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종교 법인인 야스쿠니신사의 문제에 간섭할 수 없다는 태도다.
=걸리는 것은 좁은 국수주의적 국익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정부와 법원이다. 그들에게 야스쿠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2005년 야스쿠니신사 경내에 있던 북관대첩비를 반환받을 때의 일이다. 2001년 3월1일에 맞춰 일본 외무성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담판하러 갈 계획을 잡았다. 외무성 쪽에서 장관과 차관이 “바빠 만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날 오전 11시에 차관과 약속이 잡혔다. 그때 외무성 차관이 “그것은 정부가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야스쿠니신사에 있는 것”이라며 “국가가 줘라, 주지 말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3시간 뒤인 오후 2시에 야스쿠니신사를 찾아갔다. 그쪽 궁사는 “이 물건은 우리 것이 아니기 때문에 되돌려주고 싶지만 정부의 허락 없이 되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주장하는 정교분리란 사실 “하기 싫다”는 말을 돌려 하는 방어용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한-일 양국 간의 협력, 협력 하지만, 이렇게 해놓고 무슨 협력이 가능하겠나.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미 하원의 결의안 채택을 두고 일본 정부가 긴장하고 있는데.
=씁쓸한 현실이다. 우리가 뭐라고 할 때는 못 들은 척하고, 미 의회에서 군 위안부 결의한다고 하니까 발칵 뒤집힌다.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 피해자인 우리에게 사과해야 하는데, 미국에 사과한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고민하면서도 그런 부분까지 생각해야 한다.
일반 국민은 이 문제에 독도나 교과서 왜곡 문제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강제합사를 개인적인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 조상들의 문제가 아니냐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이것은 민족 공동체의 수모에 대한 문제다. 태평양전쟁에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을 유족들에게 통보도 없이 A급 전범들과 함께 합사한 것인데, 우리의 전통적인 종교관념과 민족정신에 비춰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우리의 실수 되풀이하지 않기를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는 뭐라고 보나.
=일본 정부와 과거사 문제를 놓고 논의를 진행할 때마다 턱턱 막히는 곳이 “그것은 한-일 협정으로 끝났다”는 대답을 들을 때다. 그런 반응이 나올 때마다 솔직히 할 말이 없어진다. 최근에 북-미 관계가 급진전하면서 북-일 관계 정상화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은 지난 36년 동안 이어진 일제의 조선 침략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 사죄하고 그에 따라 배상하라는 것이다. 일본은 한-일 협정과 비슷한 협정을 맺자는 입장이다. 우리와 관계 정상화를 할 때는 사죄가 없었고, 따라서 진상 규명이나 배상도 없었다. 우리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인데, 그게 북-일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앞으로 “1965년 체결된 한-일 협정이 북-일 수교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북한은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때 남쪽이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한겨레21, 07.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