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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친일작가 제작’ 전봉준 장군 동상 대신 ‘동학군 행렬’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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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시, 가천대 임영선 교수 작품 ‘불멸, 바람길’ 선정…내년 제막

가천대 임영선 교수의 작품 ‘불멸, 바람길’ [정읍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읍=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친일 작가 작품이란 지적을 받아온 전북 정읍시 황토현전적지의 전봉준 장군 동상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동학농민군 행렬을 형상화한 작품이 설치된다.

정읍시는 현 전봉준 장군 동상을 대체할 작품을 전국 공모해 가천대학교 임영선 교수의 작품 ‘불멸, 바람길’을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불멸, 바람길’은 고부에서 봉기를 시작한 동학농민혁명군의 행렬 이미지를 부조, 투조, 환조의 기법으로 제작한 군상 조각이다.

동학의 인본주의 사상이 작품의 근간을 이루도록 인물 배치를 사람인(人) 형상으로 한 게 특징이다.

작품은 특정 인물이 강조돼 높은 좌대 위에 설치되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형식을 지양했다.

또 행렬의 선두에 선 전봉준 장군의 크기와 위치를 민초들과 수평 배치했다.

시는 “벗은 갓을 들고 가는 전봉준 장군의 모습은 신분제 차별을 없애고 불합리한 모순을 개혁하려는 혁명가의 의지가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친일 작가가 만든 전봉준 장군 동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는 동상 재건립 추진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1987년 10월 정읍시 덕천면 황토현전적지에 건립된 현재 전봉준 장군 동상은 친일 조각가 김경승(1915∼1992)이 제작했다.

동상과 배경 부조 시설물은 화강암 받침대 위에 높이 6.4m, 좌대 3.7m, 형상 3.7m 규모로 건립됐다.

김경승이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인 까닭에 동학 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줄곧 철거를 요구해 왔다.

특히 몸체는 격문을 든 농민군 지도자의 모습이지만 머리는 죄수처럼 맨상투로 돼 있어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시는 시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동상 철거를 결정했다.

새 동상의 제막식은 내년 5월 정읍에서 열리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식’에 맞춰 열린다.

유진섭 시장은 “동학농민혁명 사상과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역사의 한 장면에 시민들이 동참하고 이름 모를 농민군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ollenso@yna.co.kr

<2021-08-31> 연합뉴스

☞기사원문: ‘친일작가 제작’ 전봉준 장군 동상 대신 ‘동학군 행렬’ 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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