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재사진첩] 용산 식민지역사박물관
‘세상을 바꾼 시민 함께 만든 역사’ 전시

“이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전시를 보러 왔어요”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일본인 대학생 다니구치 마이(19)가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일본 고베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그는 숙명여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다니구치는 일본어로 쓰인 해설집을 들고 천천히 걸으며 모든 전시물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그는 “(일제가) 자원을 수탈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점령해 상처 줬다는 걸 다시 알게 됐다”며 “한국인뿐 아니라 일본인들도 이 역사를 알아야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창립 35주년을 기념해 ‘세상을 바꾼 시민 함께 만든 역사’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친일 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역사학자 임종국(1929~1989) 선생이 남긴 1만3천여 장의 ‘친일인명카드’를 살펴볼 수 있다. 친일파의 이름, 본적, 친일 행위가 빼곡히 써 있는 임 선생의 카드들은 18년이라는 편찬 과정을 거쳐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 4389명의 이름과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친일인명사전’으로 거듭났다. 발간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최근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논란이 불거지며 안상호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음에도 친일 행적을 기록하고 검증하는 대표 사료인 친일인명사전의 의미와 역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날 박물관에선 일본인 관람객 대여섯 명이 함께 전시를 관람했다. 도쿄 히토츠바시 대학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하는 카다야마 토모키(22)는 친일인명카드를 보며 “친일파가 생기도록 한 일본의 식민지배가 가장 폭력적이었지만, 친일파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을 겪은 조선인이 많았다”며 “친일파 문제는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계속해서 사전의 내용을 보완하는 한편, 온라인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디지털화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완성 당시에 멈춰있지 않고 계속해서 민족 역사 정의를 향해 진화하는 모습이다. 전시는 무료로 올해 말까지 계속된다.







김영원 기자
<2026-08-15>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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