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성명서] 졸속 추진 현대사 프로그램 제작을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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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추진 현대사 프로그램 제작을 즉각 중단하라.


우리 귀를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1TV 토요일 저녁 8시에 방송될 현대사 프로그램이 두 달 동안 비밀리에 준비돼 왔는데 가제가 ‘그때 그 순간’ 혹은 ‘격동의 세월’이고 외주를 통해 다큐드라마 포맷으로 제작한다는 것이다. 어제 코비스에 게시된 언론노조 KBS본부의 성명서를 읽어 본 PD라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동안 KBS의 역사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PD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이 프로그램은 수십 년 동안 제작해온 KBS 역사프로그램의 제작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있음이 명확하다. 새로운 역사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는 기존 역사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작진의 공식적인 토론과 합의를 거쳐 시청자가 요구하는 역사의식을 최대한 담아내는 프로그램을 신설해 왔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그런 과정과 역사의식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두 달 동안 철저히 비밀리에 준비해 왔다. 이런 중차대한 역사프로그램을 군사작전 하듯 몰래 준비한 경우는 지금껏 KBS뿐 아니라 어떤 방송사에서도 없던 일이다.


둘째, 이 프로그램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 지난 2007년 소위 ‘강00 녹취록’ 사건에서 박정희 찬양 프로그램 제작 운운하는 얘기가 있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강00 전 방송위원, 윤00 전 PD, 000 외주사 대표, 친박계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등이 여의도 모 술집에서 나눈 얘기 중에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반드시 해야 할 방송으로 거론한 것이 바로 ‘현대사 다큐드라마’다. 이는 지난 두 달 동안 준비해 왔다는 현대사 프로그램과 궤를 같이 한다. 강00 전 위원은 사장에 응모했다가 떨어져서 이제는 관련 없는 인물이 됐을지 모르지만 당시 참석했던 중심인물 유승민 의원은 여전히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친박계 소속이다.


당시 녹취록 사건은 언론계에서 있어서는 안 될 부도덕하고 추악한 현장이었다. 몰래 준비해 왔던 현대사 프로그램이 그 녹취록에 등장하는 기획 의도와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지금 이런 방송이 나간다면 KBS는 정권에 아부하는 방송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셋째, 한국 현대사 같이 논란의 소지가 큰 민감한 문제를 외주제작사에 맡겨 제작하겠다는 것은 책임감 있고 균형 있는 역사관을 반영해서 방송해야 할 공영방송이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겠다는 것이다. 외주사는 본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고 이는 곧 갑인 본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게 현실이다, 결국 외주사를 통한 현대사 제작이라는 초유의 방식은 본사와 외주라는 특수 관계를 통해 본사, 나아가 정권의 코드에 맞는 가치관을 담은 프로그램을 일방적이고 편향적으로 방영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된다. 한국 현대사는 여전히 첨예한 이념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기 때문에 고도의 균형감과 엄정한 역사의식에 기반하여 제작해야 한다. 외주제작사에게 그 무게를 전적으로 지우기에는 너무 엄중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박근혜 정권 출범과 궤를 맞춰 방송하기 위해 그 동안 비밀리에 외주를 통해 제작 준비해 온 것으로 보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공영방송 KBS에서 현대사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프로그램을 편성?방송하려면 기획 단계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당당하게 추진했어야 한다. 이런 꼼수는 안 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당사자인 편성센터장과 외주제작국장은 이런 비상식적인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2. 공영방송 KBS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구성원을 모욕하는 이런 기도에 대해 PD협회와 노동조합은 철저하고 엄중히 대처할 것을 주문한다.


 


2013년 3월 8일


 


KBS의 역사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던 PD들


윤찬규 이연식 김덕재 류지열 황대준 안주식 임기순 나원식 김정희 강성훈 장해랑 최훈근 현상윤 이상요 왕현철 장기랑 안홍수 김무관 박석규 설상환 황용호 우종택 양승동 김동훈 윤한용 이연식 김창범 권혁만 이도경 이강택 윤태호 문형열 김장환 김정균 손현철 김정중 김형운 송철훈 이광록 이욱정 이재혁(21기) 김현기 박 건 고정훈 양홍선 임현진 정현모 김종석 백주환 최필곤 강성훈 김영선 나 영 황응구 전우성 이승하 이호경 김한솔


 


현재 보직을 맡고 있는 PD들은 입장을 고려하여 마음만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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