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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야스쿠니’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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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이윤옥


당신에게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있다 치자. 8월만 되면 듣게 되는 ‘야스쿠니’란 말이 궁금해 엄마에게 물었다고 해보자. 여러 엄마가 있을 듯싶다. 당신은 어떤 엄마일까?


<‘부자되세요’가 삶의 목표인 엄마>


아이: 엄마, 요새 뉴스에서 ‘야스쿠니’란 말이 많이 들리는데 그게 뭐예요?
엄마: ‘야스쿠니?’ 글쎄, 그런 말을 듣긴 들었다만 뭔 말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일본과 관련된 말이겠지. 저녁에 아빠 퇴근하시면 물어보거라.
이런 집은 그러나 퇴근한 아빠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남한테 지기는 싫지만 아는 게 없는 엄마>
아이: 엄마, 엄마? 선생님이 ‘야스쿠니’를 조사해 오래. 뭐야 그게?
엄마: 니네 선생은 참 별걸 다 조사해 오란다. 아, 그냥 가르쳐줄 일이지.
아이: 엄마 대학 나왔다며, 그거 몰라?
엄마: 그건 대학에서 배우는 게 아니야, 엄마도 알아봐야 해
우린 대학을 나왔다. 그러나 이런 것을 가르쳐주는 대학은 없다.
<옷장에 옷보다 책장에 책이 많은 집 엄마>


아이: 엄마, 오늘 학교에서 야스쿠니를 배웠어요?
엄마: 음, 어떤 생각이 들디?
아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강점기 때 동원되어 전쟁터에서 죽었는데 그 사람들을 제사 지내주는 곳이라던데요?


엄마: 너는 그걸 어떻게 생각하니?
아이: 저는 그다지 나쁘다고 생각 안하는데 선생님은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엄마: 음……. 그건 말이야.


엄마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슴이 들여다보이고 때론 혼마저 들키게 되기 때문이다. 애를 기른다고 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자문한다. 우리의 ‘궁그미(궁금이)’ 귀여운 초등 5년생을 위한 ‘야스쿠니’를 살펴보자.


먼저 ‘야스쿠니’란 ‘야스쿠니진쟈’의 준말이다. ‘야스쿠니’란 한자로는 ‘靖國神社’라고 쓰는데 ‘靖’은 편안하다는 말이고 ‘國’은 말 그대로 나라이다. ‘神社’는 신이나 죽은 사람의 넋을 모시는 사당이다. 한자대로 풀어보면 야스쿠니란 ‘넋이 편안한 나라’ 또는 ‘넋을 편안하게 모시는 사당’이란 뜻이 된다. 그러나 야스쿠니 측의 설명은 ‘조국을 평안하게 한다, 평화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편안 넋을 모시는 곳’이 무엇이 문제인가? 아이의 궁금증은 증폭된다. 아이의 질문에 답해 보자.  
1) 야스구니는 어디에 있나요?
일본 도쿄 중심지에 있는 천황의 집 곧 황궁 북쪽에 있단다.


2) 뭐 하는 곳인가요?
메이지유신 직후인 1869년 막부군과 싸워 죽은 영혼을 모시기 위한 곳이지. 더 쉽게 말해줄까? ‘풍신수길’이라고 들어봤지? 일본은 1192년부터 1868년까지 약 700(676년)여 년간 풍신수길처럼 칼을 찬 무사들이 나라를 움직였지. 그것이 막부(幕府)란다. 그런데 1868년에 메이지유신을 일으킨 사람들은 문신정치를 내세우는 사람들이거든. 700여 년 전에 정권을 쥐던 천황가의 후예들이 그간 무신에게 눌리다가 이를 누르고 빼앗긴 왕권을 되찾은 거지. 그걸 ‘왕정복귀’라고 말한단다. 그간 700여 년 동안 천황가 사람들은 거의 꼭두각시였지. 칼을 찬 무사들에 눌려 꼼짝달싹도 못했다고 봐도 좋아. 메이지천황의 아버지 효명천황(제121대, 재위 1846~1867)의 여동생 그러니까 고모되는 여자는 약혼까지 하고도 막부권력에 의해 파혼당하고 그들이 정해준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 정도였거든.


그러다가 한판 붙은 싸움에서 명치왕(메이지)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이 승리하여 그때 죽은 이들을 위한 사당을 만든 게 야스쿠니신사지. 처음에는 쇼콘사(招魂社)라 불리다가 1879년에 야스쿠니로 바뀌었단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지. 야스쿠니 신사 측에서 말하는 것은 “명치유신,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지나사변, 대동아전쟁 등 나라의 위태로움을 맞아 오로지 나라를 위해,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바친 246만 6천여 명의 영혼을 신분과 남녀 구별 없이 야스쿠니의 대신(大神)으로 모시는 곳”이라고 하는데 언뜻 보면 아주 좋은 뜻 같아 보이지?


3) 누가 관리하나요?
이곳은 무덤은 없고  영혼만을 모시는 곳으로 표면적으로는 야스쿠니 신사가 관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나라가 관리하지. 보통 신사(사당)들은 각기 주인이 따로 있는데 야스쿠니신사는 나랏돈으로 관리된단다. 제사를 모시는 커다란 건물이 있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월급도 줘야 하기 때문에 많은 돈이 드는데 모두 나랏돈으로 하고 있지.


