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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새 정부, 역사 적폐 청산해야 – 더 이상 ‘외교참사’를 되풀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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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에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치달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돌출적인 독도 방문으로 역사・영토문제가 불거졌고, ‘위안부’문제의 해결을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2월 28일 굴욕적인 ‘위안부’문제 합의라는 ‘외교참사’를 저질렀다. ‘합의’가 나온 이후 양국 간의 대화는 실질적으로 중단되었으며, ‘교육칙어’의 부활을 비롯하여 평화헌법의 개정까지 시도하고 있는 아베 정권의 군국주의화 행보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일본군‘위안부’, 원폭피해자, 사할린동포, 시베리아억류자, BC급 전범, 근로정신대, 야스쿠니문제, 강제동원・강제노동 등 과거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하나 둘씩 세상을 뜨고 있다. 피해자들의 뜻을 철저하게 무시한 한국 정부의 ‘외교참사’가 불러온 재앙이 이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과거사 현안의 해결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한일위안부 합의’는 이미 폐기되었다고 보아도 마땅할 것이다.
새 정부는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해 필수적인 과거사 문제의 해결방안을 종합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꽉 막혀있는, 일본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전사자 유골반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016년 4월 일본 정부는 ‘전몰자유골수집추진법’을 제정하여 전사자 유골수집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사망한 전사자의 유골을 수집하여 유족들에게 돌려주는 것을 국가의 책무로 정하였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발굴된 유골을 유족에게 돌려주기 위해 유골의 DNA를 추출하여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유족들에게는 DNA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그 대상을 ‘우리나라(일본)의 전몰자’로 규정하여 일본의 침략전쟁에 강제로 동원되어 희생된 한국인 전사자들은 배제하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연구소가 사무국을 맡고 있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소속 유족들은 법안이 논의되던 초기 단계인 2014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세 차례에 걸쳐 일본의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받아 일본정부에게 한국인 전사자 유골에 대한 대책의 수립과 유골조사사업에 한국의 유족들도 참여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유류품이 한국인 전사자의 것으로 여겨지는 유골이 있을 경우에는 수용하지 않고 한국 정부와 협의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였다. 이는 한국인 전사자들의 유골을 유족들에게 돌려주는 일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며 실제로 이 사업에 한국인 유족들의 참여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유족들과 일본 시민단체는 일본 국회의원들을 찾아 이 문제의 해결을 끈질기게 설득하였고 뜻을 같이하는 일본 국회의원들은 일본정부를 줄기차게 추궁하였다. 그 결과 2016년 2월 18일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성 대신으로부터 한국정부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이 있을 경우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공식 답변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의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고 1년이 지나도록 일본정부에 아무런 제안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행정자치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이 2017년도 예산에 유족들의 DNA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비용 3억 원을 신청했지만, 예산 심의과정에서 관련 비용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새 정부는 70여 년 전에 강제로 끌려간 가족의 뼈 한 조각이라도 찾겠다는 유족들의 절절한 염원에 반드시 답해야 할 것이다. 유족들의 고령화를 고려하여 희망하는 모든 한국인 유족들의 DNA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가 수집하고 있는 유골과 대조하여 희생자 한 분의 유골이라도 유족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는 외교적인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전적으로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일본 정부도 해결을 위해 협조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 것이다.

그 밖의 주요 현안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15년 12월 31일에 종료된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가 수집·조사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하여 한일시민사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진상규명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규명과 배상 등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한 이른바 ‘2+2’(일본정부+일본기업+한국정부+한국기업 출연)재단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재단의 설립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일본변호사연맹이 공동으로 제안한 바가 있다. 이를 위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인권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하여 현재운영 중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법적 지위를 높이고 실질적으로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기념・기억사업, 교육사업 등 후속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강제동원 피해자의 추가 진상조사와 유골조사, 반환 사업을 위해 한일 정부 간 교섭을 하루빨리 시작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일본정부에게 정부 간 교섭을 통해 유골조사를 비롯하여 피해자의 우편통장 반환과 후생연금 정보의 제공 등을 촉구해야 할것이다.
넷째, 대일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외 시민사회 및 국제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 중국 등 침략전쟁의 피해를 입은 아시아 각국 정부 및 시민사회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일본정부에게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계속해서 압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야스쿠니 문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문제 등을 통해 국제연대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실패한 지난 정권처럼 과거사 문제를 더 이상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올바른 역사인식에 바탕을 두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보편적 인권과 정의 그리고 평화의 실현이라는 과거청산의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가야 한다. 더 이상의 ‘외교참사’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김영환 대외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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