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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일본인도 공부하는 국치일, “중요한 날인데 왜 달력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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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술국치 116년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친일파 기록카드’ 만든 우타나씨와 어린이 방문객들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 행사가 열린 29일(국치일), 전하늘(7세)군이 이완용 기록카드를 작성하고 있다. ⓒ 전선정

“달력에 삼일절이나 광복절처럼 표기돼 있지 않아서, ‘뭐지?’ (중략) 중요한 날인데 달력에 안 써져 있는 게 의아했어요” – 이유진(초등학교 5학년)

이완용 명의로 일본과 체결한 한일 강제병합 조약문이 공포된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역신의 무리가 제멋대로 선포한 것”이라고 유언을 남겼던 경술국치로부터 116년이 지난 오늘,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민족문제연구소 산하)을 방문한 한 어린이는 ‘국치일’을 두고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29일 식민지역사박물관은 “8·29 국치일은 부끄럽지만,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날”이라며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이날 방문객들은 전시를 관람하며, 대표적인 친일파인 고영희·권중현·민병석·박제순·송병준·윤덕영·이근택·이병무·이완용·이재곤·이재면·이지용·임선준·조준응의 행적을 기록하는 카드를 만들었다. 방문객들이 직접 쓴 카드는 박물관 입구 쪽 벽 한 켠에 전시됐고, 일부 방문객은 카드를 만들고 ‘경술국치’ 키링을 받았다.

국치일 박물관 첫 방문객은 8월 내내 경술국치 공부한 일본인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 행사가 열린 29일(국치일), 우타나 사토미(48)씨가 박물관에 방문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 전선정

이날 박물관에 처음 입장한 방문객은 일본인 우타나 사토미(48)씨였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전시를 한 시간 반 가량 집중해서 관람한 그도 ‘이완용’ 카드를 골라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에 동참했다. “박물관에 방문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그는 이달 내내 일제강점기에 대해서 공부한 흔적이 담긴 자신의 노트를 보였다. ‘국치일’, ‘이완용’, ‘친일파’라는 한국어 단어도 군데군데 적혀 있던 이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8/29 국치일에 대해

경술국치, 경술국치일. 29일을 ‘국치일’이라고 한다.
8월 22일 : 한일 강제병합조약이 조인됐지만, 곧바로 공표하지 않았다.
8월 29일 : 조약이 공포돼 국민에게 정식으로 알려진 날.
1905년 : 제2차 한일협약(을사늑약), 통감부 설치
1907년 : 제3차 한일협약(정미7조약), 한국의 모든 통치권을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일본에 넘긴다는 내용이 있음, 친일파 이완용을 이용 (친일파 = 식민지 지배에 가담/협력한 사람)

– 우타나씨 노트 내용 일부
(일본어를 한국어로 번역. 굵은 글씨는 한국어로 씀… 기자 주)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 행사가 열린 29일(국치일), 우타나 사토미(48)씨가 취재진에 일제강점기에 대해 공부한 흔적이 담긴 자신의 노트를 보여주고 있다. ⓒ 전선정

우타나씨는 “사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일으켰을 때 한국에 있었다”라며 “한국의 계엄령 역사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한국의 민주화운동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일제강점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서대문형무소를 찾았고, 올해는 오늘이 국치일이기도 해서 이곳에 방문했다”라며 “일본 사람들도 이런 역사를 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친일파 기록카드에도 “일본 사람들이 더 한국·일본 역사를 알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적었다.

“중요한 날인데 왜 달력에는 없어요?” 의문 품는 아이들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 행사가 열린 29일(국치일), 초등학생·중학생을 비롯한 학생들이 박물관을 찾았다. ⓒ 전선정

오후에는 초등학생·중학생을 비롯한 학생들이 박물관을 찾았다. 서울 노원구에서 공부방을 운영 중인 송정화(53)씨는 11명의 학생과 함께 오후 2시께 박물관을 방문했다. 매달 학생들과 함께 역사탐방을 나선다는 그는 “기쁜 날뿐만 아니라 치욕스럽게 당한 날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국치일에 식민지역사박물관에 왔다”라고 말했다.

송씨와 함께 박물관을 방문해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 활동에도 참여한 이준우(초등학교 6학년)군은 “친일파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알게 된 건 처음이라서 이런 활동 자체가 신기했다”라며 “선생님이 국치일을 알려주셨는데, 더 기억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군은 “조금 아픈 역사라고 하더라도 5·18민주화운동처럼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최서하(초등학교 4학년)군도 “지난주에 8월 29일이 국치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아픈 역사도 역사다. 국치일도 후대에게 알려줘야 하고, 사람들도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유진(초등학교 5학년)양은 전시 관람을 마친 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라며 “(친일파들이) 나쁘고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양은 “오늘이 국치일이라는 건 며칠 전 담임선생님이 처음 알려주셨다”라며 “달력을 봤는데 삼일절이나 광복절처럼 표기돼 있지 않아서,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날인데 달력에 안 써져 있는 게 의아했다”라고 말했다.

채서희(초등학교 5학년)양도 “오늘은 일본에게 나라를 뺏긴 날인데,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라며 “조중응(정미칠적·경술국적)이라는 사람이 친일파인지 아예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돼서 좋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 행사가 열린 29일(국치일), 초등학생·중학생을 비롯한 학생들이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 전선정

전봄(초등학교 3학년)·전하늘(7세) 남매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어머니 이혜령씨는 “근처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방문했다. 국치일의 존재와 오늘이 국치일이라는 것은 이제야 알게 됐다”라며 “삼일절, 광복절뿐만 아니라 치욕스럽다고 생각할만 한 과거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옆에 있던 아이들도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전봄 : “국치일은 처음 들어봤다. 기억해야 한다. 나라를 뺏긴 날이니까. 기억하면 미래에 같은 잘못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전하늘 : “일본은 실수를 사과해야 한다.”
전봄 : “실수가 아니지, 전쟁을 일으켰으니까.”

“국치일도 꼭 기억되기를”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친일파 기록카드 만들기’ 행사가 열린 29일(국치일), ‘친일파 기록카드’와 ‘경술국치’ 키링을 손수 만든 전지빈(경희대 사학과, 22세)씨가 자신이 만든 키링을 보여주고 있다. ⓒ 전선정

박물관 하계 인턴으로 근무하는 전지빈(경희대 사학과, 22세)씨는 손수 친일파 기록카드와 ‘경술국치’ 키링을 만들었다. 전씨는 “사학과이고, 박물관에서 인턴을 하는 나도 친일파 한명 한명을 알지 못하는데, 나처럼 몰랐던 사람들도 어떻게 해야 친일파를 더 잘 기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제작했다”라며 “이 작업을 하며 나도 많이 배웠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도 사실 국치일을 잘 몰랐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라며 “친일파 문제는 청산되지 않았고 이어지고 있다. 새삼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았구나’ 깨달았는데, 이번 기회로 국치일과 친일파 문제 모두 사람들이 잘 알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행사를 기획한 김혜영 민족문제연구소 학예실 선임연구원은 “아이들이 국치일과 친일파의 행적에 대해서 잘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획한 행사”라며 “독립운동가분들도 이날 찬 음식을 드시며 국치일을 꼭 기억하자고 했다. 우리도 ‘누가 나라가 없어진 날을 기억하고 싶어하냐’라고 하지 말고, 꼭 이날을 기억하자”라고 강조했다.

전선정 기자

<2026-08-29>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일본인도 공부하는 국치일, “중요한 날인데 왜 달력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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