4) 누가 참배하나요?
일본에 오는 외국인들도 참배하고 요새는 일본을 대표한다는 수상들도 참배를 해서 말썽이 나고 있단다. 2001년부터는 드러내놓고 일본 수상들이 참배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단다. 고이즈미라는 사람도 한국 뉴스에 자주 나왔었지. 이곳에는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많은 조선인을 죽게 한 그래서 A급 전범(戰犯)이라고 하는 사람 14명을 포함하여 246만 명이 같이 있단다.


5) 일본 측은 야스쿠니를 뭐라고 설명하나요?
좋은 질문이다. 일본 측에서는 말하기를 ‘야스쿠니에 잠들어 있는 분들은 모두 천황 각하의 심정처럼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면서 일본을 지키고자 귀중한 목숨을 바친 분들이다. 전쟁은 슬픈 일이지만 우리는 아시아국가들과 함께 평화로운 번영을 위해 싸워야만 했다.’라고 미화시켜놓았지. 그들이 함께 가고자 한다는 ‘아시아국가’ 사람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죽어서나마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할 일이지. 어찌 원수인 일본인들과 함께 제삿밥을 먹게 해놓았나?


그토록 고생을 시킨 일본제국주의의 총만 봐도 섬뜩할 텐데 야스쿠니신사 뜰에는 ’유취관(遊就館)이란 것을 만들어 전쟁 무기 10만 점도 전시하고 있단다. ‘조선인을 전쟁 맨 앞에 세워라. 총받이로 쓰자!’라고 했을일본 전쟁영웅(A급 전범)들과 함께 잠들고 있는데 우리 조상의 마음이 어떻겠니? 죽은 사람도 그렇고 산사람도 마찬가지란다. 사람을 부려 먹었으면 전쟁이 끝난 뒤에는 각기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야 하는 게 정상이지. 그것도 전쟁에 참여해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상장과 고국에서 정착할 돈이라도 싸주어 보냈어야 ‘진정한 아시아국민을 사랑’한 게 아닐까?


그런데 우키시마호 폭침(1945년 8월 24일 벌어진 사건)처럼 귀국선을 폭발시켜 수천 명의 조선인을 바다에수장시키거나 외롭게 일본땅에 남아 차별과 학대를 받으며 지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는 애초부터 ‘아시아인 사랑’ 정신은 없었던 것으로 봐야지. 입으로만 떠든다고 ‘아시아인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잖아. 사할린 교포들이나 오사카에 남겨진 수십만의 동포들, 교토 우토로 지방에 남겨진 사람들이 그걸 말해주는 것 아닐까? 그리운 고국 땅으로 돌아갈 길이 없어 일본 땅에 살게 된 사람들이지만 말도 안 통하고 집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곳에서 누가 살고 싶을까? 더 기가 막힌 것은 교토 ‘우토로 사람’들처럼 살던 땅에서 지금 쫓겨나게 될 판인 게 현실이라는 점이지.


어느 나라든 참전 용사들은 가족들에게 연금도 주고 아파트도 주고 아이들 무상으로 교육도 시키는 게 정상인데 일본은 달라. 전쟁터에 목숨을 걸고 나갔던 사람들, 무기고 건설, 지하대피소, 철도건설, 군수물자를 나르기 위한 군비행장 건설, 탄광 등지에서 살아남아 일본 땅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혜택이 거의 없지. 혜택은커녕 ‘천대와 멸시’로 일관했거든. 이게 ‘아시아인에 대한’ 대접이며 사랑이겠니?


6) 조선인과 다른 나라 사람은 누가 합사되어 있나요?
조선인이 21,000명, 대만인 28,000명이 지금 강제합사 상태란다. 유족들은 지금 ‘원수들과 함께 제사 지내지는 것이 싫으니 고국으로 모셔가겠다.’라고 하는데 일본은 ‘우리가 잘 모시는데 왜 빼가려느냐, 그분들을 영원히 일본인으로 모실 참’이라고 버티고 있는 거지.


7) 그럼 이분들을 모셔오기 위한 운동을 하는 분들이 계시나요?
응 있단다. ‘야스쿠니반대공동 행동’이라는 단체지. 이 단체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의 반문명성, 반인륜성을 국제 사회에 알리고 침략전쟁의 주모자들과 함께 ‘전쟁의 신’이라는 허울 아래 제삿밥을 먹어야 하는 한국, 대만 희생자들과 일본인 중에서 야스쿠니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 유가족 등이 무단합사를 못하게 하기 위한 국제운동기구란다.


한국에는 줄곧 이들과 행동을 같이해오다가 독자적인 기구인 2006년 5월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한국위원회>가 발족했고 이해 여름부터 매년 8월이면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촛불행동’을 열고 있단다. 그리고 2007년부터 야스쿠니를 상대로 한 ‘무단합사취하소송’을 시작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지. 현재 최고재판소에 상고 중이며 2011년에는 무단합사 취하소송의 1심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단다.


8) 와, 엄마는 우리 선생님보다 자세히 알려주시네요. 엄마 최고예요.
그러니? 얘야 그런데 엄마는 올해도 야스쿠니신사 촛불집회에 가야 한단다. 내년에는 너도 함께 가자꾸나. 그동안 동생과 잘 지내고 있어야 한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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