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원마당]
AI로 재현한 그날의 생생한 이야기 ‘청년, 불꽃을 꿈꾸다―부민관 폭파 의거 다큐멘터리’ 제작 소회
김욱환 프로젝트 AI 수퍼바이저, ‘표현하는 나무’ 대표
민족문제연구소가 수행한 광복 80주년 ‘경기도 독립운동 자료 수집 사업’ 영상제작 수행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출자한 기획사인 민연주식회사에서 진행했다.
나는 콘티, AI 영상 수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연구소 김세호 PD가 총괄 PD,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았고, 작가 경력 17년차 사학과 출신인 변지혜 작가가 멋진 글을 써주었다. 그리고 연구소 오경아 씨가 AI 소스를 멋지게 편집해 후반작업을 완성해 주었고, 최하연 씨는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는 전 과정이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자료조사부터 촬영, AI 생성까지 많은 일들을 처리해 주었다.
부민관은 현재 서울시의회로 사용되고 있다. 구조는 출입구의 위치나 화장실, 복도 등의 배치가 많이 바뀌었지만 큰 뼈대는 그대로라고 한다. 한편 2025년 7월 24일 부민관 폭파의거 80주년으로 경기도 화성시 독립운동기념관에서 특별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사전 미팅에서 AI로 역사 다큐가 제작 가능할까 하는 질문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2025년 초반 당시 ‘나노바나나’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과도기적 생성형 AI가 여러 개 쏟아져 나오던 그때, ‘VEO3’가 출시되어 ‘클링(Kling)’과 경쟁하던 시기였다.
스테이블 디퓨전에 이것저것 설치해서 커스텀을 공부하며, 파이어 플라이로 AI 영상 제작을 처음 공부하며 맛보고 있을 때라서 데이터나 소스에 대한 비중을 크게 가져가는 작업방식을 추구했다. 애초에 그림꾼이었고 기획자였는데 장면을 하나씩 구성하는 건 감독이 의도한 대로 가주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2025년 7월, AI 영상을 몇 가지 샘플로 만들어서 연구소 제작팀과 미팅을 가졌다. 미팅을 통해 인물, 배경, 동작 연출면에서 생성형 AI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을 감안해 PD가 작업 설계 및 가능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주었고, 그걸 토대로 한정된 자원과 인원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작업 플로어를 짜주었다.
첫 미팅 때 제출했던 인물 복원 샘플이다. 조문기 지사님의 옛 사진으로 해상도 및 컬러 그리고 간단한 동작을 연출했다.
두 번째 샘플은 의상 변경과 동작 샘플, 마지막 세 번째 샘플은 건물과 배경의 복원 샘플. AI 영상 제작의 가능성을 보기 위한 자리였다. AI로 생성이 안 되거나 너무 어색한 부분 또는 리소스나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는 부분은 무리하지 않고 연구소의 자료를 활용하거나 스토리 텔러의 역할로 대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기획회의가 여러 차례 진행되고 나서 늦여름에 변지혜 작가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이후 김세호 PD가 스토리보드로 만들고 편집 대본을 완성해주었다. 이제 AI 영상 제작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었다.
#1. 콘티
먼저 나는 신(Scene)별 콘티 스케치를 시작했다. 스토리보드를 받아들고 콘티 스케치를 모아 PD, 작가와 회의를 거듭했다. 플롯과 시각적 효과의 밀도를 점검하고 순차적으로 수정과 보완을 진행한다.
광복 전 마지막 의열투쟁이었던 부민관 폭파장면의 경우 부민관 건물이 대폭발하는 게 아니라 실내에서 행사가 저지되는 수준의 폭발이었다는 기록에 입각해 폭발의 위치와 정도를 콘티에 최대한 사실적으로 녹여냈다.
참고로 나는 캐릭터 일러스트 18년차이다. 노트북과 포토샵, 와콤 태블릿을 사용한다. 노트북을 메고 다니며 어디서든 작업가능한 백팩커로서 25년을 살아오고 있다.
#2. 인물과 배경 생성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상이라 옛날 사진 몇 장과 동시대 기록들이 데이터로 최대한 검증, 활용되었다. 자료 확인은 김세호 PD와 민족문제연구소가 아주 방대한 범위, 디테일한 부분까지 체크하며 AI 생성의 한계를 감안해 절충해주었다.

유만수, 조문기, 강윤국 지사의 사진을 AI를 활용해서 고해상으로 복원했다. 세 분의 만남과 의거 당일, 중년이 되어 만났던 막걸리 회상 장면의 생성 복원 역시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복원 생성되었다.
