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50619_한일국교정상화_60년_민족문제연구소_성명
<한일국교정상화 60년 민족문제연구소 성명>
피해자가 극복한 ‘65년 체제’
이제 식민주의 청산과 강제동원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로 나아가자
2025년은 을사늑약 체결 120년, 해방 80년, 한일국교정상화 60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이다. 우리는 이 뜻깊은 해를 맞아 식민주의 청산과 강제동원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촉구한다. 1965년 6월 22일 박정희 군사독재는 냉전과 분단체제 아래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했다. 식민지에서 침략전쟁에 강제동원된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되었고, 이후 60년 동안 피해자들은 인권과 존엄의 회복을 가로막아온 ‘65년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역사적인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일본제철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이 1997년 일본에서 시작한 20여 년의 소송투쟁 끝에 쟁취한 대법원판결은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점과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강제동원·강제노동이 반인도적 불법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이 판결은 식민주의 극복을 촉구한 ‘더반 선언’(2001년)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며, 국가 중심의 국제법에서 개인의 인권 중심으로 발전해 온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의 성과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도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또한, 이 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들 그리고 그들과 연대한 한일시민사회가 일본과 한국에서 벌인 20여 년의 소송투쟁을 통해 ‘65년 체제’를 극복한 역사적인 판결이다. 2018년 대법원판결은 피해자들이 역사 정의 실현과 식민주의 청산을 향한 길을 열어젖힌 인권선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18년 판결 확정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안타깝게도 판결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판결 직후부터 한국 최고 법원의 판결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의 사법 주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일본제철, 미쓰비시(三菱)중공업, 후지코시(不二越) 등 피고 전범 기업은 일본 정부 뒤에 숨어서 판결의 이행을 위한 대화조차 거부하며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강제동원 대법원판결의 해결책이라며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와 함께 동아시아 평화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추진했다. 제3자 변제안은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의 책임을 완벽하게 면제해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사법 주권을 포기한 것이며, 행정부가 대법원의 판결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선언한 대법원판결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헌법을 위반한 것이다.
역사 정의를 정면으로 거스른 윤석열 정권은 결국 민주주의 회복을 향한 시민들의 ‘빛의 혁명’으로 무너졌다. 역사의 법정에 선 그들에게 준엄한 단죄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제 윤석열이 되돌린 역사 퇴행의 시곗바늘을 되돌려야 할 때이다. 이제 강제동원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갈등이 아니라 식민주의 청산이라는 시대정신과 인권과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국제 정치의 논리로 피해자 개인을 외면한 채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더는 피해자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국익’과 ‘안보’라는 미명 아래에 외면받아 온 피해자 개인의 인권과 존엄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고통받은 피해자가 인권과 존엄의 회복을 위해 투쟁에 나섰고, 역사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바라는 한국, 재일동포, 일본 시민들이 그들의 손을 잡고 연대하여 싸운 결과가 2018년 대법원판결로 마침내 열매를 맺은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한일국교정상화 60년, 해방 80년을 맞아 더는 미룰 수 없는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양국 정부가 협력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해결을 위해 함께 나서야 한다.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골 봉환을 비롯하여 일본으로부터 우편저금 통장과 연금 기록, 군사우편 저금기록, 사도 광산 반도노무자 명부, 우키시마호 희생자 자료 등 일본 정부와 기업이 보유한 강제동원 피해 관련 자료를 받아야 한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2만여 명 무단 합사 피해자의 합사 철폐 소송투쟁도 잊지 말아야 할 과제이다. 이재명 정부는 무엇보다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판결의 빠른 이행을 위해 정정당당하게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야 한다. 식민주의 청산과 역사 정의가 올바로 실현될 때 인권과 평화를 공유하는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도 비로소 열릴 것이다. 우리는 동아시아 시민들과 연대하여 역사 정의와 평화 실현을 위해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2025년 6월 19일
민족문제연구소/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한국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