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몽이네 예나눔은 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배우고 그것을 이웃과 나누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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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몽이네 예나눔은 하고 싶은 것을 즐겁게 배우고 그것을 이웃과 나누는 곳

몽이네 예나눔 대표 신동현 작가

인터뷰 방학진 기획실장 / 정리 김선아 학예실

 

5월 16일 독립운동가 초상화 전시물 철수를 위해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을 찾은 몽이네 예나눔 대표인 신동현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었다.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식민지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몽이네 예나눔 회원들의 독립운동가 초상화를 전시한 바 있다. 또한 몽이네 예나눔에서 직접 제작한 기념노트와 수제브로치를 기증해주어 박물관에서 이것을 판매, 후원금으로 사용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문 : 원래는 고향이 여수가 아니라고 들었는데, 고향은 어디인가요?

답 : 네. 원래 고향은 서울이구요. 지금 웹툰 작가인 남편 양영순 씨도 어렸을 때 서울에 올라와서 살았어요. 저희 부부가 여수에 내려온 지는 딱 10년 됐어요. 남편과는 미술학원에서 만났죠.

문 : 그 전엔 어떤 그림을 그렸었나요?

답 :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쪽이었어요, 날고 싶은 자작나무라는 편지지 회사를 다녔구요. 삽화, 웹툰 등을 했어요. 원래 팬시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죠. 편지지, 일기장, 소품 등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한 5~6년 정도 회사를 다녔구요. 이후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했어요.

문 : 결정적으로 여수에 가야겠다 하는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요?

답 : 아버님이 원래 여수 분이세요. 서울에 와서 사시다가 갑자기 여수에 내려가겠다고 하셨어요. 두 분이 사시기엔 너무 넓은 집이라 저와 남편이 함께 내려갔어요. 아버님, 어머님 댁에 들어가게 된 거죠. 아이도 5살밖에 안 되서 어리고 부담 없이 가게 되었어요. 딸아이가 이번 몽이네 예나눔 전시에서 안중근 그림을 그렸어요.

문 : 몽이네 예나눔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답 : 아이를 낳고 아이와 소통하는 게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여수 내려갔을 때 아이를 유치원에 안 보내려 했는데, 그렇게 되면 친구를 사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는데,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학원을 많이 다니더라구요. 저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학원 아닌 학원 같은 공간을 만들자고 결심했죠. 그래서 아이가 놀 수 있도록 작업실 공간을 마련했어요. 위치도 차 안 다니는 거리에 있고, 굉장히 좋았어요. 작업실 공간에 제 아이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는데요. 이 모임이 커진 거예요. 이처럼 몽이네 예나눔의 시초는 제 아이의 친구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죠.

문 : 왜 몽이네 예나눔인가요?

답 : 꿈 몽(夢) 자에, 예술 예(藝) 자인데요. 예나눔은 예술을 나누다란 뜻이에요. 학교에서 보면 관악을 가르쳐 주는데, 배우고 끝인 거예요. 저는 즐길 정도로 연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에너지를 쓴 만큼 보람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것이 그림이든 댄스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생활에 나눴으면 좋겠다가 제 모토구요. 전시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릴 수 있으면 그려서 전시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죠.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어서 의미 부여를 좀 더 해보았는데요. 그 전부터 이기범 선생님과 아이들이 역사탐방을 했거든요. 팟캐스트를 듣다가 알게 되서 연락이 이어졌었죠. 하다 보니 작년부터 100주년이라는 것을 알고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저희는 원래 매년 전시해요. 전시했던 것 중 하나가 히어로(Hero)전인데요.
“나는 내가 영웅이다”라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저는 촛불혁명이 매우 인상 깊었어요. 사람들은 대부분 히어로를 찾아요. 그런데 촛불혁명 때, “촛불 들고 내가 한 발자국 나가면 모두가 안 다치고도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인상이 깊었어요. 누가 알아서 해 주겠지가 아니라 우리가 나가자라는 거죠. 이번 독립운동가 작품은 거제도에 있는 유경미술관에서 초대 받아서 처음 만들었어요. 유경미술관 분이 히어로전을 보시고 저희를 초대했는데, 다른 곳 전시가 잡혀 있어서 작품을 못 가져간 거예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작품을 여수가 아닌 다른 지역에 전시를 하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년이 3·1운동 100주년이니 겸사겸사해서 여수 외에 다른 지역에 전시를 준비해보자라고 했죠. 100주년을 기념해서 독립운동가 분들을 그렸어요. 5월 8일 어버이날 기념해서 독립운동가 분들께 꽃을 달아드리자고 기획했죠. 이 전시는 유경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된 거예요.
그러고 나서 여수에서도 전시했구요. 식민지역사박물관과도 잘 연결되었던 것 같아요.

