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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북풍’ 불때마다 日총련계 ‘이지메’-경향신문(0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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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북풍’ 불때마다 日총련계 ‘이지메’ 
 
 



                        조총련 산하의 조선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조선 학생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에 있는 북한계 시설에는 요즘 협박 전화나 메일이 쏟아진다.

건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본부는 물론이고 총련계 학교, 단체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화염병을 던지겠다’ ‘그냥 끝날 줄 아느냐’ ‘야마토혼(일본정신)을 보여주겠다’는 협박성 발언은 물론 ‘조센진(朝鮮人) 죽여버리겠다’는 섬뜩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단순히 협박뿐 아니다. 지난 17일에는 이바라키(茨城)현 미토(水戶)시에 있는 총련 지부 사무실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고, 9월16일에는 도쿄 총련 중앙본부에 절단된 손가락이 우송되기도 했다.

북한의 핵실험 실시 이후 일본내에서 재일 북한계 동포에 대한 이지메(괴롭힘) 현상이 재발하면서 양심세력과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일본 사회의 자정(自淨) 능력을 꼬집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되풀이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다.

사실 일본 사회의 북한계 동포에 대한 집단 괴롭힘은 새삼스럽지 않다. 한반도에서 정치적·군사적 긴장관계가 높아지는 이른바 북풍(北風)이 불 때면 반드시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되풀이되고 있다. 1994년 1차 핵위기때는 물론 98년의 대포동 1호 발사, 2002년 일본인 납치 사건이 표면화됐을 때도 폭력이나 협박이 일본 전역에서 빈발했다.

북한계 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치마·저고리를 가위로 자르고, 심지어는 머리카락까지 잘라내는 일도 다반사로 발생했다. 일본의 양심세력들은 그 때마다 ‘인종차별’과 ‘보편적 인권’을 들어 자제를 외쳤지만 재생산 메커니즘은 전혀 변화가 없다.

전문가들은 일본 사회의 북한계 동포 괴롭힘 현상에 대해 ▲과거 아시아에 대한 침략 역사가 청산되지 않았고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일본인의 근본 의식이 깔려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에다 아키라(前田朗) 도쿄조형대학 교수는 “일본 사회에서 ‘조선’은 현재도 진행중인 식민지 국가”라며 “종군위안부나 강제징용 사실을 부인하고 과거 전쟁책임을 애매하게 하는 등 침략역사의 부인이 북한계 동포에 대한 멸시의 한복판에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인들의 다수는 요즘도 한국, 북한계 동포 가릴 것 없이 한반도 출신자들을 조선인이라고 부른다. 이는 2차대전 후인 1947년 일본 정부가 외국인 등록을 시작했을 때 한반도 출신자들을 조선인으로 등록한 데 따른 것이다. 한반도 분단으로 당시 남북 어느 쪽에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정부가 없었다는 게 이유다. 1965년 일본이 한국과 국교를 맺은 뒤 재일동포 중 절반 가까이는 한국국적을 얻어 재일한국인이 됐지만 상당수는 아직도 조선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도 많지만 한반도 통일을 염원해 특정 국가의 국적을 포기한 이들도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일본 사회는 이런 실제 모습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일본의 식자층은 일본 사회의 북한계 동포 괴롭힘 현상에 대해 극우 성향을 가진 소수의 행동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들 문제를 지적하는 곳은 양심있는 법률단체나 소수의 인권단체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제2도쿄변호사회는 지난 7월말 “일본헌법 및 국제인권법은 인간의 존엄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인종 등에 의한 어떤 차별도 금지되어 있다”며 “재일동포 어린이들도 어떤 차별도 받지않은 채 생활하고, 학교에 다닐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핍박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긴급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인권단체들도 차별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할 일본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독자적인 대북 압박책을 통해 재일 북한계 사회의 차별을 선동하는 듯한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대북 압박책은 외견상 북한 정권을 겨냥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동시에 재일 북한계 동포들에게도 적지않은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당장 북한인의 입국 금지와 함께 외국인 등록이 ‘조선’으로 되어 있는 재일동포에 대해서 복수여권 대신 단수여권만 발급되고 있다. 만경봉호 등의 입항 금지 조치 등으로 생활에 타격도 적지않다. 방학을 이용해 조국을 방문하려는 학생들의 계획은 중단됐고, 가족·친지간의 재회도 사실상 끊겼다.

총련 관련 시설에 대한 고정자산세 등 과세조치도 재일 북한 사회를 직격하고 있다.

나고야(名古屋)시는 시내 총련 관련 시설에 대해 고정자산세의 면제 혜택을 내년부터 취소하기로 했다. 앞서 우쓰노미야(宇都宮)도 총련 도치기현 본부 등 총련 시설 및 토지에 대한 고정자산세와 도시계획세의 면제 조치를 철회했다.

이번 조치들은 2003년 납치문제를 구실로 도쿄도가 총련 시설에 대한 면제 혜택을 없앤 데 이은 것들이다. 당시 도쿄도는 총련 시설의 공익성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치적 긴장관계에서 시작된 정치목적으로 한 조치라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인권단체들은 “도쿄도 등이 일본인들이 이용하는 공민회관만이 공익성을 갖고 조선회관 등은 공익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조선인을 지역사회 주민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차별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유엔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월18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인권이사회에서 두두 디엔 유엔 인권위원회 인종차별특별보고관은 “일본에는 소수민족(아이누민족, 오키나와인)과 옛 일본식민지 출신자(재일조선인, 재일중국인) 등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가 존재한다”며 이를 철폐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역사 기술이나 교육 문제가 심각하다며 아시아 지역의 역사 공동집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마에다 교수는 “일본의 조선인 차별에 대해 국내외 각종 인권단체에서 시정권고가 있었지만 변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의 차별 문제가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재 시민들이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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