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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친일청산, 하긴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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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조이 이승규 기자


 















 



 


 


▲ 1945년 8월17일 평양 산정현교회에 모인 출옥 교인들. 뒷줄 왼쪽부터 조수옥 주남선 한상동 이인재 고흥봉 손명복. 앞줄 왼쪽부터 최덕지 이기선 방계선 김인희 오영선 서정환.


 


1948년 8월 제헌국회는 일제 36년 동안 자행된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반민족행위 처벌법 기초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 설치 초기 의욕적으로 일하던 반민특위는 활동을 시작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소위 국회프락치사건과 친일경찰의 반민특위사무실 습격사건(일명 6·6 사건)을 겪으면서 와해됐다.

한국교회, 친일 청산 문제 여전히 침묵

반민특위가 해체되면서 친일 청산 문제는 지난 60여 년의 세월 동안 적어도 한국에서는 ‘금기’의 문제였다. 해방 이후 친일에 개입한 목사들이 다시 교권의 중심에 자리 잡은 한국교회 역시 친일 문제는 말하기 어려운 성역이 되어 버렸다.

사회에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2년. 당시 김희선 의원을 비롯한 ‘민족정기를 세우는 의원 모임’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은 반민족 행위자(친일 행위자) 708인의 명단을 발표한다. 이 후 정치권의 줄다리기 끝에 2004년 3월2일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반민특위 이후 과거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와 함께 3월28일 고려대 총학생회가 친일 전력이 명확한 교수 명단을 1차로 발표한 이후 서울대·이대·연대를 비롯한 대학가에서도 친일 청산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에서는 최근 3~4년 동안 집중적으로 친일 청산의 외침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한국 교회는 여전히 침묵중이다.

한국 교회의 친일 문제를 취재하면서 만난 취재원 중 많은 이들이 한국교회 안에도 친일진상규명법과 같은 친일 문제를 다루는 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잘못을 회개하고 나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덕성 교수(고신대 신대원) 등 교회사를 연구하는 신학자들은 일부 목회자들의 친일 행위에 대해 당사자들이 직접 구체적인 회개를 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생존해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 교회의 대표라고 자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총무 백도웅 목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최성규 목사)같은 연합기관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제안에 대해 KNCC와 한기총 관계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연합기관 모두 친일 청산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말로는 친일을 비롯한 과거사 청산에 동의하지만, 매우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주장하고 나설 수 없는 것이다.

KNCC, 친일 청산에는 동의…구체적인 계획은 없어














 



 


 


▲ 백도웅 총무. ⓒ뉴스앤조이 신철민


 


KNCC는 일단 친일 문제를 청산하자는 큰 주제에는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위 ‘친일청산규명법’ 제정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백도웅 총무는 “죄책 고백과 회개의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고 말하면서도 친일 인사 명단 발표 등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백 총무는 올 해가 해방 60주년이 된다는 점을 감안 한국 교회의 과거를 돌아보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28일 열리는 제1회 사회선교정책협의회도 이런 방안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라는 게 백 총무의 말이다.

그러나 사회선교정책협의회는 친일 청산 등 과거사 문제보다는 미국이란 나라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지난 60년 동안 미국이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미국과 한국 교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정책협의회를 연다는 생각이다.

KNCC 관계자들은 이 정책협의회에서 자연스럽게 친일 청산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이들이 기대하는 대로 정책협의회가 이루어질 지는 미지수다.

문대골 목사(KNCC 교회와사회위원장)는 “친일 청산에 대한 논의는 KNCC 교회와사회위원회를 비롯한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상임의장 김병균 목사) 등 진보 그룹에서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시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문 목사는 원론적으로 친일뿐만 아니라 친미, 군부독재시절에 있었던 일부 목사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그냥 말로만 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기 고백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기총, 모두 똑같이 비판받아야…














 



 


 


▲ 최성규 목사.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한기총은 친일 문제를 다루게 될 경우 보다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성규 목사는 “한기총의 역사가 15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친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단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최 목사는 친일 청산을 이야기하면 모두 나쁜 것만 끄집어 낸다며 “한 사건 속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사건을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고 무조건 친일 청산만 말하는 것은 선명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 최 목사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최 목사는 민주화운동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목사로서 인권운동만 했던 사람들이 기도는 언제 했겠느냐며 그 사람들도 교회의 부흥에 신경을 쓰지 않은 잘못은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의 주장은 KNCC 같은 기독교단체들은 사회가 혼란에 빠졌을 때는 기도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화 투쟁 당시 일부 목회자들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만약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인 인사들을) 비판하려면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목회자들의 잘못(교회의 부흥을 위해 힘쓰지 않은 잘못 등)도 같이 비판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천일 한기총 총무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가자는 입장이다. 박 총무는 지금 한국 교회에 필요한 것은 일본의 잘못을 한국 교회가 용서했다는 내용의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과거의 잘못을 덮고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되도록 한국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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