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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인정 않는 친일세력, 민주화 성과까지 차지하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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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1년 10월 18일 (화) 오후 7시■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연세대 이인재 교수

▶정관용> 이번에는 교과서 논란입니다. 얼마 전부터 민주주의 대신에 자유민주주의를 쓰자, 해서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역사교과서에 독재라는 용어를 삭제하자, 이런 움직임이 있어서 또 논란이라고 그러네요. 이 사실 확인을 위해서 교과서 집필기준을 마련하는 국사편찬위원회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었는데,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인터뷰가 곤란하다,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하고 계신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연세대학교 이인재 교수를 전화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인재> 예, 안녕하십니까?

▶정관용> 예, 지금 독재라는 용어를 빼자, 라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다고요?

▷이인재> 집필기준에 있어서 독재라는 표현이 지금 삭제하려는 시도가 이번에 있습니다.

▶정관용> 예, 그걸 좀 설명해주세요. 뭘 근거로 그런 게 나오는지요.

▷이인재> 예, 2010년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작성된 중학교 역사교육과정 해설서에도 “이승만 정부의 장기독재는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4.19혁명에 의해 무너졌다”, 또 “조국 근대화를 기치로 내걸고 등장한 박정희 정부는 정치적으로 독재체제를 강화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학생, 지식인, 종교인, 야당들은 연대해서 박정희 정부에 대항하였다. 1980년 신군부 정권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이 전개되었으며 우리 정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흐름에 접어들고 있음을 국내외 배경과 연계해서 이해하도록 권장한다.” 이것이 지금 2010년에 설명되어 있던 내용입니다.

▶정관용> 예, 그건 뭐 정확하게 다 독재라고 표현이 되어 있네요?

▷이인재> 예, 그런데 2011년 역사교육과정 집필기준 초안에는 이와 같은 독재에 관한 내용이 다 빠져버렸습니다.

‘독재’ 대신 ‘자유민주주의 위기’

▶정관용> 그래요? 그럼 뭐라고 표현되어 있어요?

▷이인재> 아마 독재라는 용어가 다 없이 “자유민주주의도 위기를 겪었으며”, 라고 하는 식으로 지금 설명되어 있습니다.

▶정관용> 그래요? 그냥 위기라는 식으로만 되어 있다?

▷이인재>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이 교수님, 그러니까 어느 자료에서 그걸 확인하신 거예요?

▷이인재> 어저께 공청회를 다녀왔는데요, 거기에 2009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공청회 자료가 있습니다. 거기에 집필기준 시안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정관용> 왜 그렇게 할까요?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이인재> 예, 이게 지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 언론지상에 이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유신독재나 군부독재 세력들이 민주화운동을 억압한 과는 있지만 산업화에는 공을 세웠다는 이른바 공과론을 거론한 일이었습니다. 이 사안 때 아마 선생님도 기억하시겠지만, 40여 년 전, 1945년 해방공간에서는 이 친일세력이 친일은 과실이었지만 산업화에는 기여했다는 주장이 연상되는 그런 주장이었습니다.

친일세력, 민주화의 성과까지 가져가려 하고 있다

▶정관용> 그렇지요.

▷이인재> 그런데 이러한 공과론이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친일세력이라든가 친독재세력들이 근대화 가운데 산업화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변신에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시 25주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이미 산업화세력으로서 많이 인정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니까 이제 민주화의 성과까지도 쟁취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관용> 아이고, 참…

▷이인재> 그런데 저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이 이런 공과론 프레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공과론 프레임의 역사는 모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독도문제 구설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대통령님조차도 한국 현대사 공부를 많이 하실 기회가 학창시절에도 사회생활 할 때에도 없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취임 첫해에 촛불집회의 10대, 20대 참가자들을 보고 놀라신 후 많은 정부 측 인사들이 역사교육이 좌경화되었다고 일반적으로 평가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런 정치적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정관용> 그 연장선상이다?

▷이인재> 예, 학문적이지도 않고 교육적이지도 않은 이런 시도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백보를 양보해서 공과론이라고 하더라도 산업화의 공, 기여, 이걸 인정하려면 독재했다는 것까지 인정해야 되는 것이 맞는 것 아니에요?

