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1991년 2월 27일. 민족문제연구소의 전신인 반민족문제연구소가 태어났다. 당시는 민족사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요인이 강해 친일의식 청산의 투지가 부각되도록 지은 명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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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성기자 |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25일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립15주년 기념식에서 김삼웅 독립기념관장과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 등에게 공로상을 시상했다. |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 25일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창립15주년 기념식을 열고 친일청산을 위해 내달려온 지난 15년을 영상으로 회고했다. 반민족연구소 개소식에서부터 각종 토론회와 현장실천의 모습들이 영상을 통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빛바랜 사진 속에는 연구소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배여 있었다.
‘1991 친일과 대결을 시작하다’, ‘1995 회원들과 만나다’, ‘2001 친일인명사전 페달을 밟다’라는 총 세장의 막으로 구성된 영상은 마지막에 “역사를 움직이는 아름다운 힘은 회원들과 국민들로부터 나온 것”이라며 감사를 표하는 걸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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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창립 15주년에 부쳐 “연구소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범국민적인 역사교육’과 ‘문화운동’을 그 방향으로 제시했다. 일본의 교과서만이 아니라 우리자신의 교육과정에 민족운동을 제대로 반영하고, 항일독립운동과 친일세력의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각종 시설을 통해 대중적 공감대를 넓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설전시관과 박물관, 민족운동체험시설, 각종 영상자료 제작과 보급, 국민필독의 대중성있는 예술작품 기획 등을 연구소의 새로운 과업으로 꼽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현재 2008년 초 발간될 친일인명사전편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구소는 ‘역사의 밭갈이’ 작업인 ‘과거’의 친일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동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국제연대운동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날 행사에는 고은 시인과 조정래 작가, 송기인 신부(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함세웅 신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윤경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 김정기 제주교대 교장, 진관스님, 홍근수 평통사 대표, 곽태영·이관복 박정희기념관반대연대 공동대표, 법륜스님, 권오헌 양심수후원회장, 정철용 전 반민특위 조사관, 신동엽 시인의 미망인 인병선 여사,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를 비롯해 김원웅 의원, 김희선 의원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연구소의 15살 생일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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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성기자 |
민족문제연구소의 창립15주년 기념식이 있던 세종문화회관 입구에서는 ‘새로운물결21’ 소속 회원들이 연구소를 비난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회관 측 직원들과 실랑이 끝에 이들이 시위를 강행하자 한 직원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
한편 세종문화회관 뒤편 입구에서는 ‘새로운물결21’ 소속 사람들의 항의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민족문제연구소를 ‘대한민국파괴의 선봉집단’, ‘김정일의 충실한 전위대’라고 비난하면서 “민족의 은인 박정희를 친일인사로 매도한 민족‘말살’연구소는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민족문제연구소는 전교조와 함께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없어져야 할 가장 악랄한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민족문제연구소 앞에서 시위와 함께 진입을 시도한 바 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 측 직원들과 ‘새로운물결21’ 소속 회원들 간에는 격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회관 측 직원들은 결혼식과 공연 등이 있으니 입구에서 비켜나 행사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새로운물결21’ 측은 “여기가 사유지면 그렇게 하겠지만 세종문화회관은 공공건물”이라며 거부했다. 이들은 “청와대 앞에서도 이런 일이 없었다”며 행사를 막는 회관 측에 거세게 맞섰다.
박정희 얼굴이 크게 나온 현수막을 펼쳐 든 한 회원은 세종문화회관을 가리키며 “이 건물은 박정희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즐기라고 지어놓은 것”이라고 소리쳤다. 그가 든 현수막에는 “민족의 횃불, 조국근대화의 기수, 불멸의 영도자 박정희 대통령께서 피와 땀, 눈물로 일군 이 나라를 누가 북에 바치며 망치려 하는가”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 생애의 기쁜 날인 결혼을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신부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신랑은 세종문화회관 입구에서 ‘김일성 찬양하고 박정희 매도하는 친북좌파 몰아내자’고 외치는 이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시민의신문, 06.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