문 : 본격적 준비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답 : 2018년 6월에 시작했구요. 전시를 확대한 건 2019년 2월 여수에서였어요.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도 연결되어서 3월에 전시할 수 있었어요. 보통 아이들 입장에서 저와 만나는 공식적인 시간은 한 달에 세 번입니다. 방학 땐 합숙해서도 그려요. 저는 아이들이 전시할 땐 작가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걸겠다고 작정한 만큼 작가로서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죠. 작가로서 작업실에서 집중해서 하면 자기 실력보다 더 잘 나올 수밖에 없어요.

문 : 독립운동가에 대한 사전 설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답 : 이 친구들하고는 직접 소통하는 편이에요. 먼저 독립운동가 명단을 이기범 선생님께 받고, 단체 카톡방에 올려요. 그럼 먼저 본 사람이 그리고 싶은 분을 선착순으로 댓글을 달죠. 확정이 되면 그리기 전에 그분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요. 부모님과 함께 찾아보기도 하구요. 6~8년 같이 작업했기 때문에 어머니들도 능숙하세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신이 그린 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해요. 독립운동가 분께 편지도 쓰고요. 저는 주로 일정과 그림 관리를 담당했어요. 아이들은 기대하는 만큼 크는 것 같아요. 학생으로 보면 학생, 작가로 보면 작가이죠.

문 : 현재 같이 그리는 학생들이 몇 명 정도 있나요?

답 : 학생만 70명 정도에요. 부모님, 조부모님까지 합치면 더 늘어나죠.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공연하자고 했을 때 최소 100명이 모일 수 있구요. 초2~ 고3까지 같이 받아요. 저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고 생각해요.

문 : 몽이네 활동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요?

답 : 성인이 된 아이들이 또 선생님처럼 활동하기도 해요. 벌써 저랑 같이한 지 10년이 된 친구들도 있는데, 이 친구들은 대학생이에요. 또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굿즈 얘기도 했는데, 이런부분을 보면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문 : 공연할 때 그림이 메인이고, 음악도 하는 건가요?

답 : 플루트, 기타, 바이올린 등 학교에서 배워온 걸 다뤄요.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거죠. 그리고 지휘자는 공방에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님이세요. 부모님이 플루트 선생님, 기타 선생님을 하고 계셔서요. 전시 공연을 준비하자 하면 4~5번 만나서 연습해요.

문 : 앞으로 어떤 주제로 작업할 계획인가요?

답 : 공방 다니는 조건은 딱 하나에요. 일기를 매일 쓰자. 연속일기를 계속 써요. 그럼 실력이 안 좋아질 수가 없어요. 매일 그림일기 쓰는 건 아니지만, 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성실함이라고 보고, 성실함을 쌓을 수 있는 게 일기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 줄이라도 쓰는 거죠. 그 대신 “힘들어도 쓰고, 너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라고 해요. “매일 한 줄이라도 열심히 썼으면 좋겠어”라고 이야기하죠. 그동안 아이들이 써놓은 일기를 주제로 한 다이어리 전을 다음 전시 주제로 생각하고 있어요.

문 : 매년 전시 주제가 바뀌나요?

답 : 네. 이번 전시는 3·1운동 100주년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이기범 선생님이 역사탐방을 하시
는데, 전국을 모두 다녀보자는 생각으로 직접 주제 잡고 2년 동안 다니면서 전시를 준비했어요. 매년
감사하지만, 100주년이 굉장히 의미 있잖아요. 전시준비하면서 안중근 외에도 많은 독립운동가 분
들이 계시다는 걸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독립운동가에만 집중한건 최근 2년이에요. 지금 하는 것은 문학탐방이에요.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관련된 곳을 탐방하죠.

 

3월 3일 식민지역사박물관을 방문한 몽이네 예나눔 회원과 학부모

 

문 : 탐방할 땐 몇 명이 가나요?

답 : 잘 그린다는 친구들-작가반 위주로 갔구요. 13명이에요. 나머지 친구들은 도시 탐방, 맛탐방 등을 하는데 한 번에 3~40명씩이고 많을 땐 버스 대절해서 갑니다.

