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국회로 한달음에 달려간 최화식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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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국회로 한달음에 달려간
최화식 장군

방학진 기획실장

홍범도 흉상 철거 시도와 급기야 12·3 내란을 계기로 우리나라 사관학교 교육 내용이 궁금했다. 육사·해사·공사·간호사관학교의 『교육과정집』을 통해 우리 헌법 전문에서 명시하고 있는 독립과 민주주의 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했다. 그 결과 네 곳의 사관학교 모두 『한국사』 교과목이 1학년 교양필수로 지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를 한 학기 동안 교육하는 까닭에 독립운동사 이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민주주의 관련 과목은 해군사관학교와 간호사관학교에만 각각 전공필수, 교양선택으로 개설되어 있어 민주주의 관련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채 졸업하는 사관학교 생도가 태반임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사관생도들에게 수준 높은 민주시민 교육 이수가 필수불가결하다. 더불어 고위급 예비역 장군들도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

때마침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예비역 장성들의 시국성명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1월 7일 ‘내란수괴 윤석열의 체포 구속 및 파면을 요구하는 대한민국 예비역 장군 시국성명’이 나왔다. 12·3 내란 이후 예비역 장군들의 첫 시국선언이었다. 성명에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 국회의원과 황인권 전 제2작전사령관, 김도균 전 수방사령관을 비롯해 황기철, 부석종, 김도호, 김태성, 진호영, 이재각, 최화식, 김사진, 하영재, 김기노, 이진용, 김용식, 문원식 등 육군·해군·공군 예비역 장성들이 동참했다. 이중에서 12월 3일 비상계엄 발표 직후 용인 자택에서 여의도 국회로 달려간 최화식 장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비상계엄을 TV에서 보면서 ‘이거 미친 거 아냐? 아, 정말 미쳤구나’ 하는 외침과 동시에 식구들에게 짐을 싸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앞으로 3~4일 동안 집에 안 들어올 것을 각오하고 집을 나서 국회로 갔습니다. 국회 정문 앞에 도달하니 200여 명의 시민들이 이미 ‘계엄 철폐, 독재타도’를 외치고 있었고 저도 함께 외쳤습니다.

최화식 장군은 김용현 전 장관과 동기인 육사 38기로 1982년 육사 졸업 즈음에 30년 후에는 통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북방을 지키겠다는 각오로 기갑병과 소위로 임관해 육군 제3기갑여단장과 육군기계화학교장 (육군 소장)을 마지막으로 36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2014년 전역했다.

전역한 지 벌써 11년이 지났지만, 통일은 요원하고 하릴없이 나이를 먹는 것이 너무 슬픕니다. 그러한 와중에 김용현을 비롯한 소수 군인들의 일탈로 내란이 일어났는데 아직도 일부 군 엘리트 집단은 극우적 성향입니다. 이것은 큰 문제이며 과거 하나회, 알자회 등의 군내 사조직의 정신적 성향이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조적 문제는 법령에 ‘정당한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라는 명시는 있으나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지 말아야 한다(책임을 져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입니다. 또한 직속상관 계통의 군사반란 징후 발견시 보고할 수 있는 체계가 없습니다. 군 통수 계통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헌법기관이 있어 군 통수 계통의 군사반란 징후를 보고할 수 있는 체계를 구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헌법수호청’이 있습니다. 국군방첩사가 그런 보고를 접수하여 조치해야 하는 부대이지만 이는 군 통수 계통에 포함된 기능이어서 군 통수 계통에 의한 군사반란 징후를 보고하기에는 부적절한 부대입니다.

내란은 12·3 당일 군인들에 의해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여전히 역사반동세력은 군대와 학교에도 침투해 있지 않은가. 최화식 장군 역시 그 점을 명확히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장병들에게 헌법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장교 양성과정, 복무기간 진급자 보수교육과정 등에서 헌법교육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장교 양성과정에서 국가폭력의 잘못된 사례들을 교육하고 4·3평화공원, 5·18국립묘지 등을 참배하여 이를 내면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별도로 중고교 학생들의 안보교육 과정에 대한 개혁도 필요합니다. 극우적인 성향의 교관이나 교수들이 젊은 학생들에게 잘못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잘 관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파주 임진각 일대에서 이뤄지는 안보관광 내용을 보면 땅굴 견학이 단골로 들어가 있다. 속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대개 예비역 장성들은 안보(반공) 관련 단체를 만들어 국민 세금으로 반시대적, 반통일적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일명 ‘태극기 부대’의 주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화식 장군은 현재 (사)해외한민족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

해외한민족연구소는 1989년 설립되어 해방 이전에 국외로 이주했던 우리 동포들의 민족정체성을 회복하고 해외동포 공동체와 모국 사이의 연계를 증진하여 해외동포들이 거주국의 주류 시민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활동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지역에서 명동촌과 윤동주 생가 복원, 동북3성 지역 동포 민속절 제정, 러시아 지역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 기념탑 건립 등을 통해 해외동포들의 정신적, 문화적 구심점 형성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라시아 형제 민족’이라는 모토 아래 한민족 역사 및 문화공동체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위 임관 당시 기갑으로 국토를 지키겠다는 각오를 잊지 않고 이제는 역사를 통해 민족공동체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최화식 장군은 독립운동사에서 소외된 사회주의 독립운동사에 대한 관심은 물론 통일교육에 대해서도 민족문제연구소가 한층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너무도 당연한 말씀이다. 평소 “민주는 민중의 해방입니다. 통일은 민족의 해방입니다. 그 선결 조건은 자주입니다.”라는 문익환 목사님의 말씀을 항상 새기고 있는 최화식 장군과 같이, 민주시민의 소양과 역사의식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배출할 수 있는 제도를 하루속히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내란 청산의 처음이자 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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