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한마당―조용래] 北광산 채굴권-국민일보(07.10.11)

664

[한마당―조용래] 北광산 채굴권 



명성황후가 일본 정치깡패들에게 죽임을 당했던 을미사변(1895) 전후 조선 정국은 친일파와 친러파의 대립이 극에 이르렀다. 사실 을미사변 자체가 친러파 황후에 대한 일본의 치졸한 보복극이었다.

국모가 시해되자 백성들은 당시의 친일 내각에 크게 반발했다. 이 틈을 놓칠세라 친러파들은 고종을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겼다. 바로 아관파천(1896)이다. 이어 친러 내각이 새로 구성되고 탁지부 고문으로 러시아인 알렉세예프가 등장한다.

알렉세예프는 탁지부대신이라도 되는 양 행세했고, 온갖 채굴권 부설권 등을 열강들에게 넘기고 소개료를 착복했다. 경인철도 부설권은 미국인 모어스, 경의선은 프랑스인 그릴리, 함경도 광업권은 러시아인 니시첸키스, 압록강 유역 벌채권은 러시아인 푸리넬 등에게 넘어갔다.

채굴권 수탈은 강릉광산이 1870년 미국에 넘어가면서 시작됐지만 알렉세예프 이후에 본격화됐다. 한 나라의 왕이 외국 공사관을 피신처로 삼는 사이 국권은 철저히 유린됐다. 불과 100여년 전 일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경제난에 시달리던 북한은 2002년 7·1 경제조치를 단행하고 자원 개발의 대외 개방을 선언했다. 채굴권 등을 외국에 팔아 필요한 달러를 확보하고 개발 비용을 조달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중국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노천광인 무산철광 50년 채굴권, 용등탄광 50년 채굴권 등은 중국 기업으로, 북한 내 철광 매장 규모 2위인 덕현철광은 홍콩 기업에 이미 넘어간 지 오래다. 지난해 말엔 북한 최대의 구리광산인 양강도 혜산동광 지분 51%가 중국의 민영 기업인 롼허실업에 팔렸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북한의 지하자원 매장 규모는 약 2160조원. 지하자원의 보고(寶庫)가 따로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광산물 수입 총액은 158억달러(약 14조7000억원)에 이르러 북한 광물자원을 잘 활용하면 상당 부분의 수입대체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2007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경협 논의가 활발하다. 문제는 비용. 어차피 경제는 주고받기식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으니 북한의 지하자원과 남한의 경제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봄직하다. 100여년 전 채굴·부설권을 열강에 빼앗겼던 치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 논설위원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