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5일 ‘사도광산의 조선인 강제동원 등 역사 전시가 미흡하다’는 결정문 초안을 공개하자 일본 정부가 “최종 결정문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올해 세번째를 맞는 ‘사도광산 추도식’ 역시 파행이 거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 초안이 지난 15일 유네스코 누리집에 게재된 것을 알고 있다”며 “오는 19일부터 한국에서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 관련 심의가 예정된 만큼 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4년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조건의 하나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을 포함한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알리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관련 역사를 전시한 사도섬 아이카와향토박물관 별관 2층 어디에도 조선인들의 ‘강제노동’ 관련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7평(23㎡) 남짓인 이 공간에는 “(조선인을 포함한) ‘징용’은 법령에 기반한 것”이라는 안내 문구가 담겼다. 조선인들이 한달 평균 28일 일했고, 처우개선 쟁의를 벌인 일, 사다리 가설 작업 도중 사망 실태 등 가혹한 노동 환경 일부를 기록했지만, 끝내 강제동원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유산위원회는 올해 결정문 초안에서 “유산의 전체 역사에 대한 해설·전시 전략에서 진전은 있었지만 충분치 않다”며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해 광산 개발의 모든 시기에 걸친 유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도록 권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관련 진행 상황을 세계유산센터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향후 이행 보고서를 2027년 12월1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결정문은 오는 20~23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 검토한 뒤 최종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에 얽힌 한·일 과거사 문제에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올해 ‘사도광산 추도식’도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2024년) 당시 보도자료를 내어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이 올해부터 매년 7~8월경 사도 현지에서 개최된다”며 “그동안 일본의 민간단체 차원의 추도식은 종종 있었으나, 이번에 약속한 추도식은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2024년 첫 추도식 때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정부 관계자와 유족이 행사 참석을 거부하고 별도 추도식을 열었다. 지난해도 일본 쪽이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9월 추도식을 개최하자, 한국 쪽은 11월에 사도섬 현지에서 유족들과 따로 행사를 열었다.
한·일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 기하라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도 “세계유산위원회가 결정문 초안에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 설명과 전시를 포함한 (권고 이행) 진척 상황을 어느 정도 긍정 평가하면서 향후 추진 방향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결정된 내용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이행해왔다”며 “향후 일본 쪽 입장을 관계자들에게 성의 있게 설명하는 등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한겨레에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문 초안은 사도광산 관련 윤석열 정부의 외교참사를 바로 잡는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한·일 우호를 말하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 명부 공개 등 성의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도광산 추도식에서도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추모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게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장예지 기자
<2026-07-16>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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