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회원들이 보내온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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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연구소 소사·21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 주고받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관련 업계가 울상이라고 합니다. 당장 피해가 적지 않은 화훼, 축산업계 등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동안 ‘선물’을 가장한 뇌물이 그렇게 많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여하튼 선물 받고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겠지요.
이번 호에서는 연구소로 전달되는 선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한때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연대는 입금입니다.’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연구소처럼 대부분의 운영 경비를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단체들로서는 100%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정하고 불의한 현실에 대해 비분강개만 하고 만다면 그것은 술 한 잔 마시고 이불 뒤집어쓰고 “대한독립만세” 몇 번 외치다 골아 떨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소 입장에서는 매일 한두 분이라도 회원이 되어 주시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기쁘고 보람 있는 순간은 바로 회원들이 보내주시는 선물을 받을 때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회원님들이 보내주시는 선물은 곧 칭찬과 격려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소 설립 초기에도 선물이 간간히 오기는 했지만 택배가 일상화되고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친일인명사전???? 편찬 국민모금을 벌였던 2004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답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종류는 주로 쉽게 상하지 않을 먹을거리들이 대부분으로 김, 현미과자, 꿀, 고구마, 오징어, 감귤, 배, 포도, 사과, 곶감, 김치, 유자차, 과메기, 찹쌀떡, 한과, 매실 원액, 동충하초, 된장, 고추장, 순무 등 전국의 특산물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듯합니다.

03역사의 참꽃! 민족문제연구소. 오두막 흰 연기마저 곧게 오르다 꺾이는 요즘 세상입니다. 여기 850고지 산마루에 찬 서리 내리자 간밤에 산토끼, 노루, 고라니가 맛있게 잡숫고 남은 자연 생식거리를 약소하오나 고단하실 때 한 쪼가리씩이라도 드시면서 힘내십시오. 정말 큰일하십니다. 어제는 밀, 보릴 묻고 오늘은 마늘을 놓으면서 우리도 늘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런 먹을거리들은 고루 나눠 상근자들 집으로 가져가기도 하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점심 반찬 등으로 요긴하게 활용합니다. 요새는 연구소 식구가 40명을 육박하다보니 보통 하루 만에 모두 없어집니다. 외근이나 출장으로 사무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근자들은 구경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먹을거리 외에 특별히 복분자술, 특산 막걸리, 외국 맥주 등 술을 보내주시는 경우도 있고 청바지나 모자 등 의류를 보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옷이 오면 역시 여성 상근자들이 환호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선물은 2005년 늦가을 강원도 정선 봉우재에서 보낸 온 선물입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한 눈에도 비료나 농약과는 전혀 인연이 없어 보이는 못생긴 무와, 흙이 그대로 묻어 있는 당근, 그리고 노란 들꽃 한 무더기가 원고지에 쓴 사연만큼이나 단아하고 정감이 넘쳐흘렀습니다.

2005년 <만화 박정희> 출간과 2009년 <친일인명사전> 발간 즈음엔 앞뒤 가리지 않는 욕설과 협박전화에 시달린 상근자들끼리 이러다 폭탄 같은 게 배달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스갯소리를 나눈 적도 있습니다만 이처럼 정성이 담긴 선물로 용기와 감동을 주는 분들은 언제나 회원들이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예나 지금이나 회원들의 정성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용기와 힘을 얻습니다.

∷ 방학진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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