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재산환수법’(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친일행위자 후손들의 국가를 상대로 한 ‘땅 찾기’ 소송은 원천 봉쇄될 전망이다.
친일후손들이 법정 소송을 통해 재산을 취득한 것에 분개했던 대다수 국민들은 국가가 이번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이들의 재산을 모두 환수할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친일후손들이 찾아간 재산을 실제 국고로 환수하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버티고 있다.
친일행위로 취한 토지 정보 공개, 원천적 봉쇄해야
일제강점기 매국행위로 취한 재산의 내역을 친일후손들이 정부와 지자체에서 정보를 얻은 뒤, 이를 토대로 땅을 찾아가는데 ‘조상 땅 찾아주기’ 사업이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은 본래 후손들이 확인할 수 없는 조상의 땅을 지자체가 전산망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자 시행된 것. 후손들이 조상 땅을 찾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재산권 행사에 편의를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친일후손들에 의해 사업이 교묘히 이용되면서 실제 지난 한해동안 이 사업을 통해 매국형 친일파 11명과 중추원 21명 등 32명의 후손이 찾아간 땅이 24만평에 달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친일후손들이 토지정보 공개를 요청할 경우 사업의 주체인 행자부나 지자체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해당사자 정보공개를 요청했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일후손들에 대한 정보공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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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왼쪽)이 지난 2월 국회 기자실에서 친일파 소유의 토지대장을 들어 보이며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사법부의 경우 특별법 통과를 앞두고 친일후손들이 제기한 재산반환 소송의 판결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국민정서를 감안한 해석으로 행자부와 지자체도 이들의 정보공개 요구를 과감히 거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특별법이 친일행위자 재산의 조사 및 처리를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직속의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위원회) 구성을 규정했다는 점을 강조한 뒤 “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라도 정보공개를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행자부와 지자체는 “나라가 정한 법을 국가기관이 스스로 위반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행자부 지적과 관계자는 “친일후손들이 토지정보를 토대로 땅을 찾아가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법적 근거도 없이 거부할 수만도 없는 것 아니냐”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96년 전국 지자체 중 사업을 최초로 실시한 충남도 역시 “법령이 바뀌지 않는 한 정보공개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며 “현재로선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재산환수위원회 구성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러나 시행령 마련 등의 절차를 거쳐 빨라야 내년 말쯤에나 구성될 전망이다.
‘특별법 소급적용’ 위헌 논란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친일후손들이 찾아간 토지의 환수 역시 별다른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법정 소송에서 승소해 친일후손들이 찾아간 땅을 국가가 다시 환수하겠다는 것은 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취득한 토지를 친일후손들이 타인에게 처분했을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최 의원측은 “특별법 시행의 취지를 고려할 때 소급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내년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대응방안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친일후손의 재산 환수와 함께 특별법이 갖는 중요한 의미는 일본인 소유 토지의 전면적인 국가 환수작업이다. 해방 이후 일본인 소유의 토지는 엄연히 국고로 귀속되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허술한 관리로 현황파악도 안돼 있는데다 부처별 집계도 제각각이다. 재경부가 파악하고 있는 일본인 명의의 토지는 8만5천여건(8월말 현재)인데 반해 행자부는 10만여건(6월말 현재)으로 집계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일본인 명의의 토지를 국고에 환수해도 재산가치는 수조원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전면적인 토지조사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 05.12.15>
▲친일후손들이 제기한 토지반환 소송과 판결 내역
법무부 집계에 따르면 친일파 후손들의 토지반환 소송은 올 9월말 현재 모두 24건이 제기돼 그 중 17건은 확정됐으며, 7건은 현재 소송 중에 있다. 확정 판결된 17건 중 국가가 전부 또는 일부 패소한 사건은 8건이며 나머지 9건은 국가승소 또는 소취하로 종결됐다. 반면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친일후손들의 토지반환 소송은 모두 39건으로 법무부 집계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소송 당사가가 친일 후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법무부에 비해 여러 사료를 통해 친일파 여부를 진상히 파악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측의 자료에 힘이 실린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소송은 을사오적 이완용, 일진회 총재 송병준, 이근호, 이재극, 이해창, 이기용(이상 작위 등 수혜자), 민영휘, 윤덕영(이상 중추원 부의장), 남장희 등 9명의 후손들이 제기했다. 이중 친일후손들이 승소한 건수는 모두 14건으로 찾아간 땅은 2만6,959평에 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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