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2015년 한·일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을 두고 대학생들이 “역사정의가 ‘실용외교’의 명분에 가려졌다”며 비판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사실상 역사 문제를 동결시킨 것”이라며 “식민지·전쟁범죄에 대한 반성과 피해자 존엄 회복의 약속은 빠지고 ‘미래지향’ 같은 추상적 구호만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눈감은 채 일본에 양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은아 평화나비네트워크 전국대표는 “전쟁범죄는 한국 사회 인권침해, 나아가 세계 군사적 긴장과 맞닿아 있다”며 “가해국 일본의 책임 회피에 눈감은 채 무조건적인 양보만 요구하는 것은 국민주권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변가원 경기대표 직무대행도 “일본은 여전히 전범국이자 가해국이고, 한국은 직접적인 피해국”이라며 “우리가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기를 멈추면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진정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는 역사정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평화를 고민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죄와 배상을 전제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입장과 배치되는 태도를 보였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15년 성남시장 시절 한·일합의를 “헌법에 반한 무효”라고 규정하며 소녀상 지키기 농성에 참여했고, 2023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학생들은 “이 대통령이 이제 와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책임 인정 및 배상 요구, 2015년 한·일합의와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무효화 논의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23일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담았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원칙적으로 계승한다고 했지만 구체적 배상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역사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의기억연대는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실용외교’라는 명분 속에 역사정의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사죄 없는 형식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씨는 회담을 앞두고 “2015년 합의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등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이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백민정 기자
<2025-08-25>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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