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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철거된 ‘군마 조선인 추도비’, 일본 시민들 손에서 증강현실로 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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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일본 우익이 철거

지난 31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와타누키초 ‘군마의 숲’ 공원에서 2024년 철거된 ‘군마현 조선인·한국인 강제연행 희생자 추도비’(사진 위) 터 자리에 증강현실(VR) 앱을 이용해 휴대전화 카메라로 현장을 비추면 마치 추도비가 되살아난 듯한 모습(사진 아래)을 볼 수 있다.

“이 추도비가 왜 세워졌고, 왜 파괴됐는지를 우리가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난 31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군마의 숲’ 공원. 가토 마사카쓰 ‘전후 80년을 묻는 군마현 시민행동위원회’ 공동대표는 무심히 잔디가 자라버린 ‘군마현 조선인·한국인 강제연행 희생자 추도비’(조선인 추도비) 터 위에서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더는 눈으로 볼수 없게 된 추도비가 만들어지고, 사라지게 된 이야기를 함으로써 우리가 ‘영원한 기억의 장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군마현에서 희생된 강제동원 조선인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뜻있는 일본 시민들이 수십년 공들여 만든 추도비가 산산조각난 것은 2024년 1월29일이었다. 당시 일본 언론이 헬기를 띄워 촬영한 철거 장면을 보면, 중장비가 추도비 뿐 아니라 콘크리트 바닥까지 산산조각이 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추도비 앞면에 한·일·영문으로 새겨졌던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글귀, 뒷면에 “일본이 조선인에 대해 크나큰 손해와 고통을 입힌 역사의 사실을 깊이 기억에 새기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글귀도 모두 가루처럼 부서졌다.

추도비 철거 2년을 맞아 열린 이날 행사에는 증강현실(AR)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추도비가 현장에 놓인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 앱을 켜고 원래 추도비 자리에 카메라를 비추면, 화면 속에서 ‘합성 그래픽’ 형태의 추도비가 시민들 옆에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형태다. 이날도 100여명 시민들이 이 앱으로 추도비 곁에서 사진을 찍으며 안타까움을 달랬다. 시민행동위원회 쪽은 “비록 추도비는 철거됐지만 과거의 진실과 기억, 이 장소 자체를 지울 수 없다”며 “사람들 마음 속에 추모비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도회 뒤에는 군마의 숲 조선인 추도비 철거 문제를 다룬 최예린 감독의 16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 ‘숲, 틈’이 상영됐다.

지난 31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와타누키초 ‘군마의 숲’ 공원에서 2024년 철거된 ‘군마현 조선인·한국인 강제연행 희생자 추도비’(사진 위) 터에 시민들이 헌화한 꽃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애초 이 추도비 건설은 1998년 일본 시민들이 ‘조선인·한국인 강제연행 희생자 추도비를 세우는 모임’을 결성하면서 처음 추진됐다. 태평양 전쟁 당시 군마현에는 일본군 공창인 이와하나 화약 제조공장과 군용 사격장, 나카지마 비행기 지하공장 등이 있었다. 이곳에서 강제노동을 했던 조선인이 6천명에 이르고, 300∼500명가량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민단체 쪽은 이런 의미를 담아 ‘군마의 숲 공원’ 안 추도비 설치 요청서를 군마현 지사에게 제출했고, 이때만 해도 현 의회가 우선 10년 기한으로 건립에 만장일치 동의했다. 지름 7.2m 원형 콘크리트 위에 4.5m×1.95m 크기 비석 등으로 구성된 추도 공간이 2004년 4월 완성됐다.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 추모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설치 기간 연장이 필요했던 2014년을 앞두고 우익단체 공격이 시작됐다. 일부 시민들이 추도 행사에서 “조선인 강제연행” 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애초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추도비 철거를 현에 압박했다. 강경 보수 성향 아베 신조 정부가 ‘뒷배’ 구실을 했다. 그해 현 의회는 우익단체 청원을 그대로 채택했다. 이후 8년간의 법정 싸움에서 시민단체 쪽이 1심을 이겼지만, 도쿄고등재판소와 일본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가 2∼3심에서 ‘추도비 철거’ 결정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 31일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 와타누키초 ‘군마의 숲’ 공원에서 2024년 철거된 ‘군마현 조선인·한국인 강제연행 희생자 추도비’(사진 위) 터 자리에서 시민들이 추모의 인사를 하고 있다.

일본 전역에 조선인 강제동원 등 관련 추모비가 170여기 남아 있다. 일본 지방 정부가 우익 단체의 압박을 추도비를 철거한 것은 군마 사례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본 사회에 강경 보수 성향이 확산하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일 정부가 조세이해저탄광 조선인 희생자 등 유해의 디엔에이(DNA) 감정에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과거사 문제는 방치돼 있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이 조선인 희생자·유족을 배제하고 반쪽으로 치러지는 게 대표적이다. 도쿄 요코아미초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모비와 이시카와현 윤봉길 의사 암장지적비(묘비) 철거를 요구하는 우익단체들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하야시 겐 도쿄평화운동센터 부의장은 “일본 사회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나쁜 방향으로 가는 현실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6s다카사키(군마현)/글·사진 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2026-02-01> 한겨레

☞기사원문: 철거된 ‘군마 조선인 추도비’, 일본 시민들 손에서 증강현실로 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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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日군마현 조선인 추도비 철거 2년…”역사는 지울 수 없어”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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