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지역 시민단체 대표들이 진주성 의기사에 있던 친일화가 김은호 작 ‘미인도 논개'(일명 ‘논개영정’) 복사본을 뜯어내 벌금형(4명 각 500만원)을 선고받아 지역에서 벌금모금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 조문기)가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00만원의 성금을 내기로 했으며, 전국 회원들에게 계좌번호가 적힌 안내문을 전자우편으로 발송하기로 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친일청산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관계없이 관심이 있으면 먼저 시작해야 한다”면서 “진주의 논개영정 사례는 일제(친일)잔재청산운동의 매우 중요한 사례다. 전국 곳곳에서 친일인사들에 대한 기념사업이 진행되는 속에 경각심을 준다는 차원에서 벌금모금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9일 저녁 진주에서 열린 서부경남지역 회원 모임에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는 지역 회원 2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앞으로 민족문제연구소 서부경남지회 결성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가기로 했다.
이날 모임에는 통영에서 친일혐의를 받고 있는 유치진·유치환 기념사업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최정규씨와 ‘논개영정’을 뜯어내 벌금형을 선고받은 박노정 전 진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편 지역에서도 벌금모금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독도수호 진주시민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50여개 단체는 각각 액수를 정하지 않고 일정 금액을 내기로 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성금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진주신문사는 10일 현재 1500여만원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한 진주지역 한 인사가 500만원을 냈으며, 경상대 한 교수가 100만원, 또 다른 한 인사가 200만원을 냈다. 간디학교인 녹색학원 김송현 이사장이 미화 100달러를 냈으며, 형평운동기념사업회가 100만원, 화요문학회가 130만원, 여태훈 진주문고 사장이 100만원 등을 냈다. 이밖에도 10~20만원 단위로 성금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진주신문사 측은 밝혔다.
진주시민운동본부는 2005년 5월 10일 진주성 의기사에 있던 ‘논개영정’을 뜯어냈으며, 시민단체 대표 4명은 건조물 침입과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항소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던 박노정 전 공동대표와 하정우 민주노동당 진주시당 위원장, 유재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정유근 전 공무원노조 진주지부장은 상고했는데,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지난 3월 15일 이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하정우 위원장은 “아직 검찰에서 벌금을 납부하라는 통지서가 오지 않았는데, 조만간에 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벌금모금운동과 관계없이 노역장에 유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금 납부 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한 달 이내에 벌금을 내야 하는데, 벌금 납부 시한은 4월 말 경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이 노역장에 유치되면 100일간(일당 5만원으로 계산) 구속되어야 한다.<오마이뉴스, 07.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