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온라인 여론조사, 너무 믿지 마세요

940











 


 


오마이뉴스 이민정·손병관 기자


 

















 


▲ 미디어다음 토론방인 ‘아고라’의 친일인명사전 발표와 관련 여론조사는 1일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포털사이트 미디어다음이 지난달 29일부터 ‘아고라 리플토론방’에서 친일인사 명단발표와 관련해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하다가 하루만에 중단했다. 미디어다음이 접속자들의 기록인 ‘로그파일’을 분석한 결과 특정 IP 주소에서 집중적으로 투표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포털뉴스 사이트 미디어다음은 ‘리플토론방’에 친일인명사전 관련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하다가 다음과 같은 공지문을 걸었다.

[투표삭제 공지] 로그파일 분석결과 특정 IP에서 집중적으로 투표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해당 IP들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여론 왜곡의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투표를 중지합니다. 선의의 이용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빠른 시간 안에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30일 오후까지 총 6303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1669명(26.5%)이 ‘잘 했다’, 4562명(72.4%)이 ‘잘못했다’, 72명(1.1%)이 ‘판단유보’라고 응답해 친일인명사전 발표 반대가 압도적인 상황이었다.

각 포털사이트는 물론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실시되는 ‘온라인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한 인터넷신문은 조작 가능성을 간과한 채 조사결과를 그대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인터넷신문 <데일리안>은 같은 날 오후 미디어다음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네티즌 70%, 친일명단발표 잘못한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 인터넷신문 <데일리안>은 지난달 30일 미디어다음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네티즌 70%가 친일명단발표가 잘못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음날 미디어다음은 “특정인의 조작이 있었다”며 여론조사를 중단했다.


 


<데일리안>은 “친일인사명단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디어다음과 또 다른 포털사이트 야후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데일리안>은 “포털사이트 야후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며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설문에 ‘반대’의견이 70%(3254명)를 차지한 반면 ‘찬성’은 27%(1295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안>은 “이번 발표에 대해 다수의 네티즌들은 민족문제연구소 측의 자의적인 명단 선정기준을 비판했고, 일부에서는 국론분열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들며 섣부른 과거사 평가로 인한 국력낭비를 걱정하는 네티즌도 많았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그러나 미디어다음과 마찬가지로 야후의 온라인 여론조사도 특정인의 조작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놓고 있다.

야후 뉴스팀의 한 관계자는 1일 오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컴퓨터당 한 번밖에 투표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설정했다”면서도 “하지만 한 사람이 장소를 옮겨다니며 투표하는 것까지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야후는 아직도 ‘뉴스 Poll’을 진행중이다.

네티즌 여론조사 기사를 쓴 <데일리안> 기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미디어다음 만이 아니라 야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냐”며 “기사를 쓴 뒤에야 미디어다음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 기자는 “다른 매체에서도 네티즌 반응 기사를 많이 쓰지 않냐”며 네티즌 여론조사 보도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 여론을 국민여론이라고 볼 수 없어”

그러나 불특정 네티즌들이 여론조사는 민의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보도할 때에는 언론사들이 이를 보도하기에 앞서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후 뉴스팀 관계자는 “온라인 여론조사를 기사화하기 전에 모집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먼저 취득해야 한다”며 “가능한 많은 포털사이트들의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거나 첫 보도와 후속 보도에 따른 여론의 변화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온라인 여론조사를 기사화하기는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한 실장은 “온라인 여론조사의 모집단은 젊은 계층이 조사대상자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연령구성 등에 문제가 있어 ‘네티즌 의견’일 수는 있지만 ‘국민 여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대통령 탄핵과 같은 ‘긴급사항’일 경우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여론조사가 참고자료로 유용할 수 있지만, 이같은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할 경우 네티즌의 ‘경향’ 정도로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