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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40년대 법으로도 위법 투성”…검찰, ‘정판사 사건’ 이관술에 무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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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5월 조선정판사 지폐위조 사건 재판이 열리는 법정 밖 담장에 올라선 이들. 서울중앙도서관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 주모자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한국전쟁 기간에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독립운동가 고 이관술(1900~1950) 선생이 재심 법정에서 검찰로부터 무죄를 구형받았다.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79년 만에 누명을 벗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21-1형사부(재판장 이현복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조선정판사 지폐위조 사건 관련 이관술 선생에 대한 재심’(경성지방법원 1946. 11. 28. 선고 1946년형공제2336호 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무죄를 구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판결문과 현존하는 일부 재판기록 및 당시의 언론기사와 연구 서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라 무죄를 구형했다”며 “앞으로도 과거사 재심사건 등에서 객관적인 자세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검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조선정판사 사건은 ‘1945년께 조선공산당 자금 마련을 위해 조선정판사 인쇄소에서 지폐를 위조했다’는 혐의로 이관술 선생 등이 유죄판결 받았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까지 38선 이남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하던 공산당이 불법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관술 선생은 재판에 넘겨져 1947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후 조선공산당은 궤멸하고 남로당이 만들어졌다. 이관술 선생 사건은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도 신청되었으나 조사중지 처리됐다.

고 이관술 선생. 한겨레 자료

이 사건은 79년이 흐른 지난달 11일 수사기관의 불법구금 등 위법한 증거 수집 등을 이유로 재심개시가 결정된 바 있다. 유족을 대리한 장경욱 변호사는 한겨레에 “당시 미군정에 의해 적용됐던 일제 식민지 시기의 형법에 의하더라도 피의자들이 60일 기한을 넘겨 불법체포된 것으로 나온다”며 “지금 판결문을 읽어보면 위법 투성이”라고 말했다.

당시 재판은 지금의 1심에 해당하는 서울지방심리원에서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2심제였고, 당시 이관술 선생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상고가 기각됐다. 장경욱 변호사는 “하늘이 무너져도 무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데 따라 이관술 선생에게는 79년 만에 다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이관술 선생 외손녀로 재심을 신청했던 손옥희(65)씨는 “너무 기쁘고 반갑다. ‘진실과 정의는 가슴속에 살아있다. 영어의 이슬이 될지라도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던 과거 재판 당시 김용암 변호사의 최후 변론이 떠오른다”며 “미군정기의 사건이 79년 만에 무죄로 되어 이제 91세 되신 어머니께서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관술 선생 재심 선고 공판은 오는 22일 열린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2025-12-15> 한겨레

☞기사원문: “1940년대 법으로도 위법 투성”…검찰, ‘정판사 사건’ 이관술에 무죄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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