문 : 인상 깊고 추천해줄 만한 곳이 있나요?

답 : 그 부분은 이기범 작가님이 더 잘 아세요. 전국에 좋은 곳이 정말 많아요. 행사, 축제, 체험 등이 정말 잘 되어 있죠. 중국, 일본 등 해외도 가끔 나가요.

문 :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할 텐데 예를 들어 여수에서 3.1운동 기
념식, 8.15 기념식 등 할 때 국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팁이 있나요?

답 : 살면서 느낀 건데, 저희 공방 단체는 6명으로 시작해서 현재 70명 가까이 되요. 현재 룰도 없고 새로 잘 받지도 않는데요.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단순히 일이 아니라 제가 그리고 공방 친구들이 즐겨서인 것 같아요. 앞으로 식민지역사박물관도 그렇고, 기념사업도 그렇고, 계신 분들이 즐기는 걸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해서오신 분들이 시간 아깝지 않도록 말이죠. 저는 전시할 때 기본이 오신 분들이 시간이 안 아까워야 된다거든요.
그림을 전시할 때에도 어떤 아이들은 자기 그림을 열심히 보여주기도 해요. 우리 가족, 친척,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게 전시를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팀 전시 공연 준비할 때, 애들이 직접 와서 봤으면 해서 직접 버스도 대절해서 가요. 이번 식민지역사박물관 전시할 때도 애들이 직접 와서 봤었죠. 부모님도 와서 직접 보시고는 아이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며 매우 자랑스러워하세요.

문 : 요새는 재미의 방식, 기념의 방식, 기억의 방식이 과거와는 다른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하나요?

답 : 이번엔 호국의 달 기념으로 6.25 국가유공자 그림을 그려서 전시하는데요. 현재 살아계신 분이 많으세요. 그때 당시의 나이를 생각해 보면 15, 16살이신데, 아주 어렸을 때 참전하신거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너희들 나이에 참전하신 것이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돌아가신 뒤에 할아버지 사진을 붙이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림으로 그려 놓는다면 붙일 수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가 이 집안의 가보를 만들어 드리자는 거죠. 제일 고생한 분들은 가족들일테니 이분들께 그림을 그려서 드리자고 했죠.

문 : 아이들이 독립운동을 기억해 보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기념식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작
가님이 말한 기억의 방식은 기존의 기억 방식과는 다른 기억 방식인 것 같아요. 안중근기념식도 문화행
사를 하는데요. 짧은 문화공연인데, 많은 이들이 함께 경험할 수 있더라고요. 몽이네 예나눔도 반드시
그림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결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답 : 그렇죠. 제가 잘하는 것이 그림이기 때문에 그림이 위주가 되긴 하지만, 아이들이 가진 재능은 각각 다양해요. 댄스, 음악 등 말이죠. 그래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댄스공연도 하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기념사업을 할 때 스스로가 직접 참여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문 : 제가 생각한 아이템은 <우리동네 유관순 찾기>, <골목에서 만난 독립투사>, <독립운동가가 살았던 시기에 우리 할아버지는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그리기> 등이 있어요. 독립운동 관련 기념도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답 : 네. 우리 아이들한테 이번 독립운동가 전시하면서 물어봤을 때, “만세운동 일어날 당시 자기는 맨 뒤에 있었을 것이다” 또는 “친일파가 됐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독립운동하기 진짜 쉽지 않았겠구나 하고 깨닫는 걸 보고 참 고마웠어요.

문 : 독립운동가 전시는 앞으로도 계속되나요?

답 : 독립운동가 전시는 보훈지청 전시공연 외에도 여수에 있는 도서관에서 2달간 전시할 거예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죠. 그리고 중화고등학교에서도 전시공간을 꾸밀 예정인데요. 학교에서 그림을 사고 싶다고 했으나, 판매는 어렵다고 이야기했어요. 대신 현수막을 만들어서 꾸며주겠다고 했어요.

문 :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답 : 식민지역사박물관이 민간에서 만들어진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에 대한 것을 지켜나가고, 알리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닌데 정말 감사했죠. 이번 그림에서 독립운동가 분들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린 건 우리가 그분들의 희생 속에서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자손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서였어요. 과거의 것을 지켜나가고, 알려나가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을 도와드리고, 후원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이번 전시에 참여했고, 열심히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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