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신도들
[정경희의 곧은소리]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약칭 새역모)은 일본의 우익이 주체가 돼서 역사교과서를 다시 쓰는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주로 한국강점과 중국침략 등 일본의 대외침략을 정당화하고, 고대로부터의 일본사를 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비슷한 단체가 한국에서도 뒤늦게 활동을 시작했다. ‘뉴라이트’(신우익)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한국판 ‘새역모’다. 지난 11월30일 교과서포럼이 서울대에서 ‘한국 근현대사 대안(代案) 교과서’ 시안(試案)을 발표하려던 심포지엄이 중단됐다.
이날 교과서포럼의 시안에 반대하는 4·19 관련 단체 회원들의 단상점거로 심포지엄이 중단된 것이다. 4·19 민주혁명공로자회 등 3개 단체회원 80여명이 관련 교수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의자와 마이크를 던졌다고 했다.
이들이 심포지엄 현장에서 행동에 나서게 만든 것은 이른바 ‘대안교과서 시안’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 뿌리내린 ‘5·16쿠데타’를 ‘5·16혁명’, ‘4·19혁명’은 ‘4·19학생운동’으로 바꿔 놨기 때문인 것으로 보도됐다.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일본 우익이 주장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 하에서)쌀을 수탈당했다는 속설도 있으나…쌀은 값이 비싼 일본으로 수출됐고, 조선의 지주와 농민은 수입(收入) 증대혜택을 입었다”는 식이다.
또, 5·16쿠데타는 “산업화를 주도할 새로운 통치집단의 등장계기가 된 사건”이고, 유신독재는 “자원동원과 집행능력을 제고하는 체제”였고, “조국근대화작업의 도약”을 위한 장치라고 했다(한겨레·12월1, 2일자).
군사독재로 한·일 국교정상화
그러나 이러한 5·16쿠데타 예찬론은 근거 없는 우상 숭배일 뿐이다. 필자가 이미 지적한 것처럼 5·16쿠데타는 냉전시대에 한·일 국교정상화를 전제로 동북아 방위체제를 구축해야 했던 미국의 전략과 관련된 ‘국제적 사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제건설을 위한 5개년 계획은 이미 장면(張勉) 정부가 짜놓은 것이었다. 다만 만사를 폭력과 공포로 밀어붙이는 군사독재가 한·일 국교정상화를 실현하고, 그래서 일본으로부터 상업차관을 들여왔다는 것을 부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박정희의 5·16쿠데타가 경제건설을 위해 기여한 게 있다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박정희의 군사독재를 경제건설의 이름으로 신격화한다면 정략적인 우상숭배요, 신흥종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작 허리띠 졸라매고 땀 흘려 오늘의 경제를 이룩한 것은 박정희가 아니라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부지런하고, 합리적 ‘경영마인드’가 투철한 국민이었다.
메마른 봄·가을과 혹독한 겨울은 여름에 땀 흘려 부지런히 농사를 짓는 근면함과 거둔 것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합리적 경영마인드’를 터득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필자가 지적한 바 있다.
영국의 역사가 토인비에 의하면 문명은 ‘적절한 도전과 대응’ 속에서만 발전한다. 필자는 불과 한 세대도 안되는 사이에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산업을 이룬 기적도 ‘도전과 대응’의 법칙을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동군 장교, 남로당원, 쿠데타
어느 모로 보나 박정희가 경제건설의 기적을 낳았다는 일부 집단의 속설은 근거 없는 우상숭배요, 억지다. 뿐만 아니라 기나긴 역사를 통해 정치권력에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게 우리의 전통이었다.
박정희는 이러한 전통의 관점에서 치명적인 오점(汚點)을 안고 있다. 그는 과거 독립군과 맞섰던 일제의 관동군 장교였고, 해방 뒤에는 남로당 당원이었다. 그리고 또 4·19 이후 팽배했던 민주화의 여망을 짓밟는 쿠데타에 앞장섰다.
그는 또 1970년대 굴지의 대기업이었던 문화방송(MBC)을 손에 넣어 이 나라 헌정사상 권력형 부정축재 제1호를 기록했다.
기억해둬야 할 것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죽었을 때 아담한 기와집 이화장과 마포에 기와집 별저(別邸) 한 채를 남겼고, 장면 총리는 사재를 털어 정치자금으로 썼다고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군사독재의 단 꿈을 잊지 못하는 박정희의 신도들은 ‘박정희 우상화’에 매달려 있다. 교과서포럼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지푸라기라도 잡듯 박정희에 매달리는 모습은 차라리 연민(憐憫)의 느낌마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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