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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최초 ”학원 친일 청산”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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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잔재 청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가에서 처음으로 학교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친일청산 토론회가 열렸다. 연세대학교는 지난 5월 27일 이 대학 국가관리연구원 주최로 교내 대우관에서 ‘학원 친일문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박정신 숭실대 교수(기독교학과)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일반토론, 전체토론 형식으로 진행됐고, 전인초 연세대 국학연구원장이 학교 대표로, 박정엽(연세대 경제학과 4), 홍승규(연세대 법학과 4), 박한용(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씨가 토론자로 나와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에 앞서 사회를 맡은 양승함 국가관리연구원장은 “학내 인사의 친일문제 등 과거사의 어두운 부분을 학술적,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논의가 불거져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연 친일을 했는가의 문제이고 했다면 어느 정도이고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할 것인지, 또한 친일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원장은 “친일행태의 사회적 영향은 물론 친일한 당사자의 인생, 사회적 공헌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아팠던 과거를 반성하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의 역사는 홍보물 아니다

박정신 숭실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이번 토론을 통해 연세대는 물론 서울대와 고려대 등 주요 대학들의 친일 청산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면서 “학원내 친일청산을 위해서는 선전책자나 홍보물처럼 대학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현행 대학사 기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자기 대학의 긍정적인 면만을 강조하고 부정적인 면은 대충 기술하는 식으로 자기 대학역사를 절대화, 신화화하는 것은 역사왜곡행위나 다름없다”면서 “우리 역사나 우리 대학의 역사를 ‘온전하고 완전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역사 인물들도 ‘절대자’나 ‘천사’의 자리에서 ‘이 땅’으로 내려오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거를 잊어버리거나 덮어두고 미화시키는 이들은 그 잘못된 과거를 또 다시 반복하게 된다”고 강조하면서 “그러므로 밝고 건강한 미래를 위해 ‘어제의 일들’을 정리하는 것은 마땅하고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파괴를 통한 정리’는 지양해야 한다”며 “역사는 재판정이 아니라 교육의 마당”이라고 덧붙였다.

#친일 참회하는 통과의례 필요

토론자로 나선 민족문제연구소의 박한용 연구실장은 “대학가의 친일청산문제를 아픈 상처이니 덮어두자가 아니라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토론장이 만들어져 기쁘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박실장은 시대별로 친일행위자들의 친일 행태를 지적하면서 특히 문화예술인의 경우 1937∼1945년 일제말기 전시총동원 체제에서 강요보다는 자가발전적인 의미에서 친일을 했다고 밝혔다. 전쟁 준비, 물자동원 등 선전선동의 앞잡이 노릇을 한 이들을 심하게 말하면 ‘전범’이라고 말한 박실장은 “도덕적이든 법적이든 이들의 행위에 대해 참회하고 반성할 수 있는 통과의례가 있었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며 “오히려 이들은 한국 교육계를 지배하고 학문의 장을 장악했으며 이후 모두들 ‘친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본잔재가 나쁜 이유는 ‘파시즘’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제와서 학생들이 친일문제를 들고 일어난 것은 기성세대들의 책임 방기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학생대표로 친일잔재청산을 주장하는 박정엽 씨는 “학교측이 친일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친일행적이 뚜렷한 사람을 칭송하는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씨는 “무조건 백낙준 초대 총장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합의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상황에서 친일행위는 불가피했다는 학교측 논리는 끝까지 독립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과 충분히 따져야

 


 



학교측 입장을 대변한 전인초 국학연구원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백낙준 선생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선생의 친일행적을 세상에 드러내놓고 지적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 원장은 “백낙준 선생의 친일 행적은 그동안 묻혀있었을 만큼 그 행적이 미미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분의 공은 과를 충분히 덮을 수 있을 만큼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100짜리 장사에서 10원 밑지고 90원 남긴 것과 같다”면서 “그런 시대에 그런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가 이해하고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낙준 선생을 친일파로 규정하고 그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주장을 비판하고 나선 학생 토론자 홍승규 씨는 “백낙준 선생의 과오 몇가지로 마치 그것이 그의 전인격인 듯 그를 친일파로 단죄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인간은 계속 변하는 존재인데 잘한점, 못한점만 꼬집어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친일행위를 했으니 모든 걸 부정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고 이는 색깔론”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동상철거에 대해 홍씨는 “동상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지는 의문”이라면서 “우리 학교의 어두운 면, 우리 학교 인사들의 죄적은 바로 우리 곁에 남겨 두어야 하고, 과거는 지우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진실은 기록되어야 한다

한편 토론 내용을 끝까지 경청한 김민경(연세대 인문계열 2)씨는 “친일행위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이 학교뿐 아니라 국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공만 과대평가했는데 지금와서 이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정엽 씨는 “과거사를 교육적 효과 있게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하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기억할 수 있는 역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인초 국학연구원장은 “최근 백낙준 선생의 과오가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추앙받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면서 “그분도 인간인데 공과를 분명히 따져 충분히 존경받을 분”이라고 강조했다.

공개토론에서 “학원 친일문제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는(유지형 경제학과 2) 질문에 대해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오늘의 문제는 친일문제가 아니고 지식인의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양심적으로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상은 공적인 가치이자 합일된 가치”라면서 “중요한 것은 동상을 없애고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향란기자/rani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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