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전쟁 상처’ 증언… 가해·피해 ‘역사 화해’ 나선다
일본 관동군 출신인 이케다 고이치(85)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그는 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러시아와의 전선에 투입됐다가 종전 후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했던 60만 일본군 전쟁 포로들 중 한 명이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모르는 전쟁 통에 ‘젊음’을 그렇게 흘려보낸 뒤 1948년 9월 조국에 돌아왔지만 패전국 일본에서 그는 ‘영웅’이 아니었다. 러시아 정부는 물론이고, 그가 사랑했던 조국마저 그를 외면하는데 대해 그저 망연할 뿐이었다.
그는 “추운 시베리아에서 겪었던 고통보다 조국의 차가운 태도에 화가 나고 가슴이 더 아팠다”고 한다. 그는 “책임과 용서는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의미가 없다. 일본 정부와 군수기업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진다면 나는 그들을 용서하겠다”는 생각으로 1999년 일본 정부와 군수기업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전쟁으로 인해 치러야 했던 노역과 피, 땀, 눈물을 보상해 달라”는 것이었다. 소송은 기각당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케다는 침략국 일본의 가해자 중의 한 명이지만, 그 역시 일본 군국주의 안에서 희생된 피해자이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자신의 체험을 증언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세계 역사NGO대회’의 일환으로 마련된 ‘가해와 피해-피해자 증언대회’에서다. 15일 서울 정동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리는 증언대회에는 이케다 외에도 강제징용돼 B·C급 전범이 된 조선인들 모임인 동진회 대표 이학래씨(82)와 한국인 원폭피해자협회 대표 곽귀훈씨(83)도 자신들의 전쟁 체험을 증언한다. 양미강 대회 운영위원장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가해와 피해의 역사적 근원을 탐색해보자는 취지”라며 “일제 식민지배의 가해와 피해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조망해야 진정한 ‘역사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의 매듭, 평화로운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역사NGO대회는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이 출범 1주년을 맞아 역사 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준비한 행사다. 20개국에서 온 125명의 학자·활동가들이 백범기념관, 한국관광공사 강당 등에서 ▲진실과 화해 ▲전쟁과 기억 ▲평화와 미래 ▲신화와 역사 ▲영토·영해 분쟁 등을 주제로 나눠서 심포지엄을 갖는다. 14일 개막심포지엄과 15, 16일 분과별 발표회, 토론회 등을 통해 역사갈등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학자,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도 다양하다. 재일 조선인의 삶을 그린 영화 ‘우리학교’를 비롯한 ‘안녕사요나라’ ‘일본헌법’ ‘마이테러리스트’ 등 반전평화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상영되는 ‘역사 영화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신문을 읽으며 진정한 사과와 올바른 화해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코너, 지점토를 이용해 평화 상징 조형물을 제작하는 코너 등이 마련된 ‘역사체험 페스티벌’, 초등학교 5~6학년, 중·고교생 1600명을 대상으로 서울 시내 역사 현장을 도보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어진 과제 명령에 따라 코스별로 찾아가 과제를 해결하고 오는 ‘Moving School-길에서 역사를 만나다’ 등이 눈길을 끈다.
대회 준비위원장인 박은경 대한YWCA연합회 회장은 “전지구화로 이동이 자유로워졌지만 과거에 대한 기억은 점점 국경 안에 갇히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역사 NGO들간의 네트워크가 협력과 화해를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는 (02)2012-6173~4
한편 동북아역사재단은 10~16일을 동북아 역사 주간으로 정하고 지난 10일 국제학술회의 ‘동북아의 협력을 위한 모색’을 시작으로 12일 국내학술회의 ‘상이한 역사인식: 그 책임과 민족·영토 인식’, 13일 국제회의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의 역사적 의의와 오늘의 함의’ 등 다양한 학술행사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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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물지 않은 ‘전쟁 상처’ 증언… 가해·피해 ‘역사 화해’ 나선다-경향신문(07.09.10)
By 민족문제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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