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니 히로시 교수 “성인들도 역사교육해야 합니다”
“1980년대 후반이었어요. 내가 하는 일본근대사 강의에 한국 학생 2~3명이 들어왔어요. 그 때 그들은
‘한국 내 반일 감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대들듯이 물었어요. 무척 당황했어요. 저는 사실 한국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었거든요.”
9일 서울에서 열린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한 도쿄대 미타니 히로시(三谷博·57)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대화를 위해서는 보통의 일본 성인들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자신의 개인적 경험부터 얘기했다.
“저는 도쿠가와 후기 시대 전공자로 주변국 역사에 무관심했고, 또 무지했어요. 대부분의 일본 국내사 전공자들이 그랬어요. 기껏해야 중국사 정도에 관심이 있었을까.”
스스로를 평균적인 일본인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학자라고 말하는 미타니 교수는 90년대 초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사)에게서 “우리 역사의 일부는 타국의 역사”라는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한국사에 관심을 갖고, 일본의 주변 지역에 대한 침략 유산에 대해서도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에는 동해를 조선해로, 독도를 한국 영토로 표기한 지도가 실린 ‘교착상태에서 탈출-일본 개방의 결정’이라는 제목의 책을 영어로 출판하기도 했다.
“그 동안 한국 학자들을 만났고, 내 생각들도 조금씩 수정해왔어요. 그러나 많은 분들이 강조하는 ‘공통의 역사인식’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미타니 교수는 당초 이번 포럼 주최측으로부터 ‘중국, 일본, 한국 간 공통의 역사적 이해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발표를 요청받았다. 하지만 그는 ‘공통의 역사인식’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차라리 ‘다른 기억을 위한 공통 기반을 제공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 현실적이고 또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발표 요지를 바꿨다.
“‘공통의 역사인식’이란 게 가능하다면 역사가들은 모두 일을 그만둬야 할 겁니다. 공통의 역사인식은 같은 일본인 학자들 사이에서도 불가능합니다. 다만 구체적 원사료에 입각해, 다른 국민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조망함으로써 자국사에 비판적 태도를 갖게 하고 역사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역사가들은 역사적 토론과 이해를 위한 공통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동아시아 역사를 향해’ 가는 데 기여해야 하는 거죠.”
이를 위해 미타니 교수는 어린이 교육보다 성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활발하게 진행 중인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 제작도 중요해요. 하지만 2001년의 일본 교과서 파동과 2005년의 동아시아 3국의 극심한 역사분쟁은 우리에게 단기적인 접근도 요합니다. 그래서 잡은 대상이 일본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죠.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성인들이지 아이들이 아닙니다.”
전후 세대인 그는 “일본 사람들의 절반은 겉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한국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런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교수로 미국에 체류 중 방한한 미타니 교수는 도쿄에 있는 역사학자들을 모아 성인들을 위한 일본 근현대사 교과서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19세기부터 청일전쟁까지와 ‘일본의 대외관계에 관한 한 가장 폭력적인 시기인’ 20세기 초반을 다룬 나머지 두 권이다. 내년 봄쯤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주요기사
미타니 히로시 교수 “성인들도 역사교육해야 합니다”-경향신문(07.10.09)
By 민족문제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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