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한반도 평화를 향한 새로운 이정표를 찾아서 현장 보고〈제5회 민연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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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반도 평화를 향한 새로운 이정표를 찾아서
현장 보고 〈제5회 민연포럼〉

지난 8월 27일,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제5회 민연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국제정치학자 서재정 교수를 초청해, 급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반도가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

서재정 교수는 우리가 직면한 시대를 안토니오 그람시의 표현을 빌려 ‘괴물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기존 질서는 무너졌으나 새로운 질서는 아직 들어서지 않은 막막한 이행기, 그 혼란 속에서 무수한 비정상과 분쟁이라는 ‘괴물’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지배하던 미국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고, 그 빈자리를 채울 대체 세력도 불분명해 전 세계가 미증유의 불안에 휩싸여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이 혼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서 교수는 냉전이나 신냉전 같은 기존의 단편적인 틀을 넘어 ‘삼중분단’이라는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는 생소하지만, 이는 우리 역사의 뼈아픈 실상이다. 약 100년 전 동아시아에서는 세 가지 거대한 비극이—첫째 미국과 일본이 벌인 강대국 간의 패권 전쟁, 둘째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민족의 독립투쟁, 셋째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내부 갈등과 동족상잔의 비극— 겹겹이 얽혀 일어났다.

문제는 전후 처리 과정에서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패권 다툼만 대충 정리했을 뿐, 식민 잔재 청산이나 내부 갈등 해소 같은 과제는 제대로 풀지 않은 채 덮어버렸다는 점이다. 이렇게 미완으로 남은 세 비극의 유산이 굳어진 결과가 바로 오늘날 한반도의 ‘삼중분단’이다. 결국 남북 분단은 단순히 ‘민족 내부의 갈등’에 그치지 않고, 식민지 역사 및 강대국의 패권 다툼과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과제라는 것이 서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트럼프 2.0’시대를 맞아 미국은 “한국 안보는 한국이 알아서 하라”면서도 자국의 패권과 핵무장은 강화하는 노골적인 현실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동맹에만 의존해 미국만 바라보거나 군사력만 키우는 방식으로는 결코 안보를 지킬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서 교수의 지적처럼, 이제 우리는 삼중분단이라는 역사의 굴레를 직시하고 이를 해체하는 주도적인 평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깊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있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 침략전쟁 구도 속에서 한국군을 호르무즈 해협 등으로 파병하라는 압박과 유혹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명분 없는 남의 나라 전쟁, 강대국의 패권 다툼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은 국익을 해치고 한반도 평화마저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길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분 없는 전쟁에 동원되는 ‘안보 하청’이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국익과 평화를 최우선에 두는 자주 외교를 펼쳐야 할 때다. 식민 지배와 전쟁을 딛고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일궈낸 역량을 바탕으로 자주적 평화 외교를 실현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이 ‘괴물의 시대’를 기회의 시대로 바꿔낼 수 있을 것이다.

• 대외협력실 활동가 한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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