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최연소 항일지사’ 주재연을 아십니까?

808
















 

오마이뉴스 이돈삼 기자


 

















 


▲ ‘최연소 항일지사’로 알려진 주재연의 생전 모습(왼쪽)과 그에 대한 재판기록 사본(오른쪽).


ⓒ 여수시


일제 강점기인 1943년. 지금의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작금마을. 14살 까까머리 주재연(朱在年·1929∼1944)군이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일제에 항거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훨씬 흘러버린 2006년 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던 소년지사의 항일정신은 햇빛을 보게 되었다. 최근 일제하 재판기록이 나오면서 최연소 항일지사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패망의 그림자 속에서 최후의 발악을 하던 1943년 9월. 여수 작금마을도 일제의 악랄함은 예외가 아니었다. 온갖 수탈과 만행에 마을은 점점 피폐해져 갔고 돌산초등학교(당시 심상소학교)를 갓 졸업한 주재연에게도 일제의 만행은 참을 수 없는 울분이었다.

당시 광주지법 순천지원의 재판기록(1944년)에 따르면 돌산초등학교를 졸업한 주재연군은 부모의 농사를 돕던 중 “조선독립의 실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을 수시로 하고 다녔다고 한다.

또 주재연은 자신에게 외부소식을 전해준 약장수의 말을 따라 9월 23일과 24일 이틀간 마을뒷산 바위 4개에 한문으로 ‘朝鮮日本別國(조선과 일본은 별개의 나라)’, 日本島鹿 敗亡(일본 섬놈들은 망한다)’, ‘朝鮮萬歲(조선만세)’, ‘朝鮮之光(조선의 빛)’이라는 글자를 새겼다고 기록돼 있다.













 


▲ 비석 하나 없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주재연의 묘. 여수시 돌산읍 작금마을에 있다.


ⓒ 여수시


이에 격분한 일본 경찰은 경비정 7∼8척과 경찰 100여명을 동원, 온 마을을 샅샅이 뒤지며 범인 색출에 나섰다. 일본은 그럼에도 범인이 나타나지 않자 주민들을 모아놓고 마을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다.

돌산초등학교(당시 심상소학교) 2년 후배인 박채현(79)옹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일제 경찰들이 마을 주민을 한데 모아놓고 살벌한 협박이 계속되던 중 재연이 형이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순사대장 어디 있소, 그 일은 내가 한 일이니 어르신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야무지게 말했고 일본 경찰들은 이런 꼬마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했다.”

체포된 주재연에게 일본 경찰은 거꾸로 매단 채 고춧가루를 붓는 등 온갖 고문을 자행했다. 어린 나이에 혼자 그런 짓을 했을 리 없다며 배후를 추궁했다. 그러나 주재연은 굴하지 않고 단독범행을 주장했다.

주재연은 옥살이 4개월 만인 이듬해 1월 28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혹독한 고문후유증으로 석방된 지 1개월 만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 반세기 동안 잊혀졌던 최연소 항일지사. 주재연의 생가 터가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비닐하우스로 변해 버렸다.


ⓒ 여수시


조카 주총배(68)씨는 석방된 삼촌의 모습에 대해 “숨을 거두기 며칠 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릴 때 남면 앞바다에 일본 물자운반선이 침몰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 폭발음에 놀란 모친께서 피난을 가려고 하니 ‘아무 일 없을 테니 안심하시고 일본은 반드시 패망할 것’이라며 일제 경찰들의 악랄한 고문에 힘든 몸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안심시켰다”고 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작금마을. 주재연이 조선 독립의 문구를 새긴 마을 뒷산 큰 돌들은 새마을 사업으로 몇m 옆으로 옮겨진 채 길이 나 있다. 주재연의 생가터는 비닐하우스로 덮여 있다. 또한 주재연이 잠든 묘소는 비석 하나 없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와 관련 박준영 전라남도지사는 22일 작금마을에 있는 주재연 생가터와 묘역을 둘러보고 “의로운 지역, 전남의 이름을 빛낸 이 같은 항일운동 기록이 누락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며 “온 도민과 출향객이 힘을 모아 유관순 열사에 버금가는 기념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지사는 또 “소년열사 주재연의 항일운동이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간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우선 국가보훈처(공훈심사과)에 독립유공자 심의를 요청, 올 광복절 이전에 독립유공자로 지정받아 정부포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관계공무원에게 지시했다.

한편 전라남도는 여수시와 함께 항일운동 관련 사학자, 광복회 관계자, 여수지역 향토사학자, 관계 공무원 등으로 ‘가칭 소년지사 주재연 현창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 구체적인 사업방안을 세울 예정이다. 전라남도는 또 주재연 열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면 생가터 복원과 기념비 건립, 추모행사 등 다양한 선양사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오마이뉴스, 06.03.23>













 


▲ 박준영 전라남도지사(오른쪽에서 두번째)는 22일 여수 작금마을을 찾아 주재연 열사의 묘지를 참배하고 그에 대한 정부포상과 함께 현창사업 추진을 지시했다.


ⓒ 박용식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