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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오세훈 공문에 6개국만 동의… 200억 6.25 감사정원 졸속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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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 기증’ 참전국은 22개국 중 고작 6개국에 불과, 미국 등 ‘불가’… 서울시 “추후 받으면 교체해 갈아끼울 것”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6·25 참전국과 참전군인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을 조성 중인 가운데, 1일 오전 한 시민이 공사 현장을 보며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6.25 전쟁 22개 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조성하기로 한 ‘감사의 정원’ 사업이 애초 계획과는 달리 참전국 가운데 일부 국가만이 석재 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서울시는 참전국 22개국에서 석재를 기증받아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내에 5.7~7m 높이의 조형물 22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그중 6개국만이 석재 기증에 동의한 상황이다.

특히 22개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을 참전시킨 주요 참전국인 미국·영국·캐나다의 경우 서울시의 석재 기증 요청에 아예 기부 불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참전국에 협조도 구하지 못한 채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 치적쌓기용 광장 사유화’라는 비판에 이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가 9월 말 입수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의 ‘감사의 공간 추진사항 보고’ 문서에 따르면, 지난 9월 5일 기준으로 석재를 (기존 서울시에서 요청한 크기가 아닌) 작은 크기라도 기증하겠다고 밝힌 국가는 그리스·독일·스웨덴·노르웨이·룩셈부르크까지 총 5개국이다. 독일은 베를린 장벽의 일부를, 스웨덴은 서울 중구의 주한 스웨덴 대사관 관저 내 석재를 기증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와 룩셈부르크는 ‘작은 크기’의 석재를 기증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영국·미국·덴마크·뉴질랜드·네덜란드·필리핀·캐나다까지 총 7개국은 기부가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나머지 이탈리아·프랑스·태국·콜롬비아는 여전히 ‘검토 중’인 상황이다.

감사의 정원은 지난 2월 오세훈 시장이 설계공모로 진행된 당선작 ‘감사의 빛 22’까지 공개하며,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이다. 올해 9월 기준으로 예산 203억 원(서울시의회 322회 임시회 업무보고 자료)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오 시장이 처음 조성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는 108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9월 29일 <오마이뉴스>에 “(인도를 포함해) 현재 6개국이 (석재를 기증하기로) 확정됐다. 꼭 준공 시점에 맞춰서 22개국 석재를 기증받겠다는 것은 아니었다”라면서 “나머지 나라의 경우 조형물이 완성돼 추후라도 기증해주면 제작해서 (해당 국가의 석재를) 교체해 갈아끼울 수 있게끔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사정도 있고 그렇다 보니 우리가 꼭 그 나라의 석재를 써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6.25 당시 참전해줘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서울시는 일부 언론에 기증받지 못한 돌기둥에 대해서는 석재를 직접 구입해 세운다는 방침이 있다고 밝혔다. 당초 올해까지였던 완공 시기도 2026년 4월(2025년 9월 기준)으로 조정됐다. 광화문광장에 22개국에 한국까지 포함해 총 23개의 돌기둥이 하늘로 향해 빛을 쏘는 ‘받들어총’ 형태로 디자인 될 계획이다.

서울시장까지 “매우 촉박한 일정”이라고 나섰으나… 대부분 참전국 ‘불가’ 의사

▲6.25 전쟁 22개 참전국 상징 조형물 ‘감사의 정원’ 조성터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6.25 전쟁 22개 참전국을 상징하는 조형물 ‘감사의 정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1일 조성이 예정된 터가 조용하다. ⓒ 이정민

서울시는 지난 2월부터 3차례에 걸쳐 각 주한 대사관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사업설명회를 열면서 각국에 석재 기증을 요청했다.

임종국 시의원(더불어민주당, 종로2)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름으로 지난 2월 참전국 22개국에 서한을 보내 석재 기증을 요청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매우 촉박한 일정에 대해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당시 서한에 첨부된 설명 자료에는 “자연석 재료는 2025년 6월 말까지 서울에 도착해야” 하며, “현지에서 채굴되고 각 국가의 고유한 가치를 대표할 수 있는” 석재로, “가로, 세로, 높이 2m 크기의 원석 블록”이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공사 기간 또한 2025년 12월까지로 예정돼 있다고 적시돼 있었다.

그러나 5월 말 보낸 2차 서한에서는 해당 사업이 “2026년 2월로 연기됐다”면서 “돌 크기도 기존 사양에서 축소해 조정 가능”하며, “기증 가능 여부 확정을 2025년 8월 말까지로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석재 기증이 여의치 않자 조건을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각 대사관에 ‘감사의 정원’ 취지를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한국이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은 없었다. 감사의 정원은 이들의 공헌을 영원히 기억하고 깊이 감사함을 전하기 위한 우리의 방법”라고 밝혔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전용 공간이 없다’는 건 명백한 거짓”이라며 “이미 6.25 참전국과 참전용사를 기리는 상징물이 용산 전쟁기념관부터, 부산 유엔기념공원, 오산시 유엔군 초전기념관, 수원 프랑스군 참전기념비 등 70곳 이상으로 너무나 많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사업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등 역사·시민단체에서는 지난 9월 16일 “어느 나라도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장소에 외국 군대에 감사하는 시설을 두지 않는다”면서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광화문광장은 시장의 치적쌓기용 사유물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관련 기사 : “전국에 이미 70곳, 또 광화문에 500억 돌기둥? 광장이 오세훈 사유물인가” https://omn.kr/2fchi)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6·25 참전국과 참전군인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을 조성 중인 가운데, 9월 18일 오전 공사 현장을 둘러싼 가림막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글: 유지영(alreadyblues) 사진: 유성호(alreadyblues) 이정민(gayon)

<2025-10-02>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단독] 오세훈 공문에 6개국만 동의… 200억 6.25 감사정원 졸속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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