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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친일파 재산환수-세계일보(0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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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친일파 재산환수 
 
 
 
8·15광복 직후 우리 민족의 최대 현안은 친일파 청산이었다. 일제 침략에 협조해 국권을 상실케 하거나 동족에게 위해를 가하고 독립운동을 방해한 사람들을 정리하지 않고는 민족정기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하의 총선을 통해 구성된 제헌국회에서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이 제정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곧바로 설치됐다. 반민특위는 이듬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 221건을 기소했지만 신체형을 받은 친일행위자는 14명에 그쳤다. 그나마 이들은 곧바로 풀려났다. 미군정이 공산주의 대항세력으로 친일 경찰과 관료를 대거 등용한 데다 이어 등장한 이승만 정권도 권력 장악과 유지를 위해 친일파를 중용했기 때문이다. 반민특위 활동은 결국 무력화돼 그해 해체되고 말았다. 민족정기의 회복은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친일문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광복 60돌이 되는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8월 범정부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친일재산조사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반민특위 해체 후 57년 만에 친일 청산의 기회를 다시 잡은 셈이다.

일부 소급입법 논란이나 재량권 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재산 환수 대상자는 극도로 제한돼 있다. 을사조약·한일합병조약 관여자, 그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 일제의 귀족의원이나 중의원,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여자 등이다. 누가 봐도 명백한 반민족행위자들로, 이들이 그 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만을 대상으로 한 최소한의 조치인 것이다.

어제 친일재산조사위가 한일합병조약 당시 내각 총리대신이던 이완용, 일진회 총재를 지낸 송병준 등 친일파 9명의 토지를 국고로 귀속하는 첫 결정을 내렸다. 이 재산은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의 예우·생활안정 지원금이나 독립운동 기념사업에 쓰인다고 한다. 일제에 유린당한 우리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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