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 노인 칠순잔치 여는 이원식씨
“누구보다 외롭고 배고픈 어르신들 마음을 잘 압니다.”
오는 13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 하늘담 식당에서 차가운 겨울추위를 녹여줄 훈훈한 행사가 열린다. 이 식당 주인인 이원식(50)씨가 같은 동네 무의탁 독거노인 신귀수(70) 할머니한테 칠순잔치를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신 할머니 외에도 50여명의 외롭고 가난한 동네노인들이 참석해 ‘따뜻한 정’을 나눌 예정이다.
사실 이씨 스스로가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이씨는 일제강점기 기독교계 3·1운동을 주도한 이석산 선생의 손자이다. 여느 독립운동가 후손처럼 어려서부터 가난과 싸워야만 했다. 아버지는 공사장 인부로 일했고 어머니는 늘 병을 달고 살았다. 그는 학비가 없어 초등학교 4학년 때 자퇴했다.
그저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15살 때 가출했다는 이씨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임업현장 구내식당 보조로 취직했다. 쉴 틈 없이 설거지와 걸레질을 해 받은 한달 월급이 3000원이었지만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던 시절”이었다고 이씨는 당시를 떠올렸다.
그곳에서 그는 선배들 어깨 너머로 한식 요리를 배웠다. 밤낮없이 노력한 덕에 요리솜씨가 늘자 서울의 갈비집과 인천 모 호텔식당 등 오라는 곳이 많아졌고 월급도 많아졌다.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23살 되던 해 뒤늦게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해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남들처럼 어엿한 직장생활을 꿈꿨지만 늦깎이 나이에 취직이 쉽지가 않았다. 할 수 없이 강남과 목동 등에서 학원강사로 10여년간을 일해 왔다.
요리가 그의 운명인지, 함께 호텔식당 주방보조로 고생했던 30년 친구 위경춘(49·요리기능장)씨가 제안해 지난 4월 한식당을 열게 됐다.
이씨는 “할아버지가 생전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덕을 쌓은 집에 필히 경사가 온다)’을 늘 강조했다”면서 “이번 잔치는 할아버지의 뜻을 잇는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가르침 탓일까. 이씨 자신은 어렵게 가난을 극복했지만 주변에 불우한 이들이 너무 많은 걸 보면서 늘 마음이 아프다. 신 할머니가 월세 10만원짜리 반지하방에 혼자 살며 변변한 생일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위씨와 상의해 주저없이 잔치를 열기로 한 것이다.
“경춘이가 지금은 교수(오산대 조리학과) 명함까지 들고 다니지만 옛날 못 배우고 못 먹었던 것은 저랑 비슷해요. 그때 둘이 나중에 크면 꼭 우리처럼 헐벗고 외로운 사람들과 나누며 살자고 결심했어요. 더군다나 저는 자랑스런 독립운동가 손자 아닙니까.”
이씨는 환하게 웃으면서 잔치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러 서둘러 자리를 떴다.
주요기사
무의탁 노인 칠순잔치 여는 이원식씨-세계일보(06.11.10)
By 민족문제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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