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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지식인 대부 리영희 교수 50년 집필 `은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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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배영대
기자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리영희 저작집’ 출간기념회에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집필 은퇴를 선언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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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글을 그만 쓰겠다."

펜 한 자루로 1970~80년대 지식인과 대학생들의 영혼을 움직였던 ‘진보 진영의 대부’ 리영희(77) 전 한양대 교수가 절필을 선언했다. 70년대 그의 대표작인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등은 냉전적 사고에 맞선 진보적 시각을 담아내 정부로부터 금서 처분을 받았지만 70~80년대 대학가에서 필독서로 널리 읽혔다.

18일 오후 6시30분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리 교수의 인생 역정과 사상을 한데 모아 펴낸 ‘리영희 저작집'(전12권, 한길사) 출간기념회가 열렸다. 1957년 통신사 기자로 출발해 대학교수.언론인.사회비평가 등을 두루 거친 그의 글쓰기 인생 50년을 결산하는 행사였다.

◆ 소장해 온 연구서 모두 기증=그가 절필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2000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유증이다. 이후 현재 건강을 많이 회복하긴 했으나 집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소장해 온 연구서도 모두 여기저기에 기증했다.

그는 이날 ’50년 집필 생활을 마감하며’라는 제목의 인사말을 통해 "50년 동안 이만큼 썼으면 많이 썼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은 과욕이다"며 "내게 닥친 뇌출혈은 오히려 나를 위한 불행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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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축복’이란 젊은 날 네 차례의 구속과 두 차례의 해직을 경험한 그의 편치 않았던 일생과도 겹쳐지는 용어였다. 그는 "글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고 지난 세월을 생각해 보니 나에게 도움을 준 벗들이 고마운 것은 말할 것도 없겠으나, 나를 핍박하고 감옥에 넣기까지 한 사람.집단.사상에 대해서도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나를 끊임없이 감시.비판하고 압력을 가하며 고통을 주는 이들이 없었더라면 학문.연구에 경거망동하고 글은 위태로워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원했던 사회 변혁의 목적과 우리 국민의 의식 및 사상의 발전 등이 이제 한 50% 정도는 지난 몇 해 동안 달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런 변화에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일조할 수 있었다는 것을 행복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면 흥하고, 하늘의 뜻을 거역하면 망한다’는 ‘명심보감’과 ‘족함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도덕경’의 경구를 인용하면서 "이제 나의 족함을 알았기 때문에 앞으로 교도소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리영희 저작집’은 90년대에 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스핑크스의 코’, 그리고 2005년 나온 대담집 ‘대화’까지 포함돼 있는 사실상의 전집이다. ‘8억인과의 대화’ 등의 편역서만 저작권 문제로 제외됐다.

◆ 학계.문화계 400여 명 참석=이 자리에는 국내 학술.문화계의 진보 성향 인사 400여 명이 참석해 그의 전집 출간을 축하하며 절필을 아쉬워했다. 행사는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고은 시인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등이 축시와 축사를 전했다.

참석자는 강만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박형규 목사, 박용길 장로(고 문익환 목사 부인), 함세웅 신부, 원경 스님, 박석무 단국대 이사장, 이상희 전 방송위원회 위원장, 이이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소설가 조정래, 유홍준 문화재청장, 화가 임옥상, 그리고 임형택.김시업.서중석.정현백(이상 성균관대).김동춘.정해구(이상 성공회대).백영서(연세대) 교수 등이다.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과 건축가 김진애씨 등도 자리를 함께 했다.

정치인으로는 열린우리당의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천정배.원혜영.김부겸.김원웅.이미경 의원, 민주노동당의 문성현 대표와 권영길.천영세.노회찬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권근술.정태기 한겨레신문 전.현직 사장과 정연주 KBS 사장,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 등 언론인도 자리를 함께했다.

행사는 ‘리영희의 삶과 사상’이란 영상물(15분 분량)을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됐고 , 가수 안치환의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중앙일보,
0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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