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진동 판사는 12월 2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간도 특설대 복무’ 주장이 담긴 <일송정 푸른 솔에 선구자는 없다>(류연산 저.2004년 3월)를 발간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도서출판 아이필드 유연식 대표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자명예훼손이 성립되려면 해당 기술 내용이 허위 사실임을 확정적으로 인식한 상태에서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고의가 인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박 전 대통령의 간도 특설대 복무설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책을 펴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무죄 이유다.
저자인 류연산 씨는 현재 중국 연변인민출판사 종합편집부장과 연변작가협회 이사이자 소설분과위원회 주임으로 활동 중으로, 이 책에서는 박정희를 비롯해 가곡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 정일권, 최남선 등 낯익은 인물 외에도 만주지역에서 활동한 친일단체와 친일파들의 행적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2005년 3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인 육영재단 박서영 이사장은 저자와 출판사 대표를 사자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이번에 1심 판결이 난 것이다. 소송에 휘말린 저자 류연산 씨는 “나는 학문적으로 이를 연구한 것”이라며 곤혹스러워 하기도 했다.
최근 몇몇 역사 인물들의 후손들은 선친의 행위에 대해 반성은커녕 오히려 이를 문제 삼아 고소를 남발하는 일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이번 경우 말고도 김창룡의 장녀인 김미원씨는 2005년 8월 민족문제연구소와 한겨레신문사, 동아일보사 등을 상대로 소를 제기해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2006년 7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씨와 장택상 당시 수도청장(후에 총리)의 3녀인 장병혜씨는 드라마 ‘서울 1945’의 작가와 연출자에 대해 역시 사자명예훼손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들이 친일파를 비호한 것처럼 묘사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검찰을 급기야 2006년 10월 31일 드라마 작가와 연출자를 불구속 기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근현대사, 특히 친일 과거사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연구와 창작활동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의 무분별한 소송 남발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오히려 진실을 밝히려는 학문연구 활동에 대해 후손들은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공론의 장에서 토론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img-top-introduce[1]](/wp-content/uploads/2016/02/img-top-news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