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단체가 연 진화위 위원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 찾은 직원들에 눈시울 붉힌 유족들

“5·18 영령과 피해자 유족에게 박선영 진화위 위원장을 대신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 – 김애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진실화해위지부 지부장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 직원들이 국가 폭력 피해 단체들이 연 박선영 진화위 위원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 현장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직원들의 사과를 듣던 5·18 피해자 유족들을 비롯한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고맙습니다”, “여러분 잘못이 아니에요”라면서도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용만 (사)5·18서울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옛날에 학교에서 선생님이 지각이나 결석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언제나 그 자리에는 지각이나 결석을 한 사람이 없지 않나. 사과해야 하는데 사과 안 하고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 대신 사과를 하는 아이러니와 역설이 우리 역사에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28일 오후 3시 (사)오월어머니집, (사)5·18서울기념사업회를 비롯해 27개 국가 폭력 피해 단체들은 서울 중구 진화위 앞에서 박선영 위원장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화위 직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카메라 뒤에서 자리를 지켰다.
박선영 위원장은 24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질의에 “아직도 논란이 많이 있다”는 사실 무근의 ‘망언’을 내놔 퇴장당했다(관련기사 : 사실 무근 ‘5.18 북한군 개입설’에 “아직 논란 있다”는 진화위원장 https://omn.kr/2d7jf).
5·18 피해자 유족들 “박선영 위원장, 마지막 양심 남았다면 사퇴하라”

김애자 진실화해위지부 지부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박선영 위원장은 다시 한번 5·18 영령과 피해자 유족, 국민 여러분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오늘 여러분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느꼈을 분노와 울분, 답답한 심정을 저희도 잘 알고 있다”라며 공개 발언에 나섰다.
김 지부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 정도로 자리 잡은 것은 목숨 바쳐 신군부 세력에 맞서 싸운 광주 시민들 덕분임을 잘 알고 있으며, 현재의 우리는 모두 1980년의 광주 시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시간까지 박선영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SNS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진화위 노조는 박선영 위원장의 역사적 인식이 극우 유튜버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자격 없는 위원장은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라며 “진화위 소속 직원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발언을 마치고 기자회견 참석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 참석자이기도 한 김의기 열사 기념사업회 문병로씨는 진화위 직원들의 사과에 눈시울을 붉혔다. 문씨는 <오마이뉴스>에 “5·18 희생자들을 완전히 욕되게 만드는 (박선영 위원장의) 장면을 보았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는 건 학문적으로는 멋있는 말이나 알아야 되는 걸 모르고 많은 이들을 모욕하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조금 있으면 5·18이기도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단체 회원들은 기자회견에서 “박선영이 있어야 할 자리는 진화위 위원장이 아닌 지만원이 이미 5·18 망언으로 끌려간 바 있는 형사 법정과 감방”이라며 “마지막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기를 바라며 진화위 위원장을 사퇴하고 나가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진 촉구 성명서를 민원으로 접수하기 위해 진화위를 찾았으나 이날 박선영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유지영 기자
<2025-04-28>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