일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 사망했고 이근안과 박처원에게 수여된 훈장이 아직도 취소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에 3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에 글을 올려 경찰의 전수조사에 대해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이나 당연한 조치”라며 “국가폭력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 배제법도 꼭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박진경과 이근안의 죽음이 서훈 취소조치를 촉발한 사건으로 작용했다.

이어서 정부는 7월 21일 12‧12, 5‧18 및 계엄업무 관련자가 1980~1981년에 수여 받았던 무공훈·포장 76명 76점(국방부 소관), 1960~1990년대 발생했던 간첩조작사건 등 관련자의 훈‧포장과 대통령 표창‧국무총리 표창 20명 36점(경찰청 소관), 71명 86점(국정원 소관) 등 91명에서 수여된 서훈 총 198점의 정부 포상을 취소했다. 주요 서훈 취소 대상자로 강민창, 박처원, 권한수, 윤재호, 양덕환, 홍승상, 김수현, 백남은(이상 경찰), 성용욱, 박재훈, 황태준, 윤종원, 심상동(이상 안기부)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책임자들이면서 동시에 독재 권력을 유지, 강화하고 관련 기구를 통해 통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해당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지휘하는 핵심적 지위를 가졌다.

<표 1> 경찰 상위 직급자 서훈 취소 현황

이름 최고 직급 서훈 취소 내역
강민창 치안총감 보국훈장 삼일장, 보국훈장 천수장, 홍조 근정훈장, 보국훈장 국선장
박처원 경무관 녹조 근정훈장, 대통령 표창(2회), 홍조 근정훈장
권한수 경무관 보국훈장 삼일장, 대통령 표창, 홍조 근정훈장
윤재호 총경 보국훈장 삼일장
양덕환 경감 보국훈장 광복장
홍승상 경감 보국포장, 대통령 표창(2회), 보국훈장 광복장, 보국훈장 삼일장, 홍조 근정훈장
김수현 경감 보국포장, 근정포장
백남은 경감 대통령 표창, 옥조 근정훈장, 보국훈장 광복장
성용욱 1급 보국훈장 천수장
박재훈 특2급 보국훈장 삼일장
황태준 2급 보국훈장 천수장
윤종원 2급 보국훈장 천수장
심상동 2급 보국훈장 천수장
명수근 3급 보국훈장 천수장
배상채 3급 보국훈장 천수장
김영룡 3급 보국훈장 천수장

<표 2> 취소 대상 사건별 서훈 현황

사건명 훈격별
계 훈장 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무죄판결 간첩사건 45 20 3 12 10
부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2 1 1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사건 9     5 4
2018년 소계 56 21 4 17 14
무죄판결 간첩조작사건 6 6      
재심 권고 무죄판결 간첩조작사건 2 2      
2019년 소계 8 8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인천 미법도 간첩 사건
구로농지 소송사기사건(2026. 1)
11 6 5    
12·12 군사반란(2026. 3) 10 10      
12·12, 5·18 및 계엄업무(2026. 7) 76 71 5    
간첩조작사건(2026. 7) 122 34 20 47 21
2026년 소계 219 121 30 47 21
총계 283 150 34 64 35

3. 과거사 청산 ‘무풍지대’에 있는 고문과 조작의 검사들

간첩조작사건의 경우 크게 국정원(중정, 안기부), 경찰, 보안사가 가해의 주체인 것은 분명하지만 해당 사건들이 사법절차에 따라 처리되기 위해서는 검찰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재심 무죄 사건의 경우에도 담당 수사관과 함께 담당 검사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각종 조작사건이 자행될 당시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수사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형집행권 등 형사사법 절차의 시작부터 끝까지 독점적, 절대적 권한을 가진다는 점에서 조작사건의 조력자를 넘어 배후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간첩 조작 및 고문 가담자로 서훈이 취소된 검사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인지 지난 4월 법무부는 1955년부터 71년간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에게 수여된 훈‧포장 및 표창 2만여 건의 구체적인 공적 사유를 검증하는 전수조사 작업을 시작했다. 재심 무죄판결이 났음에도 여전히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대표적인 사건과 검사들은 <표 3>과 같다.

<표 3> 조작사건 관련 검사·수사관

사건명(연도) 검사 수사관
구로 농지 사건(1968) 황재택  
오성재 사건(1974) 이한동 조인규 홍승상 이봉구
전민학련·전민노련 사건(1981) 안강민 임휘윤 김경한 박순용 최평선 유장환 김수현 이충웅 이규이 이근안 박용태 성지현
이헌치 사건(1981) 정형근 오희명 정준구 김이전 양일근 박원삼 고병천
김광호 사건(1983) 이사철  
허철중 사건(1984) 정진규  
정삼근 사건(1985) 정현태  
김근태 사건(1985) 정현태 김수현 김영두 최상남 백남은
심진구 사건(1987) 신건수 정형근(안기부 파견) 구자호

구로 농지 사건에 관여한 김해영(중앙정보부)은 2026년 1월 홍조 근정훈장이 취소되었고 이 사건은 2011년 11월 29일 재심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담당 검사였던 황재택은 2010년 언론 인터뷰에서 “수사 결과에 대해 지금도 자신하고 있으며, 가혹행위나 상부의 압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성재 사건을 담당한 이한동 검사는 후에 국무총리 등을 역임했다. 전민학련·전민노련 사건을 담당한 안강민 검사는 서울지검장을, 임휘윤 검사는 부산고검장을, 김경한 검사는 법무부장관을, 박순용 검사는 검찰총장을 각각 지냈다. 이헌치 사건, 심진구 사건을 담당한 정형근 검사는 2026년 6월 부산북구 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동훈의 후원회장으로 나섰다. 김광호 사건의 이사철 검사는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허철중 사건의 정진규 검사는 법무연수원장을, 정삼근 사건의 정현태 검사는 대구고검 부장검사를 지냈다.

4. 어떻게 할 것인가

대대적인 서훈 취소에도 몇 가지 궁금증과 과제가 남는다. 우선 누가, 왜, 어떤 사유로 서훈이 취소되었는지 국민은 알 길이 없다. 오히려 대한민국 상훈 사이트에서마저 이름이 삭제되어 더더욱 오리무중이며 서훈 취소의 긍정적 정책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둘째, 재심 무죄나 인권침해 사건 관련으로 수여된 서훈 외에 장기근속 표창 등은 그대로 남겨도 되는 것인가(강민창, 박처원, 임동구, 김학구 등 사례).

셋째, 서훈이 취소되었어도 여전히 국립묘지 안장은 유지되어도 좋은 것인가. 실제로 신군부 핵심 김윤호(1930~2013, 전 합동참모의장, 육군 대장)는 2006년 서훈이 취소되었으나 여전히 국립대전현충원 장군 제2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2026년 7월 서훈 취소된 김종곤(해군 대장), 하나회 핵심으로 노태우 당시 9사단장의 참모장을 지낸 백운택(1933~1982, 육군 소장) 역시 각각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 장군 제1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12·12 당시 보안사에 근무하면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수사에 앞장섰고 재직 시 부정 사건에 연루되어 보직 해임된 김대균 대령 역시 서훈은 취소되었으나 여전히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 있다. 국가 서훈의 취소와 국립묘지 안장의 유지라는 모순을 국민들이 감내해야 하는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이자 정책적 제언으로서, 가장 먼저 서훈 취소 대상자 명단 공개를 가로막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비공개 대상 정보)를 개정해야 한다. 국가 서훈을 널리 알리는 것이 「상훈법」의 입법 취지이자 정책의 합목적성에 부합하듯이 서훈 취소 또한 서훈의 영예성 제고 측면에서도 국민에게 당연히 알려야 한다.

둘째, 불법행위 이전의 정상적 활동으로 받은 훈포장까지 취소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서훈에 수반되는 물질적·경제적 혜택을 넘어 당사자에게 지속적인 영예 제공, 과거 활동에 대한 정당성 부여 그리고 후속 세대에 대한 시민교육과 나아가 사회통합 기능 등을 감안해야 한다. 즉 서훈 수여와 보유 그 자체가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훈 취소의 사유를 국가의 정체성에 반하는 중대 행위까지 확대하고,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서도 사후적으로 국가적 명예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한 「상훈법」 개정안(문대림 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상훈법」 「국가유공자법」 「국립묘지법」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서훈 취소 문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지만 어느 정부도 선뜻 해결하지 못했다. 이제는 정의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보훈 관련 3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조계원 국회의원이 서훈 취소된 사람을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립묘지에 안장된 뒤 서훈이 취소된 경우에는 국가보훈부 장관이 유족에게 국립묘지 밖의 장소로 이장하도록 명할 수 있게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끝으로 이 글에서 밝힌 서훈 및 취소 현황은 정보 접근의 제한 때문에 정확성 면에서 부실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가 있으나 정부 차원의 서훈 취소 작업 지속과 민간 차원의 국가폭력 가해자 드러내기가 지속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26년 1월과 5월 각각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나치 명단을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가 개설되었다. 8월에는 배우 하영 논란으로 뜨거웠다. 이처럼 서훈 취소된 사람을 비롯해 국가폭력 가해자를 누구라도 언제 어디서나 검색 가능한 사회적 문화가 조성된다면 고문과 조작의 책임자·기술자들이 훈장의 화려함 속으로 숨을 수도 없고 역사 정의의 심판을 회피할 수도 없을 것이다.

※ 이 글은 2026년 9월 18일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2026 과거사 연구자‧활동가 대회’에서 발표한 글을 발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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