소스를 활용하는 경우 톤앤매너가 다른 사진을 활용한다면 생성 결과물도 색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기 다른 소스들의 조합과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포토샵을 놓을 수 없었다. 색보정과 편집을 위한 다양한 소스 구성을 기본으로 해서 팀에서 의도한 대로 장면을 만들어갔다.
인물의 소스는 나노바나나와 클링으로 생성하며 PNG 소스를 시트로 확보해두었다. 왜냐하면 장면을 수정 편집할 수 없다면 영상과 영화 업계에서는 위험부담이 큰 부분이 더 많아진다.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AI를 쓰기는 하지만 수정이 불가하다면 더욱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이미지 소스를 생성하고 인물들이 대사를 하는 장면을 테스트했다.
AI로 생성된 인물들이 대사하고 연기하는 장면은 구글 FLOW를 통해서 주로 생성했다. 한번에 4개씩 생성되는데 가장 잘 나온 컷으로 편집팀에서 활용해주었다.
구글 FLOW와 클링으로 영상 생성을 진행하는데 한번에 잘 나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하지만 보통 16~20개 정도 생성하는 동안 프롬프트를 수정 보완하며 원하는 대사와 연기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수정 조정하는 작업을 몇 차례, 혹은 수십 차례 거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비용 결제를 하고 크레딧을 쓰면서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빠져나가는 상황으로 크레딧이 차감되는 것을 보면서 무시무시하다고 생각되었다.
프롬프트도 해당 프로젝트의 데이터나 상황에 맞춰가는 시간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느꼈다. 모든 경우의 수에 딱 맞는 답이 없었다. 코드 알고리즘처럼 수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단순 반복 생성을 위한 반복성 프로젝트에 좋고 크리에티브가 필요한 분야는 정갈하게 준비한 데이터를 AI가 자유롭게 확장하는 과정을 보며 수정해가는 방법이 더 유효하다고 생각했다.

배경의 경우 아래와 같이 일러스트를 그려서 AI를 이용해 생성했다. 일러스트—빈공간—인물, 디자인 추가 생성 순서로 기초 데이터를 쌓아가는 흐름의 작업을 추천한다. AI 영상 제작을 하면서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만들고 소스 데이터를 별도로 구성하고 보관하는 제 방식은 편집 디자이너 활동을 15년 넘게 하면서 체득한 저의 과거 루틴이기도 하다.
3~4개월 동안 40분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무리다 싶을 정도로 작업과정이 지난했다. 하지만 김세호피디와 함께 짧은 시간이지만 정확한 판단으로 최소한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AI를 공부하며 이해도를 끌어올려 겨우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요즘 숏품을 제작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요즘 공부하느라 책을 보다가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AI가 나오기 전에도 시간과 효율이 최우선이었던 영상제작 분야의 상황을 지켜본 결과, 우리는 AI라는 굉장한 도구를 손에 넣은 것은 분명하다. 꾸준히 걸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인 듯하다. AI 기술의 업데이트가 한 달에 몇 번씩 일어나니까.
독립영화나 에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저 역시도 시나리오와 콘티를 작업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AI가 등장하여 좋아진 것은 콘티와 시나리오를 즉시 샘플링해 볼 수 있다는 점인데 여기서 크레딧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작업노선을 추구하는 것이 관건이라 본다.
AI가 있으면 모두 혼자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조금 들떠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멤버들의 전문성이 15년 이상의 ‘고수’들과 함께 작업하다보니 AI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강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2025년 7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프로젝트를 노트북을 메고 전국에 수업을 다니면서 틈틈이 즐겁게 작업했다. 일이 고되고 괴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즐거운 프로젝트였다.
스테이블 디퓨전을 공부할 때 큰 벽을 느꼈던 그래픽카드나 고사양 PC 환경, 코드 세팅 등 압박 없이 인터넷만 되면 날개를 펼칠 시대로 한 발 다가서며 문득 뒤를 돌아본다.
AI 영상 제작을 위해 드로잉하며 포토샵으로 소스를 구성하고 저장하던 밤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그림꾼의 AI 시대 살아가기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나로선 캐릭터 디자이너, 캐릭터 애니메이션 강사로서의 한 고비가 이렇게 넘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 파도가 아주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노트북을 매고 다니는 미니멀 라이프로서 새로운 도전과 같은 이번 프로젝트에 정말 감사했다. 끝으로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이 AI로 복원된 조문기, 유만수, 강윤국 세 지사의 활약을 즐겁게 감상하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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