▷이인재>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교육과정 만들어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정관용> 그런데 말씀하신 게 이제 2011년 집필기준 초안이라고 하셨잖아요? 이 집필기준이라는 게 일단 만들어지면 다 그대로 따라야 되는 거예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인재> 다 따라야 됩니다.

▶정관용> 그래요?

▷이인재> 예, 그러니까 이게 역사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면 이제 교과서를 쓸 수 있는 예비 집필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분들은 이제 2011년 고시된 역사교육과정, 그리고 이에 기초한 집필기준안을 기준으로 교과서를 씁니다. 그런데 이 집필기준이 있는 교과서는 모든 과목에 있는 것이 아니고 국어, 도덕, 경제, 역사에만 있습니다.

▶정관용> 아, 그래요?

▷이인재> 국어, 도덕, 경제, 역사 이 네 과목만 있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이 네 과목에서는 그 기준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이인재> 그렇습니다.

▶정관용> 이 집필기준을 최종 확정하기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칩니까? 또 주체가 어디에요?

▷이인재> 지금 역사교과서인 경우에서는 올해부터, 이게 작년까지는 교육과정평가원에서 만들었는데, 올해부터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회라고 하는 위원회가 있어서 역사교육과정이 개발되었고요, 또 그 산하에, 국편 산하에 역사교육과정 집필공동 연구진들이 구성이 되어서 그분들이 만들게 됩니다.

▶정관용> 국사편찬위원회 산하에?

▷이인재>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어제 공청회도 국사편찬위원회가 주최한 거였군요?

▷이인재>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지난 번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그때 말이에요. 집단적으로 의사표명하고 몇 분이 좀 빠지고 그랬었잖아요? 그때 어떻게 되었었지요?

▷이인재> 이게 어떤 과정이 있었냐 하면은요, 2011년 2월 구성된 역사교육과정 개발정책연구위원회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연구위원회가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서 7월 15일날 최종안을 작성을 해서요, 보고를 했고요. 이게 이제 역사교육과정 개발이 되니까 사회과는 이제 여러 과목으로 구성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7월 19일날 사회과 교육과정 심의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역사교육과정 고시안에 헌법 정신에 입각한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무리없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런데 7월 26일날 국가 브랜드위원회 회의실에서 역사교육과정 개발추진위원회 부위원장님하고 한국현대사 권희영 회장님하고 이명희 교육 교과서 위원장님하고 그리고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가 모여서 이 민주주의에 자유를 삽입시킨 겁니다.

▶정관용> 자유민주주의로 바꿨다는 이야기시지요. 그래서 몇 분이 사퇴했지요?

▷이인재> 9분이 사퇴를 하셨지요.

▶정관용> 9명이? 그런데 그거 이제 반대하시는 분들이 다 사퇴하면 지금 이거 독재를 빼자, 이것도 누가 막아낼 방법이 없는 것 아닙니까?

▷이인재> 어, 그래서 이제 어차피 학자들이 학자적인 소신을 지키지 못했을 때 사퇴하는 것은 뭐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고 한다면 왜 학자들이 사퇴를 했는지를 추진위원회나 국사편찬위원회나 집필위원회에서 잘 고려해야 되는데…

학자들이 사퇴하는 이유, 국사편찬위가 잘 헤아려야

▶정관용> 그렇지요.

▷이인재> 오히려 추진위는 결원 보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단기간, 예를 들어서 10월 말에 집필기준을 제시하고요, 6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집필해서 검정신청을 하게 하고요. 그렇게 되면 검정도 졸속처리가 되겠지요.

▶정관용> 아,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그런 뜻인 것 같은데요?

▷이인재> 예, 이렇게 될 것이 눈에 보여서 참담합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번 달 안에 끝내버리려는 것 같다, 이런 말씀이시지요?

▷이인재>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아이고, 국사편찬위원회, 앞으로 하루하루를 예의주시하면서 쳐다보아야 될 것 같네요.

▷이인재> 예, 그렇습니다.

▶정관용>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인재>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연세대 이인재 교수의 문제제기 말씀 들었고요. 우리가 함께 좀 게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될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 이런 뭐 토론과 논란은 가능하겠습니다만, 명백히 독재정치를 했던 그 기간을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다, 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정말 곤란할 것 같아요. 예, 2부 마칩니다. 잠시 뉴스 듣고 35분에 다시 오지요.(시사자키 정관용 입니다,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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