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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세대 첫 총리의 초라한 몰락-참세상(0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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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세대 첫 총리의 초라한 몰락
日 아베 총리, 1년도 못채운 채 사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당의 대테러특별조치법 연장 거부를 이유로 12일 전격사퇴를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대테러특별조치법의 연장과 자신의 퇴진을 연계시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12일 발표는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면서까지 대테러특별조치법의 연장을 밀어붙여왔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너무도 갑작스러운 결정이다.

아베 총리는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7월 말 참의원 선거 참패를 반성하며 개각을 단행했으나 정권을 끌고 나가는 것이 더 이상 곤란하다고 판단했다”며 “국면 전환을 위해 스스로 사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국 전후 세대로는 처음이자 최연소로 지난 9월 26일 취임했던 아베 총리는 1년도 못 채우고 물러나게 되었다.



△ 대테러특별조치법은?

대테러특별조치법은 9.11테러를 계기로 만들어진 법으로 2001년 11월 2일부터 시행되었다. 외국군대에 대한 협력지원 및 수색협조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은 임시법으로 연장이 되지 못하면 자동 소멸하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대테러특별조치법 연장여부는 미일 동맹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이 아베 총리의 돌연한 사퇴발표에 당혹감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 사퇴배경은?

사실 아베 총리는 전후세대 첫 수상으로 극우 보수의 상징으로 등장했으나, 젊은 아베 총리가 중진 의원들을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초반부터 제기되어 왔다.

초기 70%대의 지지도를 받았던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고, 참의원에서 민주당이 과반수를 획득하자 아베 총리가 궤도 수정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물러나지 않고 개각을 단행했다. 그러나 개각으로도 아베정권의 통치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아베 정권은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을 정치 모토를 내걸고 교육기본법개정, 헌법개정, 교과서 개정, 납치문제 해결 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런 개혁법들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 색깔대로 추진하기에는 구체적인 세부지침들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고 이영채 박사(일본 케센여자대학 국제사회학과)는 지적하고 있다.

이영채 박사는 “일본 우파의 본류는 미국과 아시아에 일정 거리를 두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방법을 택해왔는데, 아베 총리가 일본 국민들도 동의하지 못하는 극우보수의 색깔을 취해왔다”며 결국 “균형을 찾지 못해 일본 국민들의 반발을 산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결과는 7월 29일 중의원 참패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5월 마쓰오카 도시카쓰 농림수산상이 정치자금 문제로 자살한 사건 등 내각의 도덕성 문제도 작용했다.

이영채 박사에 따르면 “중의원 선거 이후에 그만두었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친 것”이라며, “선거 참패 이후 내각 개편을 했지만 개편이후에도 비자금 문제로 내각이 사임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내각의 도덕성이 다시 땅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선거 직후 개각을 통해 기용된 엔도 다케히토 농림수산상 마저 9월 정치 자금 문제로 사임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베 총리가 정권을 걸고 대테러조치법을 연장하려고 했지만, 민주당이 참의원을 다수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덕성마저 상실한 아베 총리는 사퇴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아베총리를 내세운 채 중의원 선거를 진행할 경우 정권을 내 줄 수 있다는 내부적 압박도 아베총리가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결국, 대테러조치법 연장을 표면적 이유로 삼고 있지만, 정치적 무능을 더 이상 아베 총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이후 전망은?

일단 대테러조치법이 당장 처리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렇게 되면 11월 자동소멸하는 테러지원법이 연장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오자와 민주당 당수는 대테러조치법 연장에 대해서 반대하며, 그 동안 자민당과의 협의를 거부해 왔다. 일본주재 미 대사와 부시 미 대통령이 대테러조치법 연장여부가 미일동맹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압박을 해왔지만, 오자와 민주당 당수는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없어졌다며 연장을 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이 헌법, 야스쿠니 참배, 대미관계에서 자민당과 큰 차이는 없다. 미국의 군사우산 속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보수 본류의 정책이 민주당에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큰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이영채 박사는 전망했다.

민주당은 그 동안 대테러특별조치법이 헌법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헌법 개정이 전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평화헌법’으로 불리고 있는 헌법 9조의 개정은 아베 총리의 사퇴라는 정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어 이영채 박사는 “사회당, 공산당 및 민주당 내 좌파 세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민당 내의 보수, 민주당 내의 보수 그룹이 강고한 보수체제를 만들려고 하는 흐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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