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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책임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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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소개>

이번호에서는 과거사 재심과 관련하여 <과거사 재심과 국가배상소송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2차 피해>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진화위를 비롯하여 과거사 관련 위원회의 진실규명을 바탕으로 많은 피해자나 유족들이 과거사 사건에 대해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하여 재판이 진행되어 왔다. 그 사건들 가운데 일부는 무죄가 확정됨과 동시에 국가로부터 피해보상을 받은 사건도 있고, 또 일부는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시효가 지난 사건으로 판결되어 피해보상에서 제외된 사건도 있다. 그런가 하면 과거사 위원회에 의해 진실규명이 결정되었음에도, 재판 과정에서 증거 부족으로 피해자로 인정되지 못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족들도 많다. 이명박 정부 이후 과거사 재심 과정에서 시효 문제와 보상금 결정 등에 있어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과거사 관련 당사자 또는 유족들의 인권침해와 2차 피해 사례가 중대한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임채도의 <재심과 국가배상 소송에서의 인권침해 사례>는 현재 진행 중인 재심 사건의 여러 사례를 통해 재심 사건이나 국가배상 소송사건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의 실상을 파헤쳤다. 진실 규명으로 인한 재심 사건에서 고문피해자가 가해자와 대면하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2차 피해, 재심에서 무죄 선고가 되었음에도 검찰 측에 의해 되풀이되는 형식적인 상소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의 배증, 재심과정에서 계속되는 사회적 낙인과 종북몰이 등 그 사례는 수없이 많다. 재심사건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에서 재판부의 반성과 사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독재정권 시절 사법부가 내린 잘못된 판결을 반성하는 모습은 하급심에서 주로 볼 수 있을 뿐이고, 대법원의 경우 반성과 사과를 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는 현 대법원의 ‘우경보수화’ 판결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우려된다.

김형태의 <사법정의의 관점에서 본 최근 과거사 재심과 국가배상 소송>은 최근 수년간 진행되어 온 과거사 재심과 국가배상 소송 사건에서의 이자 기산일 문제, 과거사 사건의 국가폭력에 대한 입증 책임의 문제, 소멸시효의 기한 산정 문제, 보상금 수령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문제 등 여러 현안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2011년 대법원은 이른바 ‘울산보도연맹사건’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하여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하는 매우 중요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과거사 관련 유족들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수난을 겪고 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진화위 등에서 결정된 진실규명 사건 피해자들이 피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각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사법을 제·개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개별 소송에 따른 배·보상 방식 대신 소멸시효의 적용을 배제하고 배·보상의 기준과 방식을 통일한 포괄적인 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논문에서는 4편의 글을 실었다. <731부대 세균전 국가배상 청구재판과 그 후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NPO 법인 731부대·세균전 자료센터’의 사무국장을 거쳐 이사로 활동 중인 나스 시게오가 작성하였다. ‘NPO 법인 731부대·세균전 자료센터’는 중일전쟁 당시 세균전 피해자 중국인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목적으로 소송 지원, 세균전 자료 수집, 피해자 증언 청취 수집을 하는 일본의 시민단체로 1993년 일본 전역에서 개최된 731부대전시를 기획·진행한 이래 피해자 및 피해자 유족의 소송지원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731부대의 피해자 유족인 중국인 원고 10명이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처음 소송을 낸 것은 1995년이다. 2007년까지 계속된 이들의 소송은 도쿄지방법원, 도교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하였다. 그러나 재판과정을 통해서 일본군 731부대의 범죄행위가 더욱 더 분명하게 확인되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과거 일본의 전쟁 범죄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스 시게오는 그동안 소송과정에서 획득한 일본군 731부대의 범죄 행위와 관련된 수많은 자료 중 중요한 것들을 골라 이 글에 소개하고, 일본군 731부대가 저지른 범죄 행위의 규모와 성격을 밝혀놓았다. 비록 판결에서는 원고에 대한 일본정부의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았을지라도, 소송 진행 과정에서 수집된 많은 자료들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었다. 일본이 벌인 전쟁과 이에 대한 책임을 알리려는 노력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차원에서의 공동노력이 절실함을 이 글은 또한 일깨워주고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인 박경목의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의 역사적 보존 가치>는 서대문형무소가 갖는 역사적 의의와 보존 가치를 다루고 있다. 식민공간의 재편과 저항이라는 측면에서 서대문형무소 감옥 시설의 개축과 확장과정을 분석하고, 근대감옥의 구조적 특징과 식민지 감옥의 역사적 흔적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1908년 10월 개소된 경성감옥을 전신으로 한 서대문형무소는 3·1운동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독립운동가와 사회운동가를 수용하기 위할 목적으로 개축과 확장을 통해 1935년에 완성되었다.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 구조에 기초한 근대감옥 시설로서 지배 권력이 대중화된 사회를 감시하고 통제하여 정권을 유지하는 유용한 지배도구로서 사용되었다. 서대문형무소는 다른 감옥과 달리 사상범 위주의 수형을 목적으로 운영되었고, 해방 이후에는 그 특징은 이어졌다. 연간 60만 명이 넘는 서대문형무소는 제국주의와 독재의 지배와 억압에 맞서 자유와 평화를 갈구하던 독립과 민주의 역사를 상징하는 소중한 역사 현장이다. 설립부터 1987년 11월 의왕시로 이전하기까지 80여 년의 서대문 감옥시대를 다룬 이글에서 관련 사진들을 함께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김민환의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지 않은’ 위령시설 만들기>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을 다룬 글이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조성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의 내용을 중심으로’라는 다소 긴 부제를 단 이글은 2012년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과거사 관련 업무 지원단’(이하 지원단)이 발주한 연구용역을 토대로 한 것이다. 지원단은 다양한 과거사 위원회들이 활동을 종료하며 제안했던 권고조치와 후속조치를 수행할 목적으로 2008년 1월 8일 안전행정부 산하에 설치된 정부조직이다.

필자를 비롯한 연구팀이 작성한 최종보고서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론적인 토대위에서 유족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며 몇 가지 중요한 방안을 제시하였다. 과거사 문제 해결 과정에서 위령공원 조성의 의미와 현재 상황의 모순, 위령시설의 수와 기능 및 규모와 관련한 논쟁, 추모의 벽, 입지와 설립 과정 등에 대한 의미심장한 구상과 제안들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보고서의 내용은 공론화되지 못한 채 묻혀있었다. 필자의 결단으로 보고서 내용이 햇빛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이번 발표를 통해 연구팀의 문제의식과 제안들이 다시 공론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승은의 <돌아오지 못한 ‘유골’과 국가책임>은 일제 강점 말기 군인, 군속, 노동자로 강제동원되었다가 사망한 희생자들의 유골 봉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글은 현재 진행형인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문제의 역사적 연원을 추적하면서 일본과 한국 정부의 입장과 교섭 경위 등을 상세하게 밝혔다. 유골문제를 다룬 기왕의 연구도 있지만 외교부 외교사료관에 소장되어 있는 ????재일한국인 유골봉환????이라는 문서철을 발굴하여 양국의 교섭 과정과 합의 내용의 전모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또한 정책사나 외교사에서 비어 있는 부분을 채우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운동에 초점을 두면서 양국의 변화과정을 다루고 있어 ‘과거청산’의 한 과제로서 유골 문제가 갖고 있는 의미와 운동성을 잘 드러낸 글이라 하겠다.

쟁점과 과제에서는 마에다 아키라 도쿄조형대학 교수가 2013년 출간한 《왜 지금 혐오발언인가–차별, 폭력, 협박, 박해-》에 실린 글의 일부를 번역하여 실었다. 이번 호에 옮겨 실은 <혐오발언을 이해가기 위해–일본내 차별선동 시위의 양상->은 주로 일본 내에서 이루어지는 조선인에 대한 혐오발언을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른바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가 2007년 인터넷에 결성된 이후 그 활동이 오프라인으로 확대되면서 일본 각지에서 많은 차별시위와 폭력사건을 일으켜 사회문제로 되었다. 또 고노담화를 부정하려는 아베 정권의 극우적 행보와 관련하여 일본 내 ‘위안부’ 혐오발언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어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자, 급기야 2014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일본에서 빈발하고 있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시위와 혐오 발언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규제의 대상’이라고 지적하였다. 저자는 재특회의 활동을 통해서 일본 내에 만연해 가는 현대 배외주의 특징들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곱씹어 보면 혐오발언은 일본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로 덮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인노동자, 성소수자, 조선족, 무슬림 등에 대한 혐오발언이 온·오프라인에서 만연하고 있는 우리 안의 ‘파시즘’ 현상에 대해서도 눈여겨 볼 일이다.

현장에서는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과 관련한 두 편의 글과 고문 피해자의 치유에 노력하고 있는 단체를 다뤘다. 2014년 2월 한국전쟁유족회, 민족문제연구소, 포럼 진실과정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4·9통일평화재단 등 여러 민간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결성되었다. 순수한 민간모금과 단체분담금으로 유해발굴 사업을 하는 공동조사단은 민간인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위령사업 등을 중단하고 있는 국가의 책임을 묻는 한편, 민간차원에서나마 죽은 자와 그 유족을 위로하고자 매년 정례적으로 유해발굴 사업을 하기로 하였다. 2014년 2월 24일부터 3월 4일까지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에서 제1차 유해발굴을 한 결과 진주 지역의 보도연맹원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유해와 유품이 다수 나왔다. 제1차 유해발굴이 자세한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현장의 첫 번째 내용으로 다뤘다.

심규상의 <대전 산내 골령골에 묻힌 사람들>은 두 번째 유해발굴 대상지인 대전 산내 골령골 사건을 다룬 글로 이른바 ‘대전형무소 사건’을 현지 답사와 유족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기자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재구성하였다. 대전형무소 사건은 해방 이후 분단의 역사가 빚어낸 민족 비극의 축소판이다. 희생자들 가운데는 여순사건이나 제주 4.3사건 관련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또 전쟁 발발 직후 군경에 의한 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살해, 인민군에 의한 군경 가족 등 우익인사들에 대한 보복 학살, 수복 후 부역혐의자에 대한 집단 학살 등, 피의 악순환으로 응어리진 사건이다. 이렇게 해서 희생된 민간인은 최소 7,500명여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한국전쟁 기간 중 한 장소에서 가장 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았다. 공동조사단은 2015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골령골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번 발굴로 지역 여론이 크게 움직여 대전시의회가 민간인학살피해자의 위령과 유해발굴사업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송소연의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속 등대, 진실의힘>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수사기관에 끌려가 잔인한 고문을 당했던 고문조작 피해자들의 치유를 하는 단체를 소개한 글이다. 고문피해 생존자, 인권운동가, 변호인, 의료인 등이 함께 만든 진실의힘은 고문피해자, 심리상담, 국가폭력 피해자 생활 및 의료지원, 치유센터 건립운동, 고문방지협약 이행감시, 고문조작사건 진상규명 지원, 유엔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 기념대회 등 광범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진실의힘은 매년 진실의힘 인권상을 수여하고 있다. 2011년 첫 번째 진실의힘 인권상을 리츠메이칸 대학의 서승 교수에게 수여한 이래, 고 김근태 의원, 홍성우 변호사에게 수여하였고, 지난 해에는 4번째로 버마의 최장기 양심수였던 우윈틴 선생과 한타와디재단에게 수여하였다. 진실의힘은 진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임을 대변하고 있다.

자료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경상북도 영천경찰서에서 작성한 <처형자명부>를 소개하였다. 특히 처형자명부가 작성되게 된 경위와 사건 배경을 분석함으로 처형자 명부에 실린 9세의 정립분은 처형당해야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를 해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한국전쟁 전후시기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된 역사적 자료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과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목차
1. 특집
-과거사 재심과 국가손해배상 소송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2차피해
-과거사 재심과 국가손해배상 소송에서의 인권침해
-사법정의의 관점에서 본 최근 과거사 재심과 국가배상 소송

2. 논문
-731부대 세균전 국가배상 청구재판과 그 후 해결을 위한 활동 ㅣ 나스 시게오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지 않은’ 위령시설 만들기 ㅣ 김민환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의 역사적 보존 가치 ㅣ 박경목
-돌아오지 못한 ‘유골’과 국가책임 ㅣ 김승은

3. 쟁점과 과제
-일본 혐오발언 (Hate Speech)의 현황과 성격 ㅣ 마에다 아키라

4. 현장
-2014년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용산고개 민간인 집단 희생 유해발국 보고서
-대전 산내 골령골에 묻힌 사람들 ㅣ 심규상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속 등대, 진실의 힘 ㅣ 송소연

5. 자료
-아홉살 난 정립분의 왜? ㅣ 김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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