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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내용]
『김산 따라 아리랑 로드로 ― 혁명과 반혁명의 광둥 3년을 찾아서』

민족문제연구소는 11월 10일 『김산 따라 아리랑로드로-혁명과 반혁명의 광둥 3년을 찾아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아리랑 노래를 통해 널리 알려진 독립운동가 김산(金山, 장지락)의 햇수로 4년, 기간으로 만 3년간의 ‘광둥 시절’을 사건사적 배경과 전체 맥락을 실제와 최대한 가깝게 재구성하면서 순차대로 복원시켜 보려는 시도다.
제19회 임종국상 학술상 수상자인 김영범 대구대학교 명예교수는 의열단, 조선의용대 등 의열투쟁을 비롯한 독립운동사 연구에 독보적인 업적을 쌓아온 사회학자이다. 그는 민족문제연구소가 2020년부터 진행한 ‘아리랑 답사’ 심화작업의 하나로 진행된 ‘아리랑 로드’ 사전 답사에 참여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저자는 답사를 마무리하며 “역사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겹의 것이며 언제나 그럴 수밖에 없음도 다시금 실감했다”고 소회를 남긴다. 이는 김산의 흔적을 쫓으며 현장에서 느낀 감회와 수많은 역사적 평가들이 혼재된 결과일 것이다. 김산의 ‘광둥 시절’은 표면적으로 ‘패배’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김산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혁명적 낭만주의와 ‘패배’가 있었기에 조국 독립이라는 ‘승리’도 가능했다. 최근 들어 독립운동가 중 사회주의 계열 활동으로 인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재조명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산에게 아리랑은 ‘비극의 상징이고 죽음의 노래이며, 아름답지만 슬픈 노래’였다. 전투에서 패하고 먹을 것을 찾아 헤맬 때 동지들과 부르던 것은 ‘패배의 노래’였지만, 절망의 심연에 빠져들 때 이 노래는 ‘희망의 숨구멍 같은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산을 따라 걸은 ‘아리랑 로드’는 아름답지만 슬픈 패배에서 희망의 역사를 길어 올리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2개의 부로 나누어 1부 김산과 의열단의 광저우봉기 3일과 봉기 전후 혁명정세와 주요 사건 추적, 2부 광저우봉기 이후 김산과 그 동지들의 활동 파악 및 ‘아리랑 로드’ 답사단의 현장 유적 답사를 다룬다.
먼저 1부에서 1927년 12월 광저우봉기 때의 3일간 상황을 자세히 묘파하고 아울러 1920년대 초엽부터 광둥을 중심으로 화남·화중 지역에서 벌어졌던 주요 사건과 그 환경정세의 변천 추이, 그리고 정치적·군사적 배경을 서술하였다. 이 부분은 『아리랑』의 서술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이와 관련된 국내외 연구성과 및 보조자료를 충분히 활용하여 광저우봉기의 역사적 실체를 충실히 복원하였다.
2부에서는 광저우봉기가 실패로 끝난 뒤에 김산과 몇몇 한국인 동지, 그리고 그들이 속한 봉기군 대오가 동강(東江)지구로 이동하면서 전개한 혁명운동의 경로를 다루면서 그와 관련한 답사 경로와 현장 유적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한 가지 밝혀둘 사실은, ‘아리랑 로드’의 7박 8일간 답사 경로가 김산의 이동경로를 되짚어가는 광저우시 화산진(홍4사 설립장소)→룽멍현(홍4사 본부 주둔지)→쯔진현 용와진(홍4사와 하이펑 적위대 상봉지)→하이펑 홍궁·홍장 구지(김산이 공산당학교에서 근무)→대남산 홍장공원→광저우시 순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의 상황 묘사를 앞에 두고 ‘아리랑 로드’의 답사 경로는 뒤에 배치해서 서로 교차시켜 편제하였다. 이로써 복잡다단했던 당시 정세와 사건들에 대한 파악과 이해, 그 속에서 김산이 취했던 행보와 족적의 탐지를 순서대로 해가면서 양자를 긴밀히 연결지울 수 있었다.
[저자 소개]
김영범은 1955년생으로 제주도 출신이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사회사·역사사회학 및 기억사회학 분야를 주로 연구해왔다.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임하고 현재 명예교수이다. 70여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한국 근대민족운동과 의열단』, 『의열투쟁 Ⅰ 1920년대』, 『혁명과 의열: 한국독립운동의 내면』, 『민중의 귀환, 기억의 호출: 민중사 심화와 기억사회학』, 『의열단·민족혁명당·조선의용대의 영혼 윤세주』, 『독립운동으로 보는 근대인의 초상: 지사와 혁명가와 여성들』을 출간했다. 그 밖에 『동아시아와 근대의 폭력』 2, 『기억투쟁과 문화운동의 전개』, 『3·1운동 100년: 사상과 문화』 등 20여 권의 공저서와 여러 권의 번역서가 있다.
[목차]
책 머리에
여는 이야기
1부 김산과 광저우봉기
Ⅰ. 1925년의 광저우, 의열단과 김산이 매혹되다
Ⅱ. 1926년의 새 희망과 빛나는 날들
Ⅲ. 1927년, 급변침의 정세와 국공분열의 나락
Ⅳ. 광저우봉기 발발과 실패의 전말
2부 100년 후의 옛길과 격정의 흔적들
Ⅰ. ‘아리랑 로드’로 출발
Ⅱ. 김산과 홍군의 길 되짚어 동강지구로
Ⅲ. 하이펑에서의 김산과 홍4사
Ⅳ. 위기의 현장과 사투의 종적들
Ⅴ. 광저우봉기 현장의 기억과 역사 유적들
맺는 이야기
[책머리에]
답사기이면서 해설서도 될 이 소품은 님 웨일즈(Nym Wales)의 저 유명한 『아리랑 노래』의 주인공 김산의 ‘광둥 시절’에 관한 것입니다. 햇수로 4년, 기간으로 만 3년쯤 되었던 그 시절의 기록은 저 책의 전체 25개 장 중 3개 장만 점하나 분량으로는 5분의 1가량 됩니다. 대부분 장에 절 구분이 없거나, 있더라도 2개 정도인데, 이 3개 장만은 8‧5‧7개의 절을 각각 거느리고 있지요. 이는 광둥에서 김산이 겪은 일이 그만큼 많았고 진폭도 컸음을 말해줌이 아니겠습니까. 그 일들에 관해 그 스스로 남길 말이 많았고 낱낱이 되새겨 술회하며, 비화까지도 반드시 알려지고 후대에 전해지기를 열망했음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그로서는 너무도 중요한 경험들이었고 그 기억이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었기에 그랬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면서 속 깊은 그 스토리의 현장들과 사건사적 배경 및 전체 맥락을 실제와 최대한 가깝게 재구성하면서 순차대로 복원시켜보려는 소박한 시도가 이 책을 낳았습니다.
저자도 『아리랑 노래』를 통해, 그 책의 국역본이 『아리랑』이라는 제명으로 처음 나왔던 1984년에 접하여, 김산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더랬습니다. 그 책의 독자 거의 모두가 그랬다고 하듯이 약관의 소생도 무척 감동했고, 새로 얻는 바도 컸습니다. 김산의 인격과 사고의 어떤 면들이 마음에 깊이 들어와 앉는다고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자신에게 정직하고 타인에게 진솔함도 그중 하나였고요.
그로부터 10년쯤 뒤, 학위논문과 그것을 상재한 첫 저서에서 의열단의 민족혁명운동을 다루는 가운데 중국 국민혁명운동의 귀추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장지락 즉 김산과 그의 동지들의 활약상 및 그 귀결에 대해 『아리랑』도 원용해가며 하나하나 되살려 논급해 봤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방송과 지면에서 그와 그 책에 관해 말하고 쓸 기회가 있기도 했습니다. 2005년에 김산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되어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됨에 사필귀정처럼 여겨져 무척이나 기뻤고요. 그 후로도 김산 관련 기사와 논저가 나오면 빠짐없이 챙겨보곤 했으나, 그에 관한 책을 쓰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 해본 바입니다. 그런데 어쩌다 그 일을 지금 감당케 되었음에, “이게 대체 무슨 연고인고?”라는 생각이 자꾸 들곤 합디다.
그렇더라도 이왕 일에 착수한 마당에 하고 싶거나 해야 할 말은 본문에 다 적어놓았습니다. 해서 머리말을 길게 늘여 쓸 이유가 실은 없습니다. 하지만 미리 밝혀 일러드릴 게 서너 개 있어 보이는군요. 그걸 그냥 묻어버리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도 싶어서 약간의 지면을 빌려봅니다.
먼저, ‘아리랑 로드’라는 말에 대해서입니다. ‘아리랑 길’이라 함이 바람직하고 더 좋았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책을 쓰기 위한 광둥행 여정 이전에 앞의 용어가 만들어져 쓰인 바 있더군요. 하므로 그걸 굳이 물리치거나 지우려 들 일은 아니라고 여기어, 그냥 받아들여 쓰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나름의 의미를 붙여봅니다. 여기서 ‘Road’란 ‘Revolution over ancient dream’의 단어들 첫 글자를 조합한 것이라고. 이 어구를 ‘오래된 꿈 너머 목전의 혁명’으로 새겨보면, 이 책의 소재‧내용과 잘 맞아떨어지는 바 있습니다. 적어도 조선 중기 이래로 19세기 말까지 특출한 선각의 지사들이 꿈꾸어 때때로 시도되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도 말았던 ‘혁명’의 새 단초를 1927년 중국 광둥에서 김산과 그의 동지들이 다시 열어가려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반혁명의 거대 장벽에 부딪히고 만 그 행로의 전후 3년간에 걸친 온갖 전말과 자취를 되돌아 탐사해보는 기획이 졸저의 출간과 직결되었던 것이고요.
원래의 책무와 계획대로라면 순전히 답사기만 써내면 되었습니다. 그게 이 책의 2부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그걸 써가다 보니, 먼저 해결해 설명해놓지 않으면 안 될 사안들이 여기저기 웅크리고 있더군요. 가서 둘러본 광둥의 답사지들과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사건의 내용, 그것들 간의 상호연결성 및 전체적 흐름, 관련 인물 개개의 면면과 전후 행적을 잘 밝혀내고 정돈해 먼저 내놓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답사기가 나올 수 없겠음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집필을 중지하고, 우선은 책과 논문 중심으로 문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맞춤형으로 받쳐줄 참고문헌은 극소했지만, 그래도 여러 종류의 자료를 살피면서 단편적 정보라도 최대한 수집하고 갈무리했습니다. 내용이 상충하고 부실해 보이는 것들도 일단은 공평하게 대하여 모두 거두어 봤습니다. 그것들을 열심히 읽으면서 비교와 대조로 검토‧확인하고 하나하나 분석하며 연결도 지어, 필요한 만큼의 지식창고를 채워갔습니다. 국내외의 인터넷 백과사전과 인명사전, 지도들도 사실 재확인이나 인식의 공백 충전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음을 밝힙니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가외의 연구 결과를 담아 서술한 것이 「여는 이야기」의 몇몇 절과 1부가 됩니다. 거기에 독자가 처음 접하는 얘기가 적잖이 있을 것이고, 다시금 눈여겨볼 대목도 여러 군데일 것입니다.
잘못 알려진 걸 바로잡고 애매모호의 장막을 걷어내는 부분들도 눈에 들어올 것이고요. 하지만 학술서로보다는 완연히 대중독서물로 꾸며지는 책인지라, 관례상 각주라든지 문헌 주를 일절 달지 않고 가야 했습니다. 그 대신, 집필에 참고한 문헌들과 자료를 다 밝혀 목록을 책의 맨 끝에 넣어놓았으니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문헌의 논저자들께는 본의 아닌 불비에 대해 해량을 미리 구하는 바입니다.
이 책에는 김산이 마주쳤던 참담한 패배와 이어지는 실패, 허망한 죽음의 정황이 넘쳐납니다. 책을 써 가면서, 또한 다 쓰고 나서도, 몹시 씁쓸하고 비감도 해지더군요. 그래도 그 추이를 계속 따라가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냉정하게 추적해보고 실상과 경위를 냉엄하게 그려보려 했습니다. 그런 자기 다짐이 얼마나 실효를 냈을지는 역시나 명철한 독자들의 판단과 평가에 맡겨야 할 거 같습니다. 아직도 저자의 어떤 정념이 엄격한 자기 금제를 넘어버려서 독단과 비약을 낳는 때가 있어 보이니 말입니다.
바람직하기는 1부를 읽고 2부로 가는 것이 좋겠지만, 1부의 내용과 서술이 좀 딱딱하다거나 어렵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럴 경우는 2부를 먼저 가볍게 읽고 나서 돌아가 1부를 읽고, 그다음에 2부를 재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겠는지요.
광저우만 아니라 광둥성의 동쪽 끝까지 횡단 답사하여 문득 이 책을 쓰게 되었음과 최근에 마주쳤던 어느 발견의 경험도 더해져, 인생사의 어떤 일에는 우연의 외관 속에 절묘한 필연이 감추어져 있다는 깨우침 같은 것이 새삼 다가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싶고, 조세열 상임이사님의 애정 어린 배려와 손기순‧유연영 선생의 세심한 수고에 더불어 사의를 표합니다. 답사 여정에 함께했던 문계준‧박호균 님과 새로 맺은 우정이 진득하며, 광저우에서 상봉했던 김유‧신광용‧장두인 님의 후의가 애틋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병석에서도 『조선혁명군 총사령관 양세봉』을 거뜬히 탈고하여 출간해낸 김유 님의 쾌유와 재활이 어서 이루어지길 기구하며 또한 그러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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