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진주에서는 ‘친일잔재 청산’이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졌다고 역사는 기록하게 될 것 같다.
한달 동안 벌인 ‘논개영정 벌금 모금 운동’에 대한 시민 지지와 격려, 동참은 김시민 공신교서 환수 모금운동에 이은 또 하나의 ‘감동 드라마’였다. 4월 30일까지 진행된 모금운동은 총 2220여 만 원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이 금액은 법원에 벌금을 내고도 남는 돈이다.
진주 지역 시민단체 대표자 4명이 진주성 의기사에 있던 친일화가 김은호 작 ‘미인도 논개’(일명 논개영정) 복사본을 뜯어내 건조물 침입과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벌금형 각각 500만원, 총 2000만원을 선고받자, 재판부에 대한 아쉬움과 친일잔재를 청산코자 하는 시민열의는 더욱 높아졌다.
“친일잔재 청산 의지는 진주정신 잇는 것.”
이에 본지가 은행계좌를 개설해 벌금 모금 운동을 벌이기로 한 것은 3월 29일.
4월 3일 본지에 모금운동 첫 공고가 나가자 1차 마감일인 7일 총 모금액이 1100만 여원을 넘기고, 4월 9일에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모금운동에 동참할 의사를 밝히며 진주를 방문했다.
모금 기간 동안 시민들이 보여준 관심과 지지는 예상보다 폭발적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으면서 거액을 내는 시민에서 1~2만원을 내는 시민에 이르기까지 격려 전화를 주고, 계좌번호를 묻고…2차 모금마감인 13일에는 1800만 여원을 넘겼다.
그리고 시민으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얼마나 모였나. 조금만 더 모으면 되겠다. 모금기간을 연장해라. 이제사 아는 시민들도 있다.”
모금 운동은 다시 4월 25일까지 연장됐다.
4월 25일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역 회원들이 성금을 모아 진주를 방문해 경남서부지회(준) 회원들에게 모금을 전달, 이 돈은 다시 본지에 전달됐다.
박주권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회장은 “논개영정은 친일화가가 그리고 고증도 엉터리였는데,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해야 할 일을 진주 사람들이 했다”면서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로 벌금 납부를 위한 성금을 모았다”고 말했다.
진주에서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에서 100만원, 화요문학회에서 130만원, 국제펜클럽(경남)에서 30만원, 민족문제연구소에서 100만원, 6·15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진주시민운동본부에서 65만1000원을 각각 냈다.
그리고 500만원, 200만원, 100만원, 100만원…통장으로 입금하거나 알음알음으로 건네져온 성금 중에 예닐 곱명의 시민은 극구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지난 4월 27일 벌금형을 받은 박노정 전 진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와 하정우 민주노동당 진주시당 위원장, 유재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정유근 전 공무원노조 진주지부장은 벌금 모금운동에 이어 시민 지지와 격려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노역장에 유치된다는 각오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박 전 공동대표는 “노역장에 유치되는 것이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며 “모금된 돈은 앞으로 친일잔재를 위한 시민운동에 적극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시민운동본부는 2005년 5월 10일 진주성 의기사에 있던 ‘논개영정’을 뜯어냈으며, 대표 4명은 건조물 침입과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항소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시민단체 대표들은 상고했는데,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3월 15일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들은 노역장에 유치되면 100일동안 구속돼 있어야 한다. 벌금 납부 시한은 4월말 경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벌금납부통지서는 아직 발부되지 않은 상태. 시일내 벌금 납부와 구속 일정이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본지는 친일잔재청산운동에 참여 하겠다는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5월 5일까지 모금계좌를 열어 두기로 했다. (농협: 801168-51-034944 예금주 진주신문사)<진주신문, 07.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