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오마이뉴스] “전국에 이미 70곳, 또 광화문에 500억 돌기둥? 광장이 오세훈 사유물인가”

534

6.25 관련 ‘감사의 정원’ 사업 비판 기자회견… “참을 수 없는 모멸감, 낭비 공사 중단하라”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25 전쟁 참전국과 참전군인들을 기억하는 ‘감사의 정원’ 조성사업에 대해 “오세훈 시장의 치적 쌓기용으로 광화문광장을 사유화하는 형태를 반대한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어느 나라가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장소에 외국 군대에 감사하는 시설을 둔단 말인가?”

민족문제연구소 등 200여 개 역사·시민단체가 광화문 광장에 조성 예정인 6.25 참전국 관련 ‘감사의 정원’ 사업을 철회하라고 오세훈 서울시장에 요구했다. 이들은 16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화문 광장은 시장의 치적쌓기용 사유물이 아니”라며 “시민들이 힘을 내어 몰역사적인 조형물 조성 사업을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감사의 정원은 6.25 참전국 22개국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게 될 공간으로 지상에는 7m 높이의 화강암 돌기둥 22개가, 지하에는 참전국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설이 조성된다. 500억 원에 달하는 공사비가 들어가는 감사의 정원 조성 사업은 12.3 내란 사태 후 윤석열 탄핵 요구 국면이던 지난 2월 발표됐다.

“참전국에 당연히 감사, 다만 광화문은 민주주의 상징”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옆에서 6.25 전쟁 참전국 ‘감사의 정원’ 조성사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가림막으로 둘러진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유성호

비가 쏟아지는 중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대로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하늘에 계신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님도 이건 아니라면서 비를 내리게 한다”며 “그간 내란범을 척결하느라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더니 광화문 광장에 500억짜리 대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까맣게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감사의 정원이 세종대왕 동상과 세종문화회관, 조선어학회 한말글 수호기념탑의 한 가운데 들어서는 점을 지적하며 “오 시장은 한글을 빛내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만든 한글 글자마당을 몰아내고 저런 흉물을 세우겠다며 찾아와 허락을 구했다”고 지적했다.

임종국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서울시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계속 막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시의원 수가 1/3이 되지 않아 합법적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며 “설계가 다 끝나 곧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다시 공사를 되돌려 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25 전쟁 참전국과 참전군인들을 기억하는 ‘감사의 정원’ 조성사업에 대해 “오세훈 시장의 치적 쌓기용으로 광화문광장을 사유화하는 형태를 반대한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6.25 참전국과 참전용사를 기리는 상징물이 이미 전국에 70곳 이상으로 충분히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이미 너무 많은 공간이 있는데 또다시 그것을 능가하는 것을 대한민국 심장부에 만들겠다는 의도가 무엇일까”라면서 “오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곳이 한미 동맹의 상징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내한한다면 자기가 대통령을 모시고 감사의 정원을 참배하는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절대로 만들지 못하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이기도 한 윤경로 한성대 명예교수 또한 “6.25 전쟁 때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온 분들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이 왜 없겠나”라며 “(다만) 그런 곳은 이미 전국에 여러 군데 있다. 오 시장께서 사업을 철회하기를 역사학자의 한 사람이자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이곳 광화문 광장은 박근혜 국정농단에 항거해 일어난 촛불항쟁의 성지고, 윤석열 내란에 투쟁했던 곳”이라며 “한국의 민주주의 정신을 펼쳐나갈 상징적 공간에 전쟁의 흔적을 다시 세우려 하고 있다. 그 발상에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시민들이 알게 됐기에 500억 원 씩 들여 낭비하는 공사를 중단하고 취약 계층에게 실질적인 복지 지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6.25 전쟁 참전국과 참전군인들을 기억하는 ‘감사의 정원’ 조성사업에 대해 “오세훈 시장의 치적 쌓기용으로 광화문광장을 사유화하는 형태를 반대한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글: 유지영 사진·영상: 유성호

<2025-09-16>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전국에 이미 70곳, 또 광화문에 500억 돌기둥? 광장이 오세훈 사유물인가”

※관련기사

☞연합뉴스: 광화문 ‘감사의 정원’에 시민단체 “광장 사유화” 비판

☞위메이크뉴스: 오세훈 시장 추진 ‘감사의 정원’, 광화문 광장서 찬반 갈등 확산

☞연합뉴스TV: 시민단체, 광화문 ‘감사의 정원’ 조성사업 철회 촉구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