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진상조사 해놓고도 미온적 처벌
국정화 획책 주역들 여전히 교육부 등 요직에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문제의식 안 보여
학교 역사교육 강화 등 민주시민교육 강화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2017년 5월 12일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5월 10일 하달한 ‘제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위원회 설치에 이은 두 번째 업무지시였다. 7월 5일 취임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9월 2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고석규, 이하 조사위)를 출범시켰다. 조사위 출범식에서 김 장관은 자신의 아버지도 친일인물로 기록했던 친일문제 연구자 임종국 선생(1929~1989)을 언급하며 성역 없는 조사 의지를 밝혔다.
조사위는 2018년 3월 28일 6개월간의 조사를 종료한 후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를 발간하고 교육부에 25명을 수사 의뢰토록 요청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17명으로 줄여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상급자 지시에 따라야 했던 중하위직 실무자보다 고위 공직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교육부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자초했고 임종국 선생 언급이 무색하게 됐다.
또한 고석규 위원장은 진상조사 결과 발표 직후 자신의 전남 교육감 출마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보내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을 가졌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조사위는 셀프 조사의 한계, 조사위원장의 안일한 태도, 김상곤 장관의 적폐청산 의지 부족 등으로 당초 기대했던 ‘재발 방지’와 ‘후속세대에 역사적 교훈’을 남기지 못했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한 핵심 인사들은 조사위 조사에서 자신들은 ‘부역자가 아닌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강변했다. 그러한 변명이 통했는지 이들은 되레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부당한 명령에 부역해도 처벌은커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귀한다는 잘못된 교훈을 남기고 말았다. 교육부판 반민특위 실패의 재연이다.

더욱 기막히게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추진한 인사들이 여전히 교육계 요직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에는 박성민이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김성근이 영유아정책총괄과장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유상범은 인천경연초중학교 교장으로, 권성은은 경북도 교육청 부교육감으로 학교 현장에 남아있다. 어쩌면 리박스쿨 사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다.
최교진 현 교육부 장관은 리박스쿨 사태와 관련해 “교육활동에서 학생들에게 편향되지 않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따라 우리 사회가 합의한 중요한 교육적 가치”라며 “교육의 중립성이 정규수업뿐만 아니라 정규수업 외의 과정에서도 지켜질 수 있게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았을 뿐 리박스쿨에 대한 진상조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최 장관은 하루속히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가칭 ‘리박스쿨 등 교육 적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과 아울러 극우세력의 확산을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뉴라이트 교과서로 평가받아 지난 7월 검정이 취소된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을 통과했는지에 대한 진상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리박스쿨 등 학교 현장으로 침투하는 극우세력에 대항하는 이재명 정부의 복안은 무엇일까.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방부가 내놓은 국정과제인 ‘국민 군대를 위한 민주적·제도적 통제강화’를 교육부가 참고하기를 권유한다. 즉 위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법」은 물론 각종 공무원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민주주의와 헌법수호(즉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학교교육 강화를 정책화하자는 말이다.
끝으로 리박스쿨 사태 재발 방지와 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방안 몇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학교 역사교육 강화는 학생들의 교실 수업을 가중하는 방식보다는 현장 체험학습을 적극 활용하여 독립·민주 유적지 방문을 적극 권장·지원하자. 체험만큼 역사교육에 효과적인 방식은 없다. 극우 반공을 기반으로 하는 대형 교회들이 일주일에 3일(수, 토, 일)을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주입하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역사교육,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과감한 국가 재원 투입이 시급하다.
둘째, 교육부 산하 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을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에 활용하자. 「평생교육법」에 근거해 2024년 기준으로 전국에는 총 6125개의 평생교육기관이 있다. 거의 모든 동네 주민자치센터에서 매일 평생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평생교육법」 제2조는 평생교육을 ‘학력 보완교육, 성인 문해교육, 직업능력 향상 교육,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 교육, 인문 교양교육, 문화예술 교육, 시민참여 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으로 명시하고 있다. 즉 역사교육, 민주시민교육도 얼마든지 평생교육의 틀 안에서 실시할 수 있다.
셋째, 정당의 당원 교육과 공무원(군인, 경찰, 입법부, 사법부 공무원 포함), 예비군, 민방위 교육에서도 헌법 전문에 명시된 ‘독립’ ‘민주’ ‘평화통일’ 교육을 의무 실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역사 교육, 민주주의와 헌법수호 교육은 언제나 누구든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겠다.
※ 이 글은 촛불행동,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2025년 10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공동주최한 공청회 ‘리박스쿨 등 교육내란세력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방학진 시민기자 vacationjin@empal.com,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2025-10-16>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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