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5.16 막말’ 벗길수록 구린내 나는 박근혜의 역사인식

1129

   [기고] ‘5.16 막말’ 벗길수록 구린내 나는 박근혜의 역사인식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5.16과 관련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의 발언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거 야단났다. 박근혜 후보의 막무가내 역사인식이 폭주하고 있다. 박근혜씨는 일련의 대통령 예비후보 토론이나 공사석에서 도저히 일국의 대통령 후보라고 보기 힘든 막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씨는 몇 년 전 아버지 박정희는 두 번의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한번은 일제 강점기 교사직을 그만 두고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간 일, 또 하나는 5·16을 일으킨 것이라고 했다. 요새 들어 막말을 더 보탰다. 1972년 유신헌법 개정을 80퍼센트 이상이 지지했으며(이게 부정선거임은 당시 일선 공무원들이 증언하고 있음에도), 5·16이 구국의 혁명이었다는 것을 전 국민의 50퍼센트 이상이 지지한다고 했다.

일본군 앞잡이, 헌법 유린도 모두 구국의 결단?

요컨대 일제 강점기에 “개나 말처럼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 하겠다”고 혈서를 쓰고 일본군 앞잡이가 된 친일반민족행위도, 정치군인들이 작당해 총칼로 헌법을 유린한 5·16쿠데타도,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부정선거로 통과시켜 전제군주보다 막강한 권력을 누린 유신체제마저 이제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쳤다’거나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조차 팽개치고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과실은 벗길수록 향기롭고 깨끗한 속살이 드러난다. 헌데 박근혜 씨의 역사인식은 벗길수록 구린 냄새가 난다.

한심한 일이다. 대통령 후보자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는다고 자신의 생각이 옳은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국헌을 준수하고 국민을 모시고 국정의 방향을 올바르게 움직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상식이자 근본 가치로 자리잡은 독립과 민주의 가치는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상식 위에서 국정을 논해야 하나, 박근혜씨는 친일반역과 독재와 인권유린의 역사를 대한민국의 정통으로 삼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그것은 곧 아버지 박정희가 저지른 수많은 역사 범죄를 자신이 대신 속죄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죄악을 대한민국의 영광으로 둔갑시키겠다는 것이다. 박근혜에게 대한민국은 곧 박정희 그 자체이다. 박근혜씨는 국가를 ‘부왕’인 아버지를 통해서 바라보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유신의 공주’이고 대한민국은 사실상 박씨집안의 사적 소유의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박정희 친일행적 미화, 5.16 군사쿠데타 미화  등과 관련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박근혜씨는 유신의 공주가 아니라 ‘유신의 황후’였다. 1975년 유신체제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최태민 목사를 총재로, 자신은 명예총재로 한마음구국여성봉사단을 조직해 활동했다. 최태민은 자칭 ‘태자마마’라고 하면서 기업인으로부터 각종 금품을 받고 이 단체를 통해 각종 비리와 부정을 일삼아 원성이 자자했다.

그럼에도 1977년 1월에는 최태민을 본부장으로 새마음갖기국민운동본부가 발족하자 박근혜씨는 이 운동의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같은 해 3월 17일 새마음갖기범국민궐기대회가 열리자, 대회에 참석한 박근혜씨는 격려사에서 “정신문화의 기반이 다져지지 않아 우리 고유의 전통인 총화의 정신이 흐려지고 있다”면서 “충효를 기본이념으로 하는 새마음갖기운동이 어느 단체나 지방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전체의 국민철학으로 심어져 나갈 때 이 땅은 이상적 복지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체제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지긋지긋하게 주입시켰던 ‘국민총화’와 상명하복의 ‘충효이데올로기’(이는 천황을 국부로 모시며 충성과 효도를 다하자던 일제의 황도유학皇道儒學을 이어받은 것이다)를 그녀가 앞장서서 보급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독재자 박정희가 늘 하던 말이었다.

5.16쿠데타, 유신독재 명예회복 위해 대한민국에 선전포고한 박근혜

그런 그녀가 5·16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의 명예회복을 위해 대한민국에 선전포고를 했다. 오로지 자신의 지지세력을 믿으며 대한민국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가치관을 앞세우고 그녀는 진군하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국민투표로 황제가 되었다고, 히틀러가 ‘독일 재건’을 내세워 대중의 지지를 받아 집권했다고 해서, 그들이 역사에서 정당화된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올해 유신독재 성립 40년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유신의 비극을 다시 반복한다면 지젝의 말대로 그 희극은 비극보다 끔직한 파멸로의 초대가 될 것이다. 프랑스 근대사에서는 그 주연 배우가 나폴레옹의 조카였다면 우리 현대사에서는 그 주연 배우는 박정희의 딸이다. 우리는 이 희비의 쌍곡선에서 그저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나. (민중의 소리,12.07.25)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