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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팔탄에서 쿠바까지…한 가족이 지켜낸 ‘100년의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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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한국민족운동사학회장 박환, ‘쿠바의 안순필 일가, 그 100년의 이야기’ 광복절 출간
안순필 부부·6남매 모두 독립유공자…한 가족의 ‘서사시’로 복원한 카리브해 독립운동

도서 ‘쿠바의 안순필 일가, 그 100년의 이야기’. 선인 제공

1905년 조국을 떠나 멕시코로 향한 안순필 일가는 16년 뒤 다시 쿠바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뜨거운 에네켄 농장에서 고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조국을 잊지 않았다. 한글을 가르치고 독립운동자금을 모았으며, 그 뜻은 부모에서 여섯 자녀에게 이어졌다. 그리고 한 세기가 흐른 뒤 부부와 6남매 모두의 이름 앞에 ‘독립유공자’라는 기록이 놓였다.

광복 81주년을 맞아 이들의 100년을 복원한 책이 나온다. 박환 고려학술문화재단 이사장(수원대 명예교수)의 신간 ‘쿠바의 안순필 일가, 그 100년의 이야기-카리브해 쿠바의 한인독립운동’(선인)이 광복절인 15일 출간된다. 지역 사회에서 오랫 동안 잊혀진 항일영웅들을 발굴해 온 그는 대중에게 덜 알려진 독립운동가들이 어디로 이주했고, 이방인 정체성을 품고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로 시선을 확장했다.

이야기는 안순필의 고향인 수원군 팔탄면 입암동에서 출발한다. 제물포를 떠나 영국 선박 일포드호를 타고 멕시코로 건너간 그는 메리다의 에네켄 농장에서 가시 돋친 잎을 베는 고된 노동을 견뎠다. 책은 3·1운동과 고향 인근에서 벌어진 제암리 학살 사건이 그의 민족적 자각에 미친 영향도 짚는다.

1921년 다시 쿠바로 향한 안순필 일가는 수도 아바나 한인사회의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미주 대한인국민회 활동에 참여하고 아바나 최초의 국어학교인 ‘흥민국어학교’를 운영하며 우리말과 민족교육을 이어갔다. 노동으로 어렵게 마련한 돈의 일부는 독립운동자금이 됐다. 낯선 카리브해에서 먹고사는 일과 조국의 독립은 이들에게 서로 떨어진 일이 아니었다.

책이 주목하는 것은 안순필 한 사람의 삶만이 아니다. 아내 김원경과 안군명·안재명·안수명·안정희·안옥희·안홍희 등 여섯 자녀의 활동을 각각 따라가며 독립운동이 한 세대의 결단을 넘어 가족 전체의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김원경과 딸들의 활동을 별도의 장으로 다뤄 쿠바 한인 여성들의 역할까지 조명한다. 이들 가족 8명은 2023년과 2025년에 걸쳐 모두 독립유공자로 포상됐다.

박 이사장은 책을 펴내며 안순필 일가를 “쿠바 한인 이민사의 거대한 산맥”이라고 표현했다. 부모와 여섯 자녀의 삶에 대해서도 “한 편의 서사시와 같다”고 했다. 한 집안 8명이 모두 독립유공자로 이름을 남긴 사례는 독립운동사에서도 보기 드물다. 서문의 제목인 ‘100년 만에 배달된 훈장’은 오랜 세월 역사의 뒤편에 머물렀던 이 가족의 이름이 뒤늦게 되돌아온 시간을 압축한다.

책은 광복에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1959년 쿠바혁명 이후 미국으로 다시 흩어진 가족의 삶과 아바나에 남은 묘지, 생전 인터뷰와 기록까지 좇는다. 그렇게 한 가족의 이민사는 독립운동사이자 한인 디아스포라 100년의 역사로 확장된다. 2024년 한국과 쿠바가 수교하고 이듬해 아바나에 주쿠바 한국대사관이 문을 열면서, 박환은 이제야 다시 마주하게 된 쿠바 한인들의 역사에도 주목한다. 그에게 안순필 일가의 100년을 되살리는 일은 머나먼 카리브해에서 이어진 독립운동의 한 페이지를 우리 역사 안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작업이기도 하다.

광복절에 다시 만나는 안순필 일가의 100년은 독립을 향한 움직임이 한반도를 넘어 멀리 쿠바의 이민자 사회에서도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독립운동의 이름과 공간이 여전히 더 남아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출간에 앞서 14일 오후 7시 서울 식민지역사박물관 5층에서는 ‘한인 쿠바 이주 105주년 기념, 책 만남’이 열린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가 주최하며, 저자 박환이 독자들과 만나 안순필 일가와 쿠바 한인 독립운동의 100년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나경 기자

<2026-08-12> 경기일보

☞기사원문: 팔탄에서 쿠바까지…한 가족이 지켜낸 ‘